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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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27화 ★ 마리아의 아들 예수

wy 0 2022.10.30

 회당은 마을의 큰 길가에 있었다.

 

우리가 거기에 다다를 때쯤에는 몇몇 사람들이 선생을 알아보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 마리아의 아들 예수 아닌가?’ 

 

호기심 많은 아이들과 머릿수건을 쓴 여인들이 우리의 뒤에서 멀찌감치 따라왔다.

 

선생의 아버지 요셉은 오래전 세상을 떠나서 사람들은 그를 마리아의 아들 예수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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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라는 이름이 너무 많아서 그래야 누군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말로는 예수스, 히브리 말로는 여호수아라고 하는데 갈릴리 지방은 지리적으로 시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시리아 방언인 아람어를 사용했다.

 

누군가 우리가 오는 것을 보고, 먼저 회당에 들어가서 알린 듯했다.

 

회당 입구에 들어가려는데 회당 문이 열리며 십여 명의 사람이 안에서 나왔다.

 

그들의 모습은 예수 선생을 썩 반기는 것 같지 않았다.

 

사람들 맨 뒤로 회당에서 그날의 모임을 이끌던 랍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고 긴 수염이 파도치듯 흘렀고, 작고 날카로운 눈매에 손에는 긴 지팡이를 짚고 나왔다.

 

태양이 우리의 눈을 바로 때리는 위치에 떠 있었고, 하얀 개 한 마리가 랍비를 돌아보며 지나갔다.

 

당신은 마리아의 아들 예수 아니요.

 

고향을 완전히 떠난 줄 알았는데 왜 돌아왔소?”

 

길고 무거워 보이는 지팡이로 땅을 세게 한번 치며 랍비가 내뱉은 말이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그들의 태도와 랍비의 기세에 주눅이 들었다.

 

고향의 형제자매들에게 들려줄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선생의 목소리는 앞에 서 있는 랍비보다 훨씬 작았다.

 

동네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왔고 선생의 소리를 들으려 몇 사람은 우리 뒤에 바짝 다가왔다.

 

율법서를 훼손하고 안식일을 가벼이 보는 자에게 들을 말이 없으니 어서 사막으로 돌아가시오.

 

지난번에도 회당에서 엉뚱한 소리를 해서 그렇게 혼이 나더니,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우리 마을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소.”

 

랍비가 증오의 시선을 감추지 않았으나 선생은 온화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람이 마신 술은 복이 있지요술이 사람으로 되었으니까요."

  

이게 무슨 소리인지 랍비는 물론 우리도 잘 알아듣지 못해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선생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했다.

 

"율법과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율법은 술보다 사람에게 더 중요합니다.

 

잘 읽으면 율법이 사람을 위해 있고 잘못 읽으면 율법이 노예처럼 사람을 부리게 됩니다.”

 

이 대목에서 랍비가 소리를 높여 선생의 말을 막았다.

 

그만하시오. 당신은 또 율법을 모욕하는 말로 거룩하신 하나님께 죄를 범하였소.

 

신성을 모독하는 사람은 돌멩이로 치게 되어 있다.”

 

그의 단호한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돌멩이가 날아와 선생의 어깨를 맞췄다.

 

우리는 선생을 보호하기 위해 그를 둘러쌓았다.

 

동네 젊은이 여러 명이 양을 칠 때 쓰는 막대기를 손에 들고 험악한 표정으로 다가왔고, 여기저기서 돌멩이가 계속 날아오기 시작했다.

 

선생도 안색이 굳어지며 당황하는 듯 보였다.

 

저놈들을 쫓아내자.”

 

누군가 큰 소리로 말하자 여럿이 함성을 지르며 우리에게 덤비기 시작했다.

 

돌멩이와 몽둥이를 피해 부리나케 달아나는 우리를 그들은 계속 쫓아왔다.

 

도망가는 내 귀에는 뒤에서 들리는 소리와 돌멩이가 우레와 같았다.

