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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48화 ★ 감옥에서 강한 사람은..

wy 0 2023.01.11

루고 가낫세 collage.png

 

 이제 드디어 하루만 더 견디시면 석방입니다.”

 

변호사 가낫세가 루고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

 

루고의 얼굴에 재판을 앞둔 초조함이 엿보였다.

 

정말 틀림없겠지요?”

 

그럼요. 이제 저쪽에서 후회할 일만 남았습니다.”

 

루고는 얼마 전부터 수염을 깎지 않았다.

 

이제 나가서 복수를 시작할 텐데, 전보다 더 무서운 얼굴이 되고 싶었다.

 

그동안 사라를 두 번이나 만나서 죽였다.

 

물론 꿈속에서였고 어떻게 시행할지도 완벽한 계획을 세워 놓았다.

 

무단 놈은 잘 관리하고 계시지요?”

 

그럼요. 매달 약속한 돈을 틀림없이 주고 있습니다.

 

이제 지가 마음을 바꿔도 위증죄와 뇌물 수수죄로 크게 걸려든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요즘 바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로마의 실세였던 세야누스가 처형된 이후 매우 어수선합니다.

 

빌라도 총독도 바뀐다는 소문이 있고 로무스 근위대장은 곧 로마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가 돌아간다면 더욱 잘 되었다. 역시 감옥에서 오래 견딘 보람이 있다.

 

강한 사람이 끝까지 견디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견디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여기처럼 실감 나는 곳은 없다.

 

이제 곧 유월절이지요? 여기서는 오늘이 며칠인지 모를 때가 많아요.”

 

. 올해는 벌써부터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네요.

 

저도 이번 유월절에는 며칠 쉬려고 합니다. ”

 

, 예루살렘 최고의 변호사가 쉬시면 안 되지요. 억울한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들에게 변호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하하.”

 

기분이 좋아진 루고가 여유 있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옛날에도 변호사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만약 가낫세 선생이 모세의 변호사였다면 모세도 고생을 덜 하지 않았겠습니까. 하하.”

 

가낫세가 눈을 한두 번 깜빡거리고 말했다.

 

모세가 이집트 사람을 때려죽인 것은 우발적인 실수였습니다.

 

공연히 겁을 먹고 도망치는 바람에 40년을 광야에서 헤매었지요.

 

과실치사로 주장하여 1~2년만 고생하면 되는 것을.

 

사실 그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시체를 유기한 것도 아니었지요.”

 

말을 하다 보니까 루고 백부장의 살인과 비교되어서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래도 모세 덕분에 유월절이 생겨서 제가 이번에 며칠 쉬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잘 된 거지요.

 

그나저나 백부장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

 

가낫세가 적절히 화제를 바꾸었다.

 

. 제가 원래 건강한 체질인데 낮에도 어두컴컴한 곳에 오래 있다 보니까 눈이 좀 나빠진 것 같아요.

 

나가면 밝은 햇살을 쬐면서 넓은 공원에서 온종일 걸을 생각입니다.”

 

루고가 눈을 가늘게 뜨고 기대에 차서 말했다.

 

. 그러셔야지요. 이제 날씨도 많이 풀렸습니다. 그럼 내일 재판 끝나고 석방되시면 또 만나 뵙겠습니다.”

 

가낫세의 말은, 석방되면 받게 되어 있는 변호사비를 준비하라는 뜻이다.

 

. 염려 마세요. 석방되면 즉시 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가려던 가낫세가 다시 한 마디 하였다.

 

재판에서 저쪽이 제출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는 전혀 없겠지요?”

 

그럼요. 전혀 없어요.” 루고의 자신 있는 목소리였다.

 

면회장을 나가며 가낫세는 내일 들어올 돈을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루고가 석방에 따른 성공보수를 줄 것이고, 살로메라는 여자도 랍비 예수가 구속되는 사태에 대비한 변호사 착수금을 가져올 것이다.

 

겸사겸사 오늘 저녁에 가야바 대제사장을 만나서 미리 분위기를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 시장할 텐데 어서 많이 들게나.”

 

빌립 선생이 식탁 위에 마련된 음식을 손으로 가리키며 권했다.

 

.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이런 일 있으면 불러주세요.”

 

바라바가 작은 사과만한 올리브 열매를 한입 깨물어 먹었다.

 

별일 없어도 바라바 형이 시간 내서 한번 오세요.

 

오늘 멀리서만 봤는데 사해로 내려가서 물에 한 번 들어가 봐야지요.”

 

, 그래. 아까는 역청 냄새가 많이 나던데 들어가도 괜찮을까?”

 

그럼요. 그 냄새 때문이 아니라 소돔과 고모라 얘기 듣고 그러는 거지요? 하하.”

 

그 소금기둥이 물속에 있다니 좀 썰렁하긴 하네.”

 

선인장 꿀을 밀전병에 잔뜩 부으며 빌립 선생이 입을 열었다.

 

오래 전 사해 남쪽에 에돔인들이 살 때는 역청을 모아서 이집트에 팔았다네.

 

그들이 미이라를 만들 때 역청을 시신에 발랐다더군.”

 

역청이 그런데도 쓰이는군요. 에돔인들은 어디서 온 사람들인가요?”

 

그들도 아브라함의 자손인데 이삭의 형, 에서의 핏줄이라고 해.

 

, 헤롯 대왕이 에돔의 피가 섞여서 처음에 유대인들의 거부감이 대단했지.”

 

다 같은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면 그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나요?”

 

호란이 꿀전병을 입에 넣으며 물었다.

 

, 그렇긴 하지. 하지만 유대민족은 율법 책에 계승된 족보를 하나님의 축복으로 믿기 때문에 생각을 바꾸기는 불가능할 거야.

 

더구나 헤롯 대왕의 어머니는 나바테아 사람이라는 소문도 있었지.”

 

나바테아 사람이라면 사해의 남동쪽에 사는 아랍 민족이지요?”

 

바라바가 나바테아라는 말에 얼른 관심을 보였다.

 

그래. 그러니까 더 문제였지. 지금 헤롯 왕의 첫 번째 부인도 나바테아 왕국의 공주였어.”

 

그러고 보니 사해를 끼고 여러 민족이 모여 살았군요.

 

여하튼 다음에 오시면 같이 내려가 봐요.

 

사해의 진흙이 피부미용에도 좋아서 클레오파트라도 가져다 발랐다고 해요.”

 

호란이 바라바를 보며 하는 말이었다.

 

우리 호란이가 하루밖에 안 되었는데 바라바 형과 정이 들었나 보네. 자네가 빨리 다시 와야겠구먼.”

 

. 그렇게 하겠습니다.”

 

허기를 대충 때운 후 바라바가 일어날 준비를 하였다.

 

빌립 선생이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안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나오며 말했다.

 

이것은 에세네파를 상징하는 목걸이라네.

 

자네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니 꼭 하고 다니게. 우리의 하나님이 늘 지켜 주실 걸세.”

 

바라바가 받아보니 정교한 그림이 새겨져 있는 은목걸이였다.

 

이렇게 귀한 것을 제가 해도 되나요. 감사합니다.”

 

, 이제 마차가 준비되어 있으니 어서 떠나게.

 

요셉 님께 안부 전해 드리고

 

. 알겠습니다. 그럼 선생님 건강하세요.”

 

바라바는 서둘러 마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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