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사라의 집에 모여 있었다.
나발이 들어오며 바라바 형님이 무슨 일이 있냐고 사라에게 물었다.
아셀 당수님 면회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할 수 없이 혼자 면회를 하고 왔다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들은 사라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바라바 오빠가 웬일일까? 그럴 사람이 아닌데….”
“나도 걱정이 돼서 그냥 돌아올까 하다가 면회는 해야겠기에 하고 왔어.”
짧은 침묵이 흐른 후 나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아셀 당수 님이 저에게 하신 말씀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나발의 얼굴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꽂혔다.
“당수님은 다행히 건강해 보이셨습니다.
예상 못 한 습격에 어이없이 당하신 것을 한탄하시고, 미리 방비를 못 한 것에 대해 미안해하셨습니다.”
“당수님이 고문을 당하시진 않았소?”
미사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네, 얼굴도 그대로시고 아직은 괜찮으십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물었더니…”
나발이 잠시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어나갔다.
“앞으로 모든 일을 바라바 님과 저 나발이 잘 협의하여 결정하라고 하셨습니다.
아몬 님 과 미사엘 님은 신분이 외부에 많이 노출되었으니, 이런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시위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일임을 하신다는 건가?”
아몬이 확인하듯 나발에게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자신이 체포되었지만, 거기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나발은 아셀이 한 말을 거꾸로 전했다.
사라는 나발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소리로만 들리고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머릿속에 바라바 오빠의 걱정으로 꽉 차 있어서 당장이라도 가게로 가 봐야 할 것 같았다.
미사엘이 입을 열었다.
“나발 동지, 수고 많았소.
아셀 당수님이 그래도 그만하시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지금 모인 우리 중 바라바 님과 나발 동지가 활동하기가 편하니까, 두 사람이 중심이 되어서 앞으로의 일을 추진하라는 말씀 같군요.
그런데 지금 바라바 님이 없어서 시위에 대한 결론을 내기 어렵습니다.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바라바 님부터 확인해 본 후 다시 모이는 게 어떻겠습니까?”
“네,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몬이 선뜻 동의를 하는데 누가 문을 천천히 열고 들어왔다.
바라바였다.
“어머, 바라바 오빠, 어떻게 된 거야?”
사라의 목소리가 반가움에 떨렸다.
“미안합니다 여러분. 제가 뭘 좀 잘못 먹었는지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바라바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눈도 며칠 잠을 못 잔 사람 같이 벌갰다.
“아니 뭘 잘못 먹었길래?” 사라가 참지 못하고 계속 물었다.
“응, 오래된 석청을 먹었는데 그게 좀 이상했나 봐.”
석청이 가끔 사람을 혼절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모인 사람들이 안심하는 기색이었다.
“그동안 얼굴이 쏙 빠졌네.
어렸을 때 레슬링 경기에 며칠 나갔다 온 것 같아.
석청이 몸에 안 맞으면 그렇게 되는구나!”
헤스론이 바라바가 나타난 것에 반가워서 큰 소리로 말했다.
“음, 나 때문에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나발은 아셀 당수 님 만났지?”
나발이 조금 전 말한 내용을 그대로 바라바에게 다시 말했다.
“당수 님 뜻이 그러시다면 우리가 더 신중히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해 봐야겠네.”
사라는 옆자리에 앉아서 발언을 하는 바라바에게서 뭔가 묘한 향내가 나는 것을 느꼈다.
이제 사라는 모인 사람 중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바라바에게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그녀를 지옥에서 천국으로 옮겨 놓았다.
나발이 바라바에게 조금 더 설명을 했다.
“아셀 당수 님은 제가 독수리 깃발만 탈취하면, 석방 교섭을 해서 풀려나시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예정대로 대규모 시위를 진행하면 되겠습니다.”
“그 깃발은 언제 우리 손에 들어오나?” 미사엘이 물었다.
“근일 내에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그 후에 아셀 당수 님과 동료들을 석방시킨 후 시위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미사엘이 동의를 구하듯 바라바를 돌아보며 말했다.
바라바는 머리가 무겁고 속이 메스꺼워서 무슨 말을 할 수 없었다.
사라가 가지고 온 물 한 컵을 다 마셨는데도 사람들이 하는 말에 정신이 집중되지 않고 아직도 꿈을 꾼 것 같았다.
바라바가 조금 전 눈을 떠 보니 혼자 보라색 침대에 누워있었고 머리맡에 작은 쪽지가 있었다.
<바라바, 가지고 온 석청 잘 먹었어요. 그리고 히말라야산 석청도 그대가 말한 대로 진품이 틀림없네요.
사람이 살면서 어떤 때는 꿈인가 생시인가 할 때가 있는데, 너무 따지지 말고 즐겁게 살도록 해요.
나하고 나눈 대화 잘 기억하고, 바라바가 생각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기 바래요>
쪽지의 내용을 생각하는데 사라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바라바 오빠, 아무래도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괜찮아?”
“어, 괜찮아.” 머리를 흔들며 대화에 집중하니 나발이 발언하고 있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모든 힘을 합쳐서 우리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아셀 님의 생각도 알았으니까 지금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선정하여 이 난국을 돌파해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비상대책위 위원장은 바라바가 맡아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바라바가 새 직책을 수락하면서 몇 가지 생각을 말했다.
“네, 우선 우리의 요구사항을 먼저 헤롯 왕께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곧 나발이 추진하는 일이 성사가 되면, 아셀 님을 비롯한 동료들이 석방된 후 시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시위 장소는 헤롯 궁보다는 빌라도 총독 관저 앞에서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헤롯 왕의 승인을 얻기 쉬울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이 일리가 있네요. 바라바 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미사엘이 선뜻 찬동을 하며 발언을 계속했다.
“그럼 부위원장은 누가 맡는 게 좋을까요?”
모두 별말이 없자 미사엘이 또 말했다.
“지금 어차피 실무적으로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나발 동지가 어떨까요?”
나발이 웃으며 사양의 말을 했다.
“하하, 저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선배님들이 많으신데요….”
그 말을 들은 아몬이 바라바를 보며 말했다.
“그렇긴 한데 나나 미사엘 님은 너무 노출되어 있네.”
“부위원장 선임은 위원장께 일임하는 게 어떨까요?”
사라가 말하자 모두 동의하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라바가 눈을 몇 번 깜박거린 후 천천히 말했다.
“부위원장은 미사엘 님이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바라바의 말에 나발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