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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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13화 ★ 바다 가오리

wy 0 2023.08.27

 탈레스 선생을 태운 마차는 오전 내내 서쪽으로 달렸다.

 

중간에 빌라도의 행차를 만나서 시간이 좀 지체되긴 했지만, 점심때에는 욥바 항구에 도착할 것 같았다.

 

해를 등 뒤에 놓고 가는 길은 쾌적했다.

 

사실 탈레스는 처음부터 루브리아의 눈에 대해 비관적이었다.

 

그가 찾아본 같은 증상의 치료기록은 기껏해야 실명으로 가는 기간을 잠시 늘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떤 병이던 환자의 심리 상태는 치료에 큰 영향을 준다고 믿었다.

 

그런 면에서 그녀가 예수라는 사람에게 거는 기대도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세상에는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치료방법도 있을 것이다.

 

지금 욥바에 가는 이유도 그런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가는 것이다.

 

그는 신이 세상의 모든 일에 관여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무신론자지만, 엄밀히 말하면 불가지론자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신에 대해 알 수 없다는 것밖에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신은 전능하고 공정해야 하는데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해보면, 신은 전능하다면 공정하지 못하고 공정하다면 전능하지 못하다.

 

지금 당장 루브리아의 눈을 봐도 그녀의 눈에 대한 신의 뜻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탈레스는 하지만 그의 생각을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순박한 믿음으로 마음이 안정된 사람들에게 굳이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마차에 실은 큰 통이 덜그럭거렸고 그 안에 유타나가 넣어 준 고급 포도주가 생각났다.

 

한잔 마실까 하다가 할 일이 많아서 뒤로 미루었다.

 

잠시 후 욥바항구에 마차가 도착했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반가웠다.

 

항구는 어선들이 많았으나 바닷가 도로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걱정했던 대로 안식일이라 어시장은 열리지 않았다.

 

사람 키 높이의 방파제를 따라 검은 현무암이 덮인 시장의 중앙통을 한참 지나니 그리스 말이 쓰여 있는 가게들이 보였다.

 

욥바 인구의 반이 그리스 사람이라서, 그들을 위한 가게가 한쪽에 몰려 있었다.

 

탈레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게 앞 커다란 물탱크에는 싱싱한 고기가 잔뜩 있었다

 

그중 제일 큰 가게 앞에 마차를 멈추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오늘 새벽에 막 잡은 싱싱한 고기들입니다.”

 

가게 주인인 듯한 40대의 남자가 유창한 그리스 말로 손님을 반겼다.

 

여기가 욥바에서 제일 큰 가게 같네요.”

 

탈레스도 그리스 말로 대꾸했다. 물고기가 수족관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요. 어제저녁 빌라도 총독께서 머무신 욥바 온천장에도 저희 집 생선이 들어갔지요.

 

손님은 저희 가게 처음이신가 봐요

 

욥바에 새로 이사 오셨나요?”

 

아니요. 예루살렘에서 급히 왔습니다

 

꼭 사야 할 물고기가 있어서.”

 

, . 그래서 마차에 먼지가 많군요.”

 

주인이 그새 밖에 있는 마차를 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집에 없는 물건은 다른 데도 없습니다

 

무슨 고기를 찾으시는지요?”

 

바다 가오리 있나요?”

 

그럼요. 저쪽 수족관에 있습니다.”

 

그냥 가오리 말고 번개 가오리라고 하는 아주 큰 가오리인데.”

 

, 번개 가오리요. 마침 딱 한 마리 큰 놈이 있습니다. 회를 쳐서 드릴까요?”

 

아니요. 산채로 가져가야 합니다.”

 

탈레스가 마차에서 큰 통을 가져와서 바닷물부터 가득 담았다.

 

 

 

 

미갈 카잔 collage.png

 


카잔은 사촌 동생 미갈이 일하고 있는 시장통의 작은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녀는 마침 가게에 있었고 얼굴이 좀 말라보였다.

 

식당 일은 할 만하니?”

 

, 일은 많지만 주인 언니가 잘 해주셔서 괜찮아요.

 

음식 냄새를 한 달 정도 계속 맡으니까 식욕이 떨어지네요.

 

처음 며칠간은 남은 음식은 뭐든지 먹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식사량이 줄었어요. 호호.”

 

점심때가 지난 식당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고, 그녀의 짧은 머리에 주근깨 있는 얼굴이 깜찍하게 예뻤다.

 

“오빠는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 이제 곧 사마리아 세겜으로 가려고 해.”

 

세겜은 왜요?”

 

카잔이 그동안의 일을 간단히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미트라교에 들어간 오반이라는 사람을 찾으러 가는 거군요.”

 

, 우리 미리암도 찾아야 되니까.”

 

“네... 미리암이 지금 열 살쯤 되었을 텐데그렇지요?”

 

, 그렇지. 살아 있으면.”

 

카잔이 말꼬리를 흐렸다.

 

그럼요. 살아 있지요

 

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 고마워. 그리고 지난번 옮겨 놓으라는 독수리 깃발은 잘 숨겨 놓았지?”

 

. 막사 식당 비품창고 한구석에 넣어 놓았어요

 

일부러 보기 전에는 발견하지 못할 거예요.”

 

미갈의 목소리에 자신이 넘쳤다.

 

잘했네. 그럼 이만 가볼게.”

 

아니에요. 잠깐만 계세요. 달걀이라도 드시고 가셔야지요.”

 

일어서려는 카잔을 미갈이 눌러 앉히고 얼른 삶은 달걀 몇 개를 가지고 왔다.

 

"아, 그리고 수가성 포티나 아줌마 아시지요?

 

전에 우물가에서 예수 선생 만난 후 완전히 사람이 변해서 이제는 귀신 들린 동네 사람들 병도 고쳐준대요.”

 

그래?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

 

야곱의 우물에서 선생을 처음 만났을 뿐인데....”

 

예수 선생이 며칠 수가성에 머물렀을  때 아마 직접 방법을 배웠나 봐요.”

 

그랬구나. 이번에 가면 포티나를 만나봐야겠다.”

 

달걀은 반숙이 잘 되었고 따끈하여 금방 카잔의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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