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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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16 ★ 강도들도 안식일에는 쉰다

wy 0 2023.09.06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가 세겜의 외곽도로를 질주하는 가운데, 그리심 산이 오른쪽으로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산 정상에는 겨울에 눈이 쌓이는 지역도 있었다

 

유대인의 조상 아브라함이 2천 년 전 가나안 땅의 세겜에서 여호와를 위해 최초의 제단을 쌓았다.

 

그후 야곱도 이곳에서 제단을 쌓았다

 

산을 끼고 넘어가는 길은 공기가 차가웠다.

 

마차의 커튼을 닫으실까요?”

 

로벤이 잊지 않고 말했다.

 

그래요. 여기부터는 산길이니까 그게 좋겠어요.”

 

앞뒤로 최대 8명이 탈 수 있는 마차는 옆구리에 근위대의 마차인 것을 표시하는 창과 방패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여간 배짱이 큰 도적이 아니고는 함부로 덤빌 수 없는 크기와 모양이었다.

 

커튼이 얇아서 안에서는 밖의 경치가 대강 보였다.

 

그리심 산은 험한 악산은 아니지만, 마주 보는 에발 산을 거느리며 넓게 자리 잡고 있어서 구석구석 무엇이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사마리아인들은 이 그리심 산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대요.

 

열성당 비밀조직이 사마리아에도 있다는데 그들의 율법 준수 정신은 유대인들보다 훨씬 강한가 봐요.”

 

 

사라의 말에 로벤이 궁금한 듯 물었다.

 

, 그렇군요. 그 조직이 아직도 있을까요?”

글쎄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이방인의 피가 섞여서 유대와 서로 원수지간처럼 되었지만, 사마리아인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헤롯 대왕도 아랍인의 피가 흐른다고 들었어요.”

 

그래요. 에돔인의 피가 섞여 있지요.

 

헤롯 대왕은 사마리아 포용 정책의 일환으로 부인 중 한 사람을 사마리아에서 데려왔어요

 

말타스라는 여자인데 지금 헤롯 왕의 어머니에요.”

 

그렇군요. 헤롯왕도 사마리아의 피가 섞였는데, 서로의 과거가 용서가 안 되네요.”

 

로벤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차의 속도가 갑자기 줄어들며 앞에 시꺼먼 물체가 여럿 나타났다.

 

마차 안에서 보니 엄청난 거구에 머리에 뿔까지 난 괴물 같았다.


드디어 산적을 만났구나 생각하는데 네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앞에 사슴 떼가 나타나서 잠깐 섰습니다.”

 

사라와 로벤이 서로 쳐다보며 긴 숨을 내쉬었다.

 

커튼을 열었더니 야생 향나무 냄새가 났고, 마차 앞으로 시냇물을 찾는 듯한 사슴 무리가 5~6마리 천천히 평화롭게 지나가고 있었다.

 

, 정말 오늘 안식일이지요

 

북이스라엘 사람들은 예전에 앗수르 사람들이 쳐들어와도 안식일에는 싸우지 않고, 그대로 죽거나 포로로 잡혔다는데 오늘 강도들도 절대로 일 안 하겠네요.”

 

로벤의 들뜬 목소리를 네리가 듣고 앞에서 대꾸했다.

 

당연하지. 그래서 사마리아 지름길로 바로 온 거 아니였어?”

 

진작 좀 알려주지. 그동안 얼마나 가슴 졸였는데. 하하.”

 

나도 그 생각을 미처 못했네요. 호호."

 

모두 한바탕 웃고 네리가 마차를 출발시켰다.

 

깊은 산속,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잠시 후 로벤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마차가 그리심 산을 돌아 내려가면서 탁 트인 넓은 평야가 사라의 시선에 들어왔다.

 

저 멀리 오른쪽으로 햇빛에 은은히 반사하는 지역이 갈리리 호수인 듯싶었다.

