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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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08화 ★ 마음을 다스리는 것

wy 0 2022.08.24

 

“누보가 헤롯 궁 감옥으로 끌려가는 도중 도망갔다네.”


레나가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어머, 참 잘 되었네요. 어떻게 도망갔나요?”


“누가 갑자기 나타나서 밧줄을 끊고 우르소와 싸우는 동안 도망갔나 봐. 


오반이 보고하는 것을 잠깐 들었는데 누보가 너무 빨라서 쫓아갈 수가 없었다네.”


“나발님이 틀림없어요. 

 

지난번 내가 광장호텔에 갔던 것을 알고, 이 집 앞에서 내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다가 누보를 보았겠지요. 


여하튼 큰 걱정을 덜었네요. 

 

마나헴이 얼마나 화가 났을까. 호호.”


“그래, 오죽하겠니, 아마 너를 곧 불러서 누가 그랬을 것 같으냐고 물어볼 거다. 


마음속으로 우리를 의심하고 있어. 

 

이제 정말 조심하고 당분간 밖에는 절대 나가면 안 된다.”


“나발님을 만나러 나가야 하는데… 상의할 것도 있고….”


“그래도 지금은 나가지 마라. 마나헴이 독이 바짝 올라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유리는 누보를 구해 준 나발이 자랑스럽고, 이 집에서 빨리 탈출하고 싶었다. 


밖에서 오반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리님, 마나헴님이 찾으십니다.”


레나가 그 보란 듯이 눈을 깜빡거리며 어서 가보라고 했다.


마나헴의 방으로 들어가니 우르소가 바로 밖으로 나가는데 눈에 안대를 한 것 같았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마나헴이 유리를 잠시 바라보았다.


“누보 놈을 호송 도중 놓쳤다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어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놀라는 유리의 표정을 살피며 마나헴이 계속 말했다.


“가는 도중 두 놈의 습격을 받았는데, 한 놈은 나발 같고, 또 한 놈은 누구일까?”


그녀가 아무 말 않자 마나헴이 작은 쪽지를 들고, 유리가 앉은 소파 옆으로 와 앉았다.


유리의 몸이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나는 유리의 마음을 믿고 싶어. 

 

인도의 어느 시인이 쓴 글인데 한 번 들어봐요.”


마나헴이 굵으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크기변환]마음 shutterstock_1690467910.jpg


<마음>


미친 듯이 날뛰는 코끼리를 다스릴 수도 있고, 


곰과 호랑이의 입을 다물게 할 수도 있고,


사자 등에 올라타거나, 코브라를 희롱할 수도 있고, 


연금술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도 있고,


신분을 감추고 세상을 떠돌아다닐 수도 있고, 


신의 부하가 되어 항상 젊음을 간직할 수도 있고,


물 위를 걷고, 불 속에서 살아갈 수도 있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더 귀하고 더 힘든 일이로다. 


 - 아소카 대왕을 위해, 타유마 나바르 올림.



시를 다 읽은 마나헴이 유리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


”이 시 참 좋아요. 


이제 우리가 곧 결혼해서 새 출발을 하는데, 아무쪼록 마음을 잘 다스리도록 다짐합시다.


내가 나이는 좀 많아도, 유리를 누구 못지않게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있소. 


유리도 우리의 별자리를 운명이라 생각하고 다른 생각하지 말아요.“


“네, 잘 알겠습니다. 마나헴님.” 유리가 고개를 숙이고 다소곳이 대답했다.




 

바라바는 어제 아몬과 나눈 대화와 그의 실망한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바라바, 네가 그녀에게 호감이 있다는 건 나도 눈치챘었어.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녀와 같이 로마에 가서 산다는 것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너를 바라보고 있는 동지들이 얼마나 실망할지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나? 


이런 말까지 하긴 싫지만, 상대가 로마 여인이고, 로무스의 딸이라면 크게 오해받을 수가 있어.”


아무 대답이 없는 바라바에게 아몬이 목소리를 높였다.


“사무엘 선생님의 죽음을 네가 헛되이 하려는구나! 


나도, 미사엘도 열성당을 이끌어갈 수 없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바라바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나도 고민이 많았어. 

 

동지들에게 배신자나 겁쟁이가 될 수도 있겠지. 사실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아몬, 너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해 본 적이 있니? 


그냥 아름다운 꽃을 꺾어서 방에 갖다 놓고 싶은 그런 사랑 말고, 그 사람의 영혼을 사랑하는 느낌말이야.”


“영혼을 사랑한다고?”


“그래. 가문이나 외모같이 겉으로 알 수 있는 것 말고, 저 사람의 영혼을 위해 내가 없어지고 싶은 사랑, 두 명이 하나가 되어 나는 온전히 그림자로 남는 사랑….”


아몬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바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단단히 빠졌구나. 영혼은 하나님의 소관인데 인간이 뭘 할 수 있을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네가 사라와 결혼해서 열성당을 같이 이끌어 갈 줄 알았어. 


사라가 불쌍하지도 않은가?”


바라바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자 아몬의 목소리가 좀 낮아졌다.


“좀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너와 운명을 같이 한 친구의 간곡한 부탁이니까 다시 생각해 봐.”


예상한 반응이었지만, 막상 가장 믿고 앞으로 열성당을 부탁하려던 친구가 그렇게 말을 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바라바는 루브리아와 행복하게 사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이고, 이룰 수 없는 꿈인가라는 생각에 어젯밤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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