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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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81화 ★ 크고 은밀한 일

wy 0 2023.05.07

 루브리아가 몇 번 몸을 뒤척이더니 잠이 들었다.

 

새근새근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사라가 유타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나는 아래 식당에 내려가서 수프라도 좀 가지고 올게요

 

나중에 깨시면 시장하실 것 같아요.”

 

늦은 저녁이라 식당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저쪽 구석에 탈레스 선생이 혼자 식사를 하고 있었다.

 

선생의 얼굴이 무언가 생각에 골몰한 모습이었다

 

사라가 다가가 앞자리에 앉았다.

 

선생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그렇게 보였나요? 식사할 때는 음식만 맛있게 먹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루브리아 아가씨는 지금 좀 어떠세요?”

 

막 잠이 드신 것을 보고 내려왔어요.”

 

, 그럼 내일 아침까지 쉬시면 될 거예요.”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고 사라가 가지고 올라갈 오늘의 수프를 시켰다.

 

내일 재판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이 하실 수 있는 최선을 다하셨는데 이제 하나님이 결정해 주시겠지요.”

 

사라의 목소리가 피곤으로 갈라져 나왔다.

 

,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나도 이런 때는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선생이 디저트 접시를 사라 앞에 밀어 놓으며 말했다.

 

사이프러스 열매 말린 것과 무화과 열매를 꿀에 버무린 디저트였다.

 

선생님의 부인은 유대 분이시지요?”

 

사라가 디저트를 손으로 한 입 넣으며 물었다.

 

, 아주 독실한 바리새파 유대인이지요

 

평소에 기도 안 한다고 나를 자주 비난합니다.”

 

어머, 호호.”

 

그럼 내가 집사람에게 나는 어려울 때만 기도하는데 어려운 일이 많아서 거의 쉬지 않고 기도한다라고 대답하지요. 하하.”

 

재미있는 말씀이네요. 선생님 기도는 하나님이 늘 응답해 주시나요?”

 

어려운 일이 없을 때도 기도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는 잘 안 들어 주십니다. 하하.”

 

“호호, 그러시군요. 저는 이번 재판을 하면서 하나님이 도대체 무슨 뜻으로 우리에게 이런 어려움을 주시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 봤어요.”

 

사라가 침울한 표정으로 선생에게 계속 말했다.

 

너무나 분명한 선과 악의 싸움인데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에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가 있어요.

 

만약 내일 제가 구속되면 계속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이 돼요."

 

그렇지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사라가 선생의 눈을 보며 계속 말했다.


제가 어릴 때 아빠에게 들은 말씀 중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라는 말씀이 있어요.

 

하나님이 예레미아 선지자를 통해서 기도의 응답에 대해 하신 말씀인데 크고 은밀한 일은 안 보여 주셔도 좋으니까 선이 악에 승리할 수 있게만 해 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부르짖지 않아서 그런 건가요

 

머리에 재를 뿌리고 옷을 갈가리 찢고 부르짖어야 하나요?”

 

사라가 그동안 쌓였던 괴로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며 발갛게 되었다.

 

선생이 고개를 숙이고 잠시 침묵한 후 그녀를 보았다.

 

내가 무슨 말로 위로나 해답을 줄 수 있겠어요.

 

난 유대교인도 아닌데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끝까지 인내로 기다리는 것이 신앙인의 삶 아닐까요?”

 

사라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종업원이 따끈한 수프를 그릇에 담아 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호박과 옥수수를 넣은 노란 수프였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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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람산 텐트에서 먹는 저녁 식사는 맛있었다.

 

미리 가져온 밀전병과 즉석에서 장작불로 구운 양갈비를 잔뜩 먹은 후 아몬이 로벤에게 바라바의 신분을 밝혔다

 

로벤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인사했다.

 

이번에 나 때문에 수고가 많네. 다른 단원들에게는 아직 알리지 말게.”

 

아몬이 로벤에게 내일 재판에 관해 설명해 주고, 단원들 삼십 명 정도를 준비시키라고 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어이가 없네요

 

주제넘은 생각입니다만, 이번 기회에 아주 가야바를 응징해서 우리 열성당 위상을 떨치면 어떨까요?

 

산헤드린 재판소 경비 병력은 별로 많지 않으니 가능할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헤스론이 눈을 반짝이며 바라바를 바라보았다

 

아몬이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재판소 자체 경비 인원은 20명도 안 되지만 안토니오 요새가 가까워서 로마 성전 경비대가 금방 올 수 있지.

 

잘못하면 큰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네

 

보통 때는 200명 정도지만 아마 지금은 병력이 500명 이상 있을 거야.”

 

그래도 놈들이 사라를 구속하려 한다면 어차피 한판 싸워야 하는데 그때 가야바까지 혼을 내주면 더 좋을 것 같아.

 

뭐 죽일 것까지는 없고 팔 하나 정도 가볍게 부러뜨리면 어떨까?”

 

헤스론의 말이 끝나자 바라바가 입을 열었다.

 

“지금 최선은 사라가 구속되지 않고 우리도 그들과 싸우지 않는 것이지

 

여의치 않으면 사라를 재판정에서 빼내 와야겠지만...

 

지금 여기는 적진이나 다름없는데 이 이상의 모험을 할 필요는 없어

 

우리 단원들이 한두 사람이라도 다치거나 붙잡히지 않는 것이 우선이니까.”

 

바라바의 말에 로벤이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습니다. 바라바 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일단 사라의 피신을 위해 빠른 말 한 마리를 준비해 놓게

 

여차하면 내가 사라를 태우고 예루살렘 성문을 빠져나가야 하니까.”

 

바라바의 말에 아몬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아니야. 내가 사라와 같이 성문을 빠져나가는 게 좋겠어

 

만에 하나 두 사람 다 잡히면 안 되지.”

 

끝까지 걱정해 주는 그의 말에 바라바의 마음이 쓰려 왔다

 

이번 일만 끝나면 로마로 가기로 한 것이 더욱 미안했다

 

내일의 계획을 좀 더 상의한 후 바라바는 텐트 밖으로 나왔다.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길게 펼쳐져 있었다.

 

로마에서도 아마 이 은하수가 보일 것이다

 

저 뿌옇게 반짝이는 별들의 길을 따라가면 어디로 가게 될까

 

바라바는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이 은하수의 저편에 보이는 듯했다.

 

나는 편안하게 잘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몸조심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나중에 아득한 그 속에서 만나자고 하시는 것 같았다.

 

별이 반짝이는 것은,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이 그런 마음을, 지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표식이리라.

  

*예레미야 33:3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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