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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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04화 ★ 빌라도의 예루살렘 행차

wy 0 2023.07.26

빌라도의 행차는 카이사레아에서 출발하여 남동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샤론 평야를 지났다.

 

항구도시인 욥바에서 온천도 할 겸 어제저녁 하루 쉬고 아침 일찍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4마리의 백마가 끄는 호화로운 마차에 아내 프로클라도 함께 타고 있었다.

 

빌라도 프로클라 collage.png

 

유대인 순례자들은 1년에 3번 예루살렘을 방문한다.

 

유월절, 초막절, 맥추절인데 로마 총독도 유월절은 예루살렘에서 지내는 것이 관례였다.

 

빌라도는 유대인을 혐오했고 이런 명절에는 더욱 신경이 예민해졌다.

 

100만이 넘는 유대인이 모이는 1주일은 자칫 큰 소요 사태가 일어나기 쉽고, 이런 일은 로마 황제가 알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강력하게 진압했다가는 여호와밖에는 신이 없다는 정신 나간 유대인들의 큰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이래저래 조심스러운 시기에 불편한 장소로 향하는 빌라도는, 이번에는 헤롯 대왕이 만든 궁전에만 푹 박혀 지낼 생각이었다.

 

그의 행렬을 호위하는 병사는 5백 명인데 로마군보다는 페니키아 용병이 더 많았다.

 

올해로 벌써 유대 총독으로 부임한 지 7년이 넘었다

 

초창기에는 멋모르고, 무식하고 완고한 유대인들을 가르쳐 고쳐 보려 하였다.

 

모든 일을 법대로 엄격히 시행했고,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으로 바꾸는 정의로운 지도자가 되고 싶었다.

 

큰 착각이었다.

 

로마에서의 정상적인 것이 강을 건너고 사막을 건너면 비정상적인 것이 되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이 정상이었다.

 

이제는 가끔 빌라도 본인도 혼동될 때가 있었다.

 

게다가 얼마 전 로마 근위대장이던 세야누스가 하루아침에 몰락한 후로는 모든 일에 자신이 없어졌다.

 

무슨 생각을 그리하세요?”

 

옆에 앉은 프로클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아니오.”

 

빌라도는 프로클라의 하얀 손을 두터운 오른손으로 살며시 잡았다

 

어제 온천을 해서 그런지 그녀의 얼굴이 더욱 뽀얗게 피는 듯했다.

 

프로클라는 처음부터 빌라도의 강경 정책을 못마땅해했다

 

유대인들은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존중해 주며 간접적으로 통치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었다.

 

그리스 철학과 역사를 공부한 그녀의 안목이 정확할 때가 있었다

 

유대민족 2천 년의 역사를 볼 때 그것이 현명한 방법 같기도 했다.

 

당신 생각에는 앞으로 이 나라가 어떻게 될 것 같소?”

 

그거야 이 땅의 최고 권세를 지닌 빌라도 총독께서 하시기 나름이겠지요. 호호.”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소.

 

그래서 그들을 위해 상수도 사업을 크게 벌였는데, 여기에 쓰인 재원의 일부가 성전에서 지출되었다는 이유로 큰 민란이 발생하였지요.

 

도대체 이 사람들은 자기네 신에게 기도만 하면 모든 우물에서 생수가 솟아오른다고 믿는 것 같아요.”

 

. 저도 그 일은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해요.

 

그 상수도 공사가 완공되었으면, 지금 가는 이 길도 충분한 농업용수가 공급되어 이렇게 땅이 건조하지 않고, 주위에 오렌지와 포도농장도 더 많은 수확을 올릴 텐데요.”

 

그런 걸 생각하면 별 희망이 없는 민족 같소이다.

 

더구나 그동안 안정되었던 정치 세력들도 이번에 빌립 왕이 사망하여 여러 변수가 생겼어요

 

아마 헤로디아 왕비가 곧 로마로 달려갈 것이오.”

 

. 정치는 그렇지만 그래도 유대인 중에 젊고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지식인들이 산헤드린에 몇 명 있어요.”

 

빌라도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유대 총독 빌라도와 그의 부인 프로클라를 태우고 동쪽으로 천천히 향하는 마차를, 예루살렘에서 뜨는 해가 정면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늦게 온 것 같아.”

 

마리아가 동생 살로메에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베다니 시몬의 집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예수 선생이 뭐라고 해요?”

 

예정대로 내일부터 예루살렘에 매일 가야 한다는군

 

이번에는 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으니, 야고보와 그냥 갈릴리로 돌아가자고 했는데 대꾸도 안 해

 

나를 어머니로 생각 안 한지 오래 되었어.”

 

그래도 속으로는 안 그럴 거예요.”

 

요즘은 사람들이 다윗의 자손이라 불러도 아무 말도 안 한다면서?”

 

, 이제는 아니라고 해도 믿지도 않을 거예요.”

 

몇 년 전 나사렛에서도 얼마나 아찔했는지 기억나지?

 

그때 내가 나서지 않았으면 예수는 흥분한 회당 사람들에게 밀려서 낭떠러지에서 떨어졌을 거야.”

 

그럼요. 그때 우리 요한도 같이 있었지요.”

 

태어날 때부터 시므온이라는 사람이 와서 이상한 말을 하더니 그 말이 맞나봐.”

 

뭐라고 그랬었지요?”

 

조금 긴 말을 했는데 다 기억은 안나고, 예수로 인하여 칼이 내 마음을 찌르듯 할 거라고 했어.”

 

살로메가 짧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마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 집에 두 자매 이름이 뭐라고 했지?”

 

마르다와 마리아에요.”

 

어제 언뜻 보니까 마리아가 참하고 인상이 좋던데, 혹시 그 아이가 우리 예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거 아닌가?”

 

글쎄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우리끼리 얘기지만 막달라 마리아 같은 아이는 근처에 없으면 좋겠는데

 

어렸을 때부터 친한 사이라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살로메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요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침 드시러 나오세요. 이모님.”

 

마리아와 살로메가 방에서 나오니, 마당에 큰 직사각형 식탁을 놓고 여러 사람이 둘러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리아를 알아보고 베드로가 저쪽에서 꾸벅 인사를 했다

 

가볍게 그를 향해 목례를 하고 빈자리에 앉았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느새 막달라 마리아가 옆에 와서 인사를 했다.

 

, 그래.”

 

어제 한마디 했더니 어머니라는 말은 빠졌다.

 

잘 익은 오렌지 좀 드세요.” 

 

그녀가 빛깔 좋은 오렌지를 마리아 앞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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