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이 틀림없었다.
바라바를 잡게 해준다고 광장호텔에서 만났던 곰 같은 놈이다.
그 옆에 가는 두 사람은 잘 모르겠는데 이집트 사람이 한 명 있는 것으로 봐서, 유월절이라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온 성싶었다.
저놈을 피해 2층 방에서 뛰어내리다 다친 무릎이 갑자기 쑤셔왔다.
무릎이 그때의 기억을 하는 것이다.
마나헴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그들의 뒤를 따랐다.
길에는 순례객들이 넘쳐나서 미행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저기 가는 사람 중 덩치 큰 놈이 바라바의 측근이다.
그렇게 잡으려고 했는데 여기서 보게 되었네. 흐흐.”
마나헴이 한 발짝 뒤에서 따라오는 우르소에게 말했다.
“지금 가서 잡을까요?”
“아니야. 저놈도 만만치 않은 놈이야.
상대가 세 명이니까 우선 저놈들의 숙소를 확인해야지.”
그들이 다시 길가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마나헴이 잠시 후 따라 들어갔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앉을 자리는 있었다.
마나헴은 곰 일행이 앉은 자리 반대편 구석에 앉았다.
간단한 음식을 시켜 놓고 두 번째 점심을 먹는데, 곰의 목소리가 커서 마나헴의 귀에도 들렸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왜 그런 놈들을 그냥 놔두시는지 몰라.
내가 하나님 같으면 벌써 천둥 번개를 내려쳤을 텐데….”
같이 앉은 사람이 뭐라고 하는데 그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내일 재판에서 또 그러면 다 뒤집어엎어 버려야지.”
곰이 무언가 재판을 하고 있고 그 재판이 맘대로 안 되는 듯싶었다.
이집트인은 거의 말을 안 했고 잠시 후 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어렸을 때 회당 랍비에게 물었지.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시기 전에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계셨냐’라고,
그랬더니 그 랍비가 당황하면서 나에게 야단을 치더라고.
‘너 같은 질문을 하는 놈을 위해 지옥을 만드셨다.’”
옆에 앉은 두 사람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 랍비의 말이 백번 옳았다.
저런 놈은 지옥으로 곧 보내줘야 한다.
이제 저놈을 잡고 바라바까지 잡으면 마나헴의 승진은 더욱 확실해질 것이다.
예루살렘 성전 경비대장이 된 후, 유리를 데리고 와서 신혼살림을 할 생각을 하니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헤롯 왕도 곧 예루살렘에 오실 것이고, 자신이 바라바를 잡으면 왕의 칭찬을 직접 듣게 될 것이다.
잠시 후 곰 일행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 나갔다.
그들은 미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다.
조금 더 따라가니 길가에 있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야곱 여관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자네가 들어가서 저놈들이 여기서 숙박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게.”
“누구에게 알아보나요?” 우르소가 물었다.
대답을 하려다 아무래도 우르소는 너무 사람들의 눈에 띌 것 같았다.
마나헴이 여관 카운터에 직접 들어갔다.
“방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손님, 죄송하지만 1주일 후에나 방이 나겠습니다.”
“그래도 예약했다가 취소하거나 중간에 나가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니오.
조금 전 들어갔던 덩치 큰 사람도 곧 나갈 것 같던데….”
“아닙니다. 그분들은 앞으로 3일간 숙박료를 선불로 다 내셨는데요.”
“아, 그래요? 그럼 다음에 와야겠구먼.”
마나헴이 나오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누보가 일어서며 말했다.
“지금 빨리 가서 놈을 잡아야겠네요. 카잔 형님.”
“그 집에 식구가 몇이라 했지?”
“아내와 애들 두 명이니까 남자 어른은 아칸 밖에 없어요.”
카잔이 유리에게 물었다.
“유리 씨도 같이 갈까?”
“네, 저도 가야지요.”
“그래, 잠깐만 내가 방에 가서 준비 좀 하고 올게.”
“네, 빨리 오세요.”
카잔이 평소 지니고 다니던 칼을 가지러 올라갔을 것이다.
유리가 누보 앞자리에 앉으며 싱글벙글이다.
“내가 가보기를 잘했지요?”
“네, 정말 잘했어요. 역시 유리 씨가최고예요.”
“호호, 그러니까 앞으로 내 말 잘 들어야 해요.”
“그럼요. 무슨 말이든 하기만 하면 다 잘 들을게요.”
누보의 진심이었다.
“지금 나발 님이 계셔서 같이 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의 혼잣말이 누보의 부아를 긁었다.
“유리 씨, 나발이 유리 씨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요?”
“어머, 저에 대해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빨리 얘기해 줘요.”
누보가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카잔이 내려왔다.
얼굴에 수염을 붙였다.
“다음에 해줄게요.”
누보가 일어나며 말했다.
카잔이 누보에게 밧줄을 한 다발 건네주었다.
“그 집에 들어가서 집안 수색을 할 동안 어린애들은 누보가 묶고, 여자는 유리 씨가 묶도록 해요.”
유리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이 내 얼굴을 알 수 있어서 수염을 붙이고 왔어.
앞집에 들어갈 때도 누보가 먼저 들어가면 나와 유리가 곧 따라 들어갈게.”
세 사람은 거의 뛰다시피 해서 아칸의 집에 도착했다.
누보가 출입문 사이에 귀를 바짝 대고 들으니 역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났다.
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누르고 '똑똑' 문을 두드렸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 때문인지 대답이 없었다.
몇 걸음 뒤에 서 있는 카잔의 얼굴을 쳐다본 후 더 크게 문을 두드렸다.
그제야 아이들 소리가 멈추고 잠시 후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저 누보예요. 아칸 님 집에 계시지요?”
잠시 대답이 없더니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네, 지금 있는데 아파서 누워있어요.
미안하지만 며칠 후에 다시 오세요.”
이게 무슨 어림도 없는 수작인지 누보는 화가 났다.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문 열어요. 안 그러면 부수고 들어갈 거예요.”
조금 기다려도 아무 대답이 없어 누보가 문을 막 차려고 발을 드는데 문이 살짝 열렸다.
누보가 어깨로 확 밀고 들어갔고 그 뒤를 카잔과 유리가 후다닥 들어갔다.
방 한구석에 아칸이 누워있고 부인과 아이들이 놀란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