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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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를 위하여 2 : 어설픈 일등보다는 자랑스러운 꼴찌가 좋다 가는 길 포기하지 않는다면 꼴찌도 괜찮은 거야

wy 0 2020.02.28

홍보도 하지 않은 그 노래가 학교에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왔다.

 

책임지세요, 아이들이 그 노래를 듣고 나서 공부를 안 하잖아요.”

무슨 노래를 그 따위로 만들어요, 애들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을 했어요?”

노래 만들어 놓고 야단맞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성적 때문에 꿈을 다친 아이들이 혹여 길 아닌 길로 갈까봐 그 노래를 만든 건데 어머니들이 그렇게 화를 낼 줄은 정말 몰랐다

 

정말 이 사회는 꼴찌를 인정해 주지 않는 걸까?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적어도 삼등 안에 들어야 대우를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을 무서워하던 아내가 수영을 배운지 여섯 달 만에 시에서 주최하는 수영 대회를 나가게 되었다. 꼴찌 해도 좋으니 잘하고 오라고 말해 주었다. 그날 아내는 동메달을 따 가지고 돌아왔다

 

깜짝 놀란 나는 아내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혼영 결승에 세 명이 참여했는데 끝까지 헤엄쳐서 삼등을 했다는 것이었다. 세 명이 경주를 하면 꼴찌도 삼등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일등은 무엇이고 꼴찌는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나도 일등을 한 적이 있었다

늦은 밤, 집에 가는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섰는데 내 앞에서 버스 문이 닫히고 말았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다음 차를 기다렸다. 얼떨결에 뒤를 돌아보니 내 뒤로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이었다. 괜히 흐뭇했다. 나는 가만히 서있기만 했는데 저절로 일등이 된 것이다

 

버스에 오르니 빈자리가 모두 내 자리로 보였다. 나는 아무데나 골라서 앉을 수 있었다. 일등 한 기분이 이런 것이구나. 하지만 그 기분도 잠깐, 일등으로 타나 꼴찌로 타나 어차피 탈 사람이 다 타야 떠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탈 때는 일등, 꼴찌가 있었지만 내릴 때는 일등, 꼴찌가 없었다. 그냥 자기가 내리고 싶은 데서 내리면 되는 것이었다.

 

마라톤을 보자. 어느 누구도 꼴찌를 하려고 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달렸는데 누구는 꼴찌가 되었고 누구는 일등이 된 것뿐이다. 하지만 인생은 마라톤 경주가 아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적지를 향해 꾸준히 가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일등으로 달리는 사람은 힐끔거리며 뒤를 돌아다보지만 꼴찌로 달리는 사람은 뒤를 돌아다볼 필요가 없다. 오늘도 나는 내 길을 간다. 그냥 천천히 걸어서 간다. 힘들면 나무 그늘에서 쉬어 가기도 하고 주막에 들려 막걸리도 한잔 하고 그런다

오늘은 들에 핀 쑥부쟁이도 보고 파란 하늘에 핀 새털구름도 보았다

 

일등이 얼마나 행복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꼴찌도 이 정도면 행복한 것 아닌가

꿈을 이룬 사람은 봉우리에 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길을 꾸준히 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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