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판결.jpg

                                                                                  

바라바 174화 ★ 황제 티베리우스의 슬픔

wy 0 2023.04.12

 

 

티베리우스 황제가 로마에서 카프리 섬으로 은둔한 것에 대해 사람들은 여러 추측을 했다.

 

두 아들의 연이은 죽음에 충격을 받은 후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미망인이자 어머니인 리비아와의 사이가 나빠져서 그랬을 것이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청탁자들에게 진저리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암살에 대한 공포심도 한몫을 했을 법하다.

 

황제로서 법질서에 맞추어 그동안 처단한 사람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다.

 

또 겉으로는 웃는 낯에 허리를 연신 조아리고 있으나, 어느 누가 갑자기 먼 친척을 업고 왕위를 노리는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 모른다.

 

그는 15년 넘게 최고 권력자로서 로마제국을 다스려 왔다.

 

사람들의 기대를 만족시키며 좋은 평판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티베리우스는 카이사르 장군이 원로원에서 살해되고 2년 후에 태어났다.

 

어머니 리비아가 티베리우스의 친아버지를 떠나서 후일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될 남자, 옥타비아누스와 결혼했을 때 그는 세 살이었고 곧 옥타비아누스의 양자로 입적되었다.

 

그는 철학과 수사학에 뛰어났고 전장에서는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가 되었다.

 

세심하고 따스한 성격의 그는 여러 전쟁에서 승리한 후 로마에 돌아와 갑자기 사랑에 빠졌다.

 

원로원 가문의 빕사니아라는 처녀였다.

 

두 사람은 곧 결혼했고 그녀는 첫아들 드루수스를 낳았다.

 

그러나 황제의 운명을 타고난 티베리우스도 사랑의 아픔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그에게 빕사니아와 이혼하고 최근 과부가 된 자신의 딸 율리아와 결혼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티베리우스가 망설이자 양아버지인 황제는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위협했다.

 

눈물을 머금고 그는 황제의 뜻을 따랐다.

 

티베리우스1 shutterstock_2288000651.jpg

 

얼마 후 우연히 로마 길거리에서 빕사니아와 마주친 티베리우스는 주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흐느끼며 그녀에게 용서를 빌었다.

 

이 일을 누가 황제에게 알렸고 황제는 티베리우스에게 다시는 빕사니아를 만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후 그의 내면에서 따스함과 부드러움이 사라지고 냉정하고 잔인한 모습이 그의 삶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의 새 부인 율리아도 티베리우스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는 남편이 전쟁에 나간 동안 외간 남자를 침실로 불러들이고 그중에는 난장이도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녀는 마음대로 방탕했고 술과 향락이 있는 파티를 매일 즐겼다.

 

어느 날 갈리아의 전투에서 돌아와 보니 그녀가 창녀들을 데리고 집을 창녀 굴로 만들어 놓았다.

 

사람들이 쑥덕거리기 시작했고, 이 사실을 보고 받은 아우구스투스 황제도 더 이상 자기 딸을 변호할 수 없어서 티베리우스의 이혼을 허락했다.

 

나이가 마흔이 넘어서 이런 일을 당한 그는 수치심에 그리스의 로도스 섬으로 은거해 버렸다.

 

그러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재위 말년에 티베리우스를 다시 섬에서 불러내 철저한 황제 수업을 시켰다.

 

그 외에는 마땅한 후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티베리우스도 심기일전하여 온갖 도전을 물리쳐 나갔다.

 

몇 년 후 황제가 사망하자 그는 로마제국의 제2대 황제가 되었고 그에게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은 모두 제거해 버렸다.

 

이후 15년간 그는 원로원과 싸우고, 한편으로는 타협하며 제국을 이끌어 왔으나 양자 게르마니쿠스가 33살에, 친아들 드루수스가 34살에 각각 세상을 떠났다.

