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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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01화 ★ 천국은 어디에

wy 0 2022.07.31

[크기변환]천국은 하늘에shutterstock_1117279712.jpg

 

루브리아의 손을 놓으며 헤로디아 왕비가 말했다.

 

손도 참 예쁘네. 반지가 아주 잘 어울려.

 

이렇게 마음씨 곱고 백합처럼 활짝 핀 루브리아를 데려가는 남자는 누굴까, 복도 많지.”

 

루브리아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자 왕비가 계속 말했다.

 

이제 날씨도 꽤 쌀쌀한데 다음에 우리 온천이나 한 번 가자.

 

그런데 루브리아가 어렸을 때 로마의 칼리굴라 님과 친했었지?”

 

, 어릴 때 같이 자라서 게르만 전장에서도 함께 뛰어놀았어요.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세요.

 

얼마 전 서신을 보내셨는데 아직 답장을 못 드렸네요.”

 

어머, 그러셨어? 나중에 로마에 가서 같이 한번 인사드리자.

 

사람들은 외로울수록 어릴 때 친구가 생각나는 법이야.

 

그분도 아마 지금 많이 외로울 거야.”

 

, 서신에도 그런 말씀이 있었어요.

 

저보고 로마에 오면 꼭 찾아오라고 하셨으니까, 왕비님과 같이 가면 좋을 거예요.”

 

, 그래. 사실 그런 자리에 있으면 주위 사람의 말을 골고루 잘 들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지.

 

나도 이 손바닥만한 땅의 왕비라고, 이런저런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 그분은 오죽하시겠어.

 

루브리아는 언제 로마에 갈 생각이지?”

 

저는 유월절 지나면 곧 아버지와 같이 가게 될 것 같아요.

 

그전에 제 눈 치료를 위해 예루살렘에 가서 예수 선생님을 만날 계획인데, 이번에 꼭 치료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 그래. 그 사람이 이적을 행한다는 소문이 파다해.

 

헤롯 전하께서도 죽은 세례요한이 살아온 게 아닌가 생각하시지. 호호.”

 

왕비가 일어나 하얀 통과 마실 물 두 잔을 옆방에서 가지고 왔다.

 

이 석청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전하께 가져온 히말라야 석청이야.

 

얼마 전에 나도 조금 먹어 봤는데 효과가 참 좋은 것 같아. 호호.”

 

헤로디아가 석청을 물에 타서 루브리아와 같이 마셨다.

 

두 사람은 동시에 바라바를 생각했다.

 

루브리아는 내일 식당에서 만날 생각을 했고, 왕비는 내 주쯤 다시 한번 오라고 할 계획이었다.

 

강하고 쌉쌀한 석청의 향내가 두 여인의 코를 찔렀다.

 

 

 

 

다음날, 새벽에 서리가 내려서 손이 시릴 정도로  쌀쌀했다.

 

루브리아는 하얀 목도리를 두 개 구해서 하나는 바라바를 주려고 가지고 나왔다.

 

사막의 겨울은 살얼음이 얼을 정도로 추웠다.

 

며칠 전의 아지랑이는 자취를 감추었다.

 

여름에는 겨울이 기억 안 나고, 겨울에는 여름이 아물아물한 것이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다.

 

오늘은 루브리아가 먼저 나와 바라바를 기다렸다.

 

일찍 오셨나 봐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천만에요. 늘 바라바 님이 저를 기다리셨잖아요.

 

오랜만에 만날 생각을 하니까 집에서 빨리 나오고 싶었어요.”

 

루브리아의 검고 큰 눈동자를 보며 바라바가 입을 열었다.

 

눈은 괜찮으시지요?”

 

, 이제 곧 예수 선생님을 만나면 고쳐주시겠지요.

 

이번에 예루살렘에 저와 같이 가실 수 있지요?”

 

루브리아가 얼굴을 바라바에게 가까이하며 물었다.

 

, 그래야지요. 사라 재판도 있고요.”

 

손뼉을 치는 시늉을 하며 그녀가 말했다.

 

정말 잘 되었어요. 예루살렘이 사막이라 밤에는 갈릴리보다 추워요.

 

이 목도리 하고 가세요.”

 

루브리아가 건네준 목도리는 부드럽고 가볍기가 솜털 같았다.

 

이렇게 좋은 건 처음 봤어요. 루브리아 님이 하시지요.”


제 것도 있어요. 똑같은 것을 세트로 구했어요.

 

헤롯 전하도 이런 하얀 천으로 만든 옷을 늘 입고 시찰을 하셔서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라고 유대인들이 부른대요.

 

우리도 이 목도리를 두르면 왕과 왕비가 된 기분일 거예요. 호호.”

 

루브리아의 말에 바라바가 싱긋 웃은 후 물었다.

 

지난번 서신에 살이 찐 것 같다고 쓰셨는데 제가 볼 때는 전혀 모르겠어요.”

 

바라바 님이 못 보는 부분만 살이 조금 쪘어요.

 

너무 열심히 찾으려고 하지 마세요. 호호.”

 

바라바의 시선이 입을 가리고 웃는 루브리아의 손에 멈췄다.

 

오늘 끼고 나오신 반지도 루브리아 님과 참 잘 어울리네요.”

 

이렇게 큰 흑진주 처음 보셨지요?

 

어제 왕비님께서 불러서 갔더니 선물로 주셨어요.”

 

바라바는 헤로디아 왕비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음식은 늘 먹던 흰 살 생선이 나왔고, 오랜만에 와서 맛있다며 루브리아가 빠르게 접시를 비우고 있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자 그녀가 말했다.

 

이번 여행에 아버지가 경호원을 한 사람 붙이셨어요.

 

바라바 님이 같이 간다고 말하면 아무 걱정 안 하실 텐데 그럴 수도 없고, 유타나와 사라도 있으니까 경호원을 따돌릴 수 있을 거예요.”

 

바라바가 고개를 끄덕인 후 물었다. 


로마는 유월절 끝나면 바로 가시나요?”

 

, 그렇게 될 것 같아요. 로마도 좋지만 카프리 섬은 정말 천국 같은 곳이지요.


바라바 님의 일들이 잘 마무리되고 빨리 오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시위는 너무 전면에 나서지 말고 각별히 조심하셔야 해요.

 

빌라도 총독의 성격이 원래 좀 난폭한데, 요즘 특히 기분이 안 좋다고 들었어요.”

 

, 이번 일이 끝나면 카프리 섬에 꼭 같이 가고 싶습니다.”


바라바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루브리아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말했다.

 

어떤 사람이 천국이 하늘에 있나요?’ 라고 예수 선생님께 물었는데 천국이 하늘에 있으면 새들이 우리보다 빨리 가겠어요라고 하셨대요

 

그분이 비유로 말씀을 참 잘하시는 것 같아요.”

 

, 그러네요. 정말 천국은 어디 있는 걸까요?”

 

저는 어디 있는지 알아요. “


어디 있는데요?”

 

루브리아가 바라바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대답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곳이 천국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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