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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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04화 ★ 의심하는 마나헴

wy 0 2022.08.10

 마나헴이 레나와 유리를 마주 보고 앉았다. 

 

앞에 있는 이 두 모녀도 혹시 누보와 한패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건 좀 지나친 염려 같았다. 

 

부드럽고 토실토실한 유리의 뺨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고, 누보가 유리와 친구 같은 느낌이 기분 나빴다.

 

“도대체 내가 없는 사이에 저놈을 몇 번이나 만난 거야?”

 

마나헴이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유리에게 물었다.

 

“몇 번 안 만났어요. 한두 번 만났나, 잘 기억도 안 나요.”

 

“열성당 단원 패가 가짜라는 건 잘 기억하던데?”

 

“그건 그 패를 처음 보고 놀라서 잊을 수가 없었지요. 

 

누보 같은 사내가 열성당 단원이라면 좀 이상하잖아요.”

 

유리가 누보를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그렇긴 하지. 저놈이 열성당원 같지는 않은데…”

 

마나헴이 레나를 보며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결혼 날짜는 나왔나요?”

 

“네, 3주 후 일요일이 그중 좋은 것 같아요.”

 

“음, 3주 후 일요일이라면.... 유월절 2주 전이군. 

 

뭐 간단히 모여서 회당에서 치를 거니까... 근데 좋은 게 아니고, 그중 좋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마나헴의 날카로운 눈길이 두 모녀를 흝었다.

 

“오늘도 누보 사건 같은 엉뚱한 문제가 생겼듯이, 유월절 전까지는 마나헴 님의 별자리가 안정적 운행을 못하기 때문에 어렵게 고른 날이라는 거지요.”

 

“어휴, 그것 참... 그럼 유월절 이후로 미룰까요?”

 

“네. 2주만 더 기다리시면 되니까 그게 좋겠어요.”

 

마나헴이 유리를 보며 입맛을 한번 다시는 듯 쩝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그럼 유월절 지나자마자 좋은 날을 잡아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여하튼 오늘은 늦었으니 이제 가서 쉬고 내일 만납시다.”

 

“네, 마나헴 님, 내일 봬요.”

 

유리와 레나는 방으로 돌아오자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문밖에서 듣다가 열성당원 패에 대해 얼른 알려주지 않았으면 누보는 죽을 뻔 했어요.”

 

“그래, 그나마 다행이다. 누보가 일은 잘 끝냈겠지?”

 

“아마 그랬겠지요. 마나헴 없을 때 누보를 만나서 들어 봐야 하는데… 

 

“근데 누보가 진짜로 열성당 단원이니?”

 

“응, 나발 님이 시켜준 것 같아. 참, 나발 님과도 연락을 해야 하는데…”

 

“며칠은 극도로 조심해야 하니까 외출은 하면 안돼.”

 

“응, 내가 못 가면 엄마라도 나가서 만나요.”

 

“그래, 여하튼 오늘은 이만 자고 내일 아침에 또 생각해 보자. 

 

결혼식 날짜가 연기되어서 일단 다행이다.”

 

“아, 근데 처음 말한 날짜는 어떤 날이에요?”

 

“그날은 마나헴의 별이 제일 빛을 내지 못하는 날이다.”

 

“호호, 그랬군요. 그날 결혼식을 실지로 한다면 어찌 될지 궁금도 하네요.”

 

“유월절 이후 마나헴의 운세가 상당히 강해지는 건 사실이라 좀 걱정이 되네.”

 

잠시 후 엄마의 코 고는 소리가 새근새근 들렸다. 

 

유리는 나발을 생각했다. 

 

매사에 자신 있고 늠름한 체구에다 생각도 깊은 것 같았다. 

 

여러 면에서 자신의 짝으로 부족함이 없지만, 열성당에 너무 깊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만약 누보가 고문을 당해서 나발에 관한 말을 하면 큰일이다. 

 

지금이라도 몰래 누보를 풀어주고 싶은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내일 또 기회를 보기로 하고 유리는 꿈에서 나발을 만나기 바랐다.

 



 

누보가 며칠째 나타나지 않자 나발이 그의 집을 찾았다.

 

마침 누보의 어머니가 시장으로 나가는 중이었다.

 

“어머니, 저 나발인데 누보 집에 있나요?”

 

“나발아, 마침 잘 왔다. 

 

누보가 또 집에 안 들어오는데 요즘 무슨 일이 있니?”

 

나발이 눈만 끔벅이고 별말이 없었다.

 

“아이고, 이 녀석이 또 어디 가서 무슨 엉뚱한 짓을 하고 있나 보다.”

 

“아니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혹시 누보가 그동안 뭐 특별한 말은 하지 않던가요?”

 

“별말은 없었는데, 어제 내가 시장 갔다 온 사이에 누보가 집에 왔다 갔어.”

 

“그걸 어떻게 아세요?”

 

엄마는 입술을 몇 번 옴짝거리더니 말을 내뱉었다.

 

“은전 한 개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으니 알았지.”

 

은전을 안 주머니에서 꺼내 나발을 보여주는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크기변환]나발 레나.png

 

잠시 후 수염을 붙이고 가발을 쓴 나발이 레나의 가게로 들어갔다.

 

레나가 나발을 못 알아보며 말했다.

 

“손님, 어서 오세요. 무슨 일이 궁금하신가요?”

 

“이 집이 용하다고 친구에게 듣고 왔습니다.

 

도망간 여자를 찾는데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말을 하면서 나발이 레나가 앉아 있는 테이블 위에 ‘누보?’ 라는 글씨를 썼다.

 

나발을 알아본 레나가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엄지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안에 감금되어 있다는 표시였고 레나가 다시 침착하게 말했다.

 

“도망간 여자는 아마 이 근처에 있을 거예요.

 

그보다 평생 운을 보시면 싸게 해 드릴게요.”

 

나발도 태연하게 물었다.

 

“평생 운을 보는 데는 얼마인가요?”

 

“특별 가격으로 4데나리온만 내세요.”

 

“친구가 그러는데 3데나리온이면 된다고 하던데요.”

 

“아, 친구 두세 분이 같이 오시면 그렇게도 봐 드려요.”

 

이때 안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더니, 미친 황소같이 생긴 사람이 나와서 나발을 지긋이 쳐다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 있어서 좋을 게 없을 듯했다.

 

“그럼 친구와 다음에 같이 올게요.”

 

“네, 다음에 꼭 같이 오세요.”

 

 

일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발이 곧바로 바라바의 가게로 향했다.

 

마침 헤스론 형도 같이 있었다.

 

누보의 설명을 들은 바라바가 말했다.

 

“친구와 꼭 같이 오라는 건, 나발과 헤스론이 다시 와서 누보를 구출하라는 건데….”

 

“응, 그럼 되겠네. 내가 오늘 밤에 가서 데리고 나올게.”

 

헤스론의 말에 나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에 한 번 당한 후, 마나헴이 경호원을 늘렸는데 이번 놈은 생긴 게 보통이 아니에요.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고, 누보가 고생을 좀 하더라도 우선 유리를 만나서 상황 파악을 한 후 대책을 세워야 해요.”

 

“나발의 말이 맞는 거 같네. 당장 쳐들어가는 건 좀 위험해.”

 

바라바가 동의했다.

 

“그렇긴 하지만, 불쌍한 누보가 고문에 못 이겨 다 불어 버리면 어쩌지?”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누보도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지 잘 알고, 또 유리 모녀가 자신을 탈출시키려 하는 걸 알 거예요.”

 

헤스론이 당장 쳐들어가지 못해 답답하다며 신음 비슷한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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