 

여러 가지 독살설과 음모설이 난무했고 이번에 황제는 카프리 섬으로 은거했다.

 

웬만한 일은 근위대장인 세야누스에게 맡기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일만 직접 통치했으나 믿었던 세야누스까지도 어느 날 음모설에 연루되어 처단되고 말았다.

 

이제 그의 나이도 어느덧 70을 넘어서 후계자를 정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원로원은 물론 황제의 친척이나 일반 시민들까지도 그것이 최대 관심사였다.

 

칼리굴라는 20살이 막 넘은 키가 크고 삐쩍 마른 젊은이였다.

 

길거리에서 그를 마주친다면 나이보다 더욱 어린 얼굴에 별 특징이 없어서 쉽게 기억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가 다음 황제 서열 1~2위라는 것과 최근 카프리 섬에서 티베리우스 황제와 몇 달간 같이 지내고 온 것을 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를 한 번이라도 만나서 미래의 권력에 줄을 대려고 애를 태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각하, 잘 다녀오셨습니까

 

얼굴이 많이 타셔서 건강해 보이십니다.”

 

아그리파가 칼리굴라의 집무실로 들어오며 인사했다.

 

그는 헤롯 대왕의 손자로 어려서부터 로마에서 자랐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로마의 황족과 변방의 왕족을 같이 교육함으로써, 그들의 유대를 어릴 때부터 강화시키는 정책은 로마제국의 세계화에 도움이 되었다.

 

아그리파는 칼리굴라가 별 볼 일 없을 때, 즉 황제의 두 아들에게만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을 때부터 칼리굴라에게 공을 들였으며, 이제 몇 안 되는 측근이 되었다.

 

그간 별일 없었지요? 나는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소

 

영감이 어찌나 잔소리가 심한지 표정 관리하기도 힘들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폐하의 건강은 어떠십니까?”

 

이번에 봤더니 예전과 좀 다르시더군요

 

감기도 자주 걸리고 기억력이 자꾸 떨어져서 어제 한 말도 잊어버리셔요.”

 

아니, 그러면 빨리 황위를 각하께 양도하셔야지 뭘 그리 꾸물거리시나요?”

 

, 목소리가 너무 커요. 여기는 벽에도 귀가 있소.”

 

칼리굴라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 죄송합니다.”

 

아그리파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예전에 격투기로 단련된 몸이라 연세에 비하면 건강하신 거지요.”

 

. 지난번 세야누스를 처단하실 때 보니까 그 위세가 젊으실 때 못지않더라구요

 

그런데 그 독살설은 사실인가요?”

 

황제의 아들 드루수스가 갑자기 피를 토하고 사망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드루수스의 아내 리빌라와 근위대장 세야누스가 눈이 맞아 포도주에 독을 타서 그를 독살한 것이 8년 후에 발각된 것이다.

 

황제는 격노했고 세야누스는 저항 한번 못하고 체포되어 즉시 사형이 집행되었다

 

분노한 시민들이 그의 시신을 찢었다고 한다.

 

, 무슨 근거가 나왔으니까 그런 조치를 하셨겠지요

 

우리로서는 잘된 일이고요. 세야누스는 클라우디오를 밀고 있었으니까.”

 

, 그건 그렇지요. 클라우디오 님은 그 후에는 숨도 크게 못 쉬고 황실도서관에서 책만 보고 계신다네요. 하하.”

 

그 형님은 원래 권력에는 욕심이 없으셔요. 다리도 한쪽이 불편한 데다 평생 학자로 공부만 하라면 좋아하실 겁니다.”

 

아그리파가 고개를 끄덕였고 하얀 옷을 입은 시녀가 은쟁반에 붉은 포도주를 가지고 들어왔다.

 

 

 

State
  • 현재 접속자 5 명
  • 오늘 방문자 111 명
  • 어제 방문자 405 명
  • 최대 방문자 884 명
  • 전체 방문자 288,281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