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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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99화 ★ 수행 경호원 우르소

wy 0 2022.07.24

아셀을 면회하고 감옥 밖으로 나오는 마나헴에게 거구의 사내가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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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헴에게 지팡이를 건네준 후, 그의 뒤를 조용히 따르는 그는 얼핏 뿔만 없는 화난 황소 같았다.

 

작년 갈릴리 레슬링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우르소였다.

 

지난번 강도에게 당한 이후, 아무래도 수행 경호원이 한 명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르소는 어려서부터 괴력을 보였는데, 열다섯 살 때 황소의 뿔을 뽑아 넘어뜨려 죽인 일도 있었다.

 

많은 로마의 군인들이 믿고 있는 미트라교는 황소의 피를 마시며, 미트라 신께 전쟁의 승리와 안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

 

제사장이 황소를 제대로 잡지 못하자 흥분해서 날뛰며 덤비는 황소를 우르소가 양손으로 뿔을 잡고 쓰러뜨린 것이다.

 

 

마나헴은 결혼식 때까지 유리의 외부 출입을 금지했다.

 

오늘도 친구와 약속이 있다는 것을 못 가게 했더니, 별로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이제 곧 결혼할 처녀가 여러 손님의 얼굴을 보는 것도 좋지 않아서, 점성술도 못하게 했다.

 

오늘은 결혼 날짜가 나왔는지 레나에게 물어보고, 유리도 좀 달래줄 겸 면회를 끝내고 바로 점성술 아지트로 왔다.

 

유리는 집에 있지요?”

 

집에 들어가자마자 레나에게 물었다.

 

그럼요. 자기 방에서 쉬고 있어요.

 

마나헴 님이 오신다고 했는데 어디를 가겠어요

 

이제 신부수업을 해야지요

 

어제부터 손님도 안 보고 있어요.”

 

다 유리를 위한 거니까 잘 이해시키세요.”

 

. 그럼요, 아침에 면회는 잘 다녀오셨나요?”

 

마나헴이 별 대답이 없었다.

 

이제 마나헴 님이 잡으려는 사람을 확실히 알았으니까 저도 신경 써 볼게요.

 

손님 중에 알만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 그건 그렇고 결혼 날짜는 나왔나요?”

 

, 보고 있기는 한.”

 

레나는 말꼬리를 흐렸다.

 

왜 또 무슨 문제가 있나요? 지난번 붉은 별처럼?”

 

유월절 전에는 썩 좋은 날이 언뜻 없네요.”

 

레나가 마나헴의 눈치를 슬쩍 보며 말했다.

 

그건 안 돼요

 

유월절 전에 성전 경호를 위해 내려가야 하고 또 언제 올지 모르니까 그전에 무조건 괜찮은 날로 잡아봐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며칠만 시간을 더 주세요.

 

오늘내일 별자리를 좀 더 보고요.”

 

그래요. 지난번처럼 안 좋은 일만 없으면 가능한 한 빨리 잡아봐요

 

이제 우리 유리 좀 데리고 오세요.”

 

레나가 나가서 유리를 데리고 들어왔다.

 

유리는 오늘 누보를 못 만난 것이 너무 속이 상했다.

 

분명히 금고를 발견했고 은전이 매우 많다고 했다.

 

그래도 지금 마나헴의 성질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약간 뾰로통한 얼굴로 방으로 들어온 유리를 마나헴이 반겼다.

 

아이고, 우리 유리 님이 입이 좀 나오셨네.

 

하하. 미안해요. 그래도 이제 곧 결혼할 사람이니까 집에서 신부수업만 해요.”

 

, 알아요. 이제 점성술을 보러 현관에도 안 나가잖아요.

 

마나헴 님이 안 오실 때는 시장이나 식당에는 가도 되지요?”

 

나갈 때는 엄마와 같이 다녀요.”

 

마나헴이 유리의 손을 슬며시 잡으며 말했다.

