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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86화★ 기적이라뇨?

wy 0 2023.05.24

 

유다 예수 collage.png

 

예수 선생이 골방에서 기도하고 나오는데 제자 한 사람이 다가왔다.

 

선생님, 오늘 제가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유다의 목소리가 간곡했다.

 

방으로 들어와요.”

 

선생을 따라 방으로 들어온 유다의 얼굴에 긴장감이 느껴졌다.

 

먼저 이달 입출금 장부입니다.”

 

예수 선생이 잠깐 훑어보았다.

 

수고 많았어요.”

 

이달에도 요안나 님과 몇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선생이 고개를 끄떡이고 별말이 없었다.

 

유다가 결심한 듯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선생님, 아직도 지난번 말씀대로 선생님은 가시고 성령인가를 대신 보내실 계획이신가요?

 

다른 제자들은 몰라도 저는 선생님이 다윗의 시를 요즘 계속 묵상하고 기도하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뵐 때마다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픕니다.

 

왜 하필 선생님이 그렇게 다윗의 시에 나오는 비참한 예언을 스스로 이루려 하시나요

 

우리 제자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생각하실 수 없나요?”

 

그를 바라보는 선생의 그윽하고 맑은 눈이 조금 더 커지는 듯했다.

 

저는 선생님이 이달의 장부를 보시고 왜 칼을 사지 않았냐고 물으시길 바랐어요.

 

물론 우리의 힘으로 로마 군인이나 헤롯의 병사들과 싸울 수는 없지만, 최소한 선생님을 보호해 드리고 싶었어요.

 

이제 그나마 포기하신 듯합니다...

 

그동안 선생님을 몇 년간 따라다니면서 저 나름대로 적지 않은 살림을 꾸려 나가느라 꽤 힘들었어요.

 

이런 일을 하면 쉽게 오해도 사고 사람들의 비난도 받지만, 선생님이 하신 말씀만 믿고 따라왔는데 이제 하루하루가 너무 불안합니다.

 

세상에 평화보다 칼을 주려고 오셨다라는 그 말씀은 지금 어디 간 건가요?

 

무기가 없는 메시아는 반드시 처형 당한 역사를 모르시나요?

 

갈릴리의 유다, 목자 출신 아트롱게스, 페레아의 시몬 모두 십자가형에 처해졌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아직 혁명을 해서 새로운 왕국을 이룰 준비가 안 되었습니다.

 

이번에 예루살렘에 가시면 선생님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부디 자중자애하셔서 그들과 별 충동 없이 유월절을 지내고, 좀 더 많은 지지자들을 모은 다음 큰 뜻을 펼치시기 바랍니다.”

 

선생이 아무 말 없이 유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선생님이 왜 다윗의 시에 나오는 대로 하나님께 버림을 받아야 합니까

 

개들이 에워싸며 악한 무리가 선생님의 수족을 찔러서 무엇이 이루어지는 겁니까?

 

사람이 아니라 벌레같이 비방과 조롱을 그렇게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누가 선생님의 그 뜻이 다윗의 시를 이루었다고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또 이루었다고 치지요. 그렇다고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장담하건대 선생님이 만약 체포되신다면 지금 여기 모인 지지자들은 대부분 즉시 흩어질 겁니다.”

 

선생의 입술이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다.

 

, 제자들요? 죄송하지만 모두 도망갈 겁니다.

 

베드로 님은 칼을 가지고 다니지만 혼자서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겉옷을 팔아서라도 칼을 사야 한다고 하며 겉옷을 팔았답니다.

 

그래서 내달에는 그의 겉옷을 한 벌 사줘야 합니다

 

요한과 살로메 님은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선생님을 걱정해서 변호사를 만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걱정을 하고 있나요, 유다 님?”

 

선생의 목소리가 유난히 슬프게 들렸다.

 

저는 제가 걱정되어서 지금 이런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선생님 곁에 있는 것은 선생님이 예전에 보여 주셨던 기적에 대한 기대가 있어서입니다.

 

왜 요즘은 그런 기적을 보여 주지 않으시나요?”

 

유다가 따지듯 물었다.

 

어떤 기적을 말하나요?”

 

어떤 기적이라니요?

 

제가 직접 그 자리에 있지는 않았지만, 선생님은 거친 풍랑을 잠잠하게 하시고, 떡 다섯 조각과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시고, 어느 회당장의 죽은 딸을 일으켜 세우시고, 심지어는 날 때부터 소경인 사람의 눈도 밝히 뜨게 해 주셨잖아요.”

 

그랬지요. 그러나 그게 무슨 기적입니까?”

 

선생의 깊은 눈이 유다에게 계속 말했다.

 

풍랑이 멈춘 것은 호수에 늦은 밤이 되면 바람이 저절로 잠잠해지는 것이지요.

 

사람들이 오병이어라고 부르는 그 사건도 실은 그날 화창한 날씨에 분위기가 좋아지니까, 사람들이 자기네들이 가지고 온 비상식량을 다 꺼내 놓고 나누어 먹은 겁니다.

 

오천이 모였다는데 누가 세어 봤나요

 

아마 그렇게 많지는 않았겠지요.”

 

유다의 입이 조금 벌어졌다.

 

그 회당장의 딸도 내가 볼 때는 죽은 게 아닌데 자꾸 자기네들이 죽었다고 우겼지요.

 

그 소녀가 그때 12살인가 그랬어요

 

내가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하라고 했건만 소문이 퍼졌나 보네요.

 

날 때부터 소경인 사람의 눈은 좀 심각하긴 했어요.

 

그래도 예전에 배운 민간요법 중에, 진흙에 침을 섞어 눈에 바르고 깨끗한 물에 씻으면 낫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게 했더니 용케 나았어요.

 

그날이 마침 안식일이었는데 그래서 바리새인들이 나를 또 비난했지요.

 

그 사람의 눈이 나은 후 사람들이 그를 불러서 어떻게 된 건지 상당히 귀찮게 물어봤나 봐요.

 

여하튼 내가 고쳐 주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이런 일들은 이상하게 내 고향 나사렛에서는 별로 일어나지 않았어요.”

 

설명을 들으니 유다는 앞에 있는 사람이 메시아가 아니라 친한 친구 같이 느껴졌다.

 

그래도 그 중 기적이라면 오병이어사건이 기적일 거예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자기네들의 비상식량을 모두 꺼내어 나누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이 땅에 새로운 왕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희망의 기적입니다.

 

하지만 이제 정말 기적을 보게 될 거예요.”

 

어떤 기적인가요?”

 

세상이 바뀌는 기적이지요

 

내가 여러분에게 준 새 계명이 결국 로마 황제를 굴복시키고, 로마의 신들 대신 하나님 홀로 그 자리에서 영광 받으시는 거지요.

 

, 그 전에 제자 중 한 사람이 내가 십자가에서 창에 찔린 옆구리를 만져보고, 내가 누군지 믿게 될 거예요.”

 

결국은 또 십자가에 달리신다는 말인가요? 그게 무슨 기적입니까?”

 

유다가 선생에게 소리를 질렀다.

 

유다 님, 웬일로 이렇게 늦게까지 안 일어나세요. 어디 아픈가요?”

 

눈을 떠 보니 시몬이 방에 들어와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에 안 보여서 와 봤어요

 

무슨 소리도 지르고 꿈을 꾸셨나 봐요.

 

어디 아픈 데는 없지요?”

 

.” 

 

 

유다가 긴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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