 

 

 

 

베다니 시몬의 집은 일찍부터 아낙네들이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산나도 그녀의 몸집만 한 화덕 앞에서 열심히 빵을 굽고 있었다.

 

커다란 주전자 모양의 화덕은 돌로 되어 있으며, 그 바닥에는 작은 부싯돌들이 잿더미 속에 저장되어 있다.

 

거기에 불을 붙인 후 반죽을 화덕 위에 올려놓으면 이내 빵들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다

 

배고픈 어린아이들이 수산나가 잠깐 자리를 비우면 덜 구워진 빵을 집어 먹기도 한다.


한쪽에서는 마리아가 두 개의 큰 솥에 양고기와 소고기를 끓이고 있었다

 

두꺼운 무쇠솥이라 물이 잘 식지 않아 음식이 오래 보관되었다

 

그녀의 얼굴이 벌겋다.

 

구수한 빵 냄새와 기름진 고기 냄새가 시몬의 집을 잔칫집처럼 만들었다.

 

요한 살로메 collage.png

 

아무래도 무슨 일이 또 있나 보다

 

그분들이 오늘도 못 오는 것 같아.”

 

어머니의 말에 대답하는 요한의 목소리가 침울했다.

 

내일 예루살렘에 나가서 잠깐 시온 호텔에 가봐야겠어요.”

 

, 그래. 변호사비도 곧 줘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착수금 받고 일을 안 하게 돼도 돌려주지 않지?”

 

지난번 계약서에 그런 말이 없어서 아마 안 돌려줄 거예요.”

 

그때 그 생각을 미처 못했네

 

근데 야고보는 아직도 자기 형을 전혀 인정하지 않아

 

걔 말을 들으면 이번에도 좀 걱정이 되는구나.”

 

야고보 형 성격이 원래 그렇잖아요

 

그래도 속이 깊고 정도 많아요

 

저런 사람이 한번 돌아서면 누구보다 더 열심히 선생님을 따를 거예요.”

 

, 그럴 수도 있겠지

 

여하튼 이번 유월절에 예수 선생의 명성이 예루살렘에 더욱 널리 퍼져서 새로운 왕국이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

 

, 그런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이 집에 나사로가  죽었다가 살아난 것이 소문이 나서 그를 보러 오는 사람도 꽤 많아요."

 

, 그런데 아까 왔던 엘리아셀 패거리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

 

. 그 사람들도 나사로 소문 듣고 온 거예요."

 

죽은 사람을 살려냈다니, 인간으로서 그 이상 관심 있는 게 어디 있겠니

 

근데 여기 오는 사람 중에 옷차림도 안 좋고 좀 이상한 남자가 몇 있는 것 같아.”

 

. 엘리아셀 식당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인데 못 오게 할 수도 없고.”

 

게네들 남자들끼리 좋아하는 애들이지?”

 

. 그런 것 같아요.”

 

로마 황제가 그렇다는 소문도 있으니 뭐 할 말 없지.”

 

어떤 사람은 다윗 왕과 요나단의 관계도 그런 관계였다고 생각하던데요.”

 

그래. 처음에 사울 왕과 다윗도 그렇게 친해진 후에 요나단과 삼각관계로 얽혀서 복잡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 ”

 

. 여하튼 옛날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그런 동성애를 했나 봐요

 

지금도 그런 사람은 식사할 때도 상대방에 기대서 누워있어요.

 

사실은 습관이 그런데 잘못 오해받는 경우도 있지만요.”

 

요한아, 너는 이 집의 마르타와 마리아 중 누가 더 마음에 드니?”

 

글쎄요. 둘이 워낙 용모나 성격이 달라서요, 잘 모르겠어요.”

 

그 둘보다 설마 나사로가 더 좋은 건 아니지? ”

 

아뇨, 그럴 리가요.” 

 

오후 햇살이 나른하게 마당을 쪼이고 검정 염소 한 마리가 큰 솥 옆에 앉아 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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