 

그 다급한 순간에도 왜 선생이 하늘의 불을 내려 이 사람들을 혼내지 않는지 답답했다.

 

피하며 몰리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이 마을에 들어올 때 올랐던 언덕 끝까지 이르렀고 뒤는 절벽이었다.

 

흥분한 젊은이 몇 명이 우리를 절벽에서 떨어뜨릴 기세로 다가왔다.

 

나와 도마는 양손에 돌멩이를, 베드로는 품 안의 칼을 꺼내 들고 선생 앞을 막아섰다.

 

그때 어떤 여자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

 

그만들 하세요. 가족도 누군지 못 알아보는 사람에게 너무 심하잖아요.”

 

선생의 어머니 마리아가 흥분한 마을 사람들 사이로 나와 랍비에게 말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우리가 위험하다는 소리를 듣고 급히 달려온 것 같았다.

 

늙은 랍비도 그 정도 했으면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숨을 몰아쉬며 아들을 보호하려는 마리아가 불쌍해 보였는지 사태를 진정시켰다.

 

당시의 치욕적인 일들이 요한의 머리에 낱낱이 스쳐 지나갔다.

 

 

살로메가 아들의 얼굴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그때 생각 많이 하지 말아라.

 

마리아 언니에게 나도 들었는데 예수 선생이 좀 너무 한 것 같더라.

 

아무리 그래도 엄마와 형제에게 가족이 아니라고 했으니 듣는 사람의 심정이 어땠겠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요한에게 어머니의 말이 계속 되었다.

 

그 후에 또 우리 모두 가나의 혼인 잔치에 갔을 때 예수 선생이 물을 포도주로 만들어서 여러 사람이 즐거웠지 않니.”

 

. 그랬지요. 그것이 선생님이 보여준 첫 번째 이적이었고요.

 

저는 그것도 이해가 안 돼요.

 

제자들이 기대했던 것은 우리를 멸시하고 돌을 던지는 자들에게 하늘의 불로 응징을 하던지, 아니면 적어도 천군 천사가 나타나서 보호하게 하셔야지요.

 

물로 포도주를 만들어서 아무나 같이 어울려 술드시니까 선생님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 그래. 나도 알고 있다

 

요한아, 그런데 너 예수 선생 가르침의 핵심이 뭐라고 생각하니?”

 

살로메의 질문에 요한이 언뜻 대답을 못 했다.

 

글쎄요. 그렇게 물어보시니까 잘 모르겠네요.”

 

요한이 어깨를 한번 들썩이고 엄마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들의 눈동자를 다정히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이 어떻게 하면 변화할 수 있는지가 그의 가르침의 핵심일 거야.”

 

요한이 귀를 바짝 세웠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에 묶여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지.

 

내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데, 내가 얼마나 아는 게 많은데, 또 내가 얼마나 돈이 많은데 감히 이런 나에게 함부로 하는 괘씸한 사람들 때문에 자주 화를 내게 돼.

 

그 반대도 마찬가지야.

 

내가 돈이 없고 배운 게 없다고 사람들이 나를 멸시한다고 생각하면, 늘 마음의 상처를 받고 아픈 가슴으로 살게 되지.

 

예수 선생은 이런 사람들에게 변화하라고, 거듭나라고 가르치는 거야

 

상대방의 잘못된 점을 고치려 말고 먼저 스스로 변화하라는 거지.”


, 그게 혹시 회개하는 거 아닐까요?”

 

그래. 역시 우리 요한이 머리가 좋구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 면에서 금방 썩고 없어질 포도가 포도주로 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변화니.

 

포도주가 되면 몇십 년이 지나도 달고 향긋한 맛이 그대로니까.

 

사람도 이렇게 한 번 포도에서 포도주로 변화하면 좋지 않겠니?

 

그 말씀을 들으니 그러네요.

 

선생님은 포도가 아니라 물로 포도주를 만드셨으니 더 대단하셨군요. 하하.”

 

어머니 살로메도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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