 

레나가 마실 것을 가져오겠다며 방을 나갔고, 유리는 누보가 오늘 일을 잘 끝냈으면 나중에 은전을 좀 나눠주겠지 생각했다.

 

 

 

 

헤로디아 왕비로부터 궁으로 들어오라는 연락이 왔다.

 

루브리아는 왕비에게 받은 진주목걸이를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왕비가 직접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루브리아. 어서 와, 내 방으로 갈까?”

 

, 왕비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헤로디아가 먼저 복도로 걸어 나가고 루브리아가 그 뒤를 따랐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왕비가 발걸음을 멈추고 벽에 있는 황제의 흉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얼마 전 바꾼 황제 폐하의 흉상인데 루브리아가 보기에 어때?”

 

, . 아주 잘 어울리네요

 

왕비님의 안목이 대단하십니다.”

 

내 안목이라기보다 전문가가 고른 거야.”

 

루브리아는 비너스상을 사러 나갔다가 바라바를 처음 만난 때가 생각났다.

 

왕비가 뭐가 재미있는지 깔깔거리고 웃더니 루브리아에게 말했다.

 

루브리아도 뭐 필요한 조각이나 동상 있으면 말해.

 

내가 전문가 한 사람 소개해 줄게.”

 

왕비의 방에는 앞 탁자에 조그만 상자가 하나 있었다.

 

뭘까 생각하는데 왕비가 물었다.

 

요즘 루브리아 눈은 좀 어떤가?”

 

. 염려해 주신 덕분에 괜찮습니다.”

 

, 다행이네. 그리고 아까 보자마자 느꼈는데 역시 그 목걸이는 루브리아가 참 잘 어울려.”

 

고맙습니다. 왕비님. 저한테 너무 과분한 목걸이 같아요.”

 

천만에, 루브리아의 우아한 자태가 그 진주들과 잘 어울리는 거야.

 

이 상자 열어 봐.”

 

왕비가 탁자 위의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루브리아가 조심스레 열어보니 안에는 진주 반지가 있었다.

 

황금색이 은은히 도는 흑진주는 크기가 포도송이만 했다.

 

그 반지가 목걸이와 한 쌍이니까 반지도 자기가 끼워 봐.”

 

어머,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흑진주는 처음 봤어요.”

 

루브리아가 오른손 셋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목 근처에 손을 올리니 목걸이도 더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 반지도 루브리아가 임자야. 가지고 가서 해.”

 

어머, 아니에요.

 

실은 목걸이를 이제 돌려 드릴까 하고 오늘 이렇게 하고 왔어요.”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해.

 

루브리아와 나 사이에 그럼 안 되지.

 

난 루브리아를 늘 조카같이 생각하는데 루브리아는 아닌가 봐.”

 

헤로디아가 과장되게 눈살을 찌푸리며 루브리아에게 말했다.

 

왕비님께서 그러시면 저야 큰 영광이지요. 감사합니다.”

 

루브리아가 얼른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그래서 우리 가문에 좋은 청년을 루브리아와 짝을 지어주려고 해.

 

지금 생각하고 있는 젊은이가 한 사람 있는데 앞으로 유대 총독으로도 나올 수 있어.

 

유월절 끝나고 로마에 갈 생각인데 그때 같이 가서 일을 주선해 볼게.”

 

어머,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눈도 아직 안 나았고, 다른 공부할 일도 있어서 결혼 생각은 안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시나?”

 

아버지는 잘 모르겠어요.”

 

호호, 잘 모르는 게 아니고 루브리아의 신랑감을 찾고 계실 거야.

 

나도 이모 같은 생각으로 그러는 거야

 

루브리아는 어머니도 안 계셔서 내가 더 신경을 쓰고 싶어.”

 

헤로디아는 애처롭다는 표정으로 왼손을 뻗어 루브리아의 반지 낀 손을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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