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가 조금씩 일정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끼니, 루브리아는 꿈을 꾸면서도 이게 꿈이지 싶었다.
꿈에서 그녀는 바라바와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미고, 매일매일 서로 사랑하며 요단강 서쪽의 무지개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이름 그대로 여기는 비가 오면 늘 산 넘어 무지개가 보였고, 그 아래 벌판에는 오색 꽃과 나비들이 산들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바라바의 입맞춤으로 아침이 열리면 루브리아는 간단히 삶은 계란과 치즈를 넣은 빵을 준비하고, 바라바는 게눈 감추듯 아침을 먹은 후 일을 하러 나간다.
그는 부드러운 수염을 기른 40대 미남이다.
그녀의 눈은 건강했고 세상은 넓고 밝았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바라바가 나간 후 루브리아는 아침 목욕을 하였다.
그녀가 봐도 탄력 있고 아름다운 젖가슴을 비누로 닦다가, 오른쪽 가슴에 작은 상처가 있고 노란 진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
마침 방 청소를 하러 들어 온 유타나에게 보여주었다.
“어머, 아가씨. 이거 나병이에요.”
“나병? 이렇게 상처가 작은데 약 바르면 치료되지 않을까?”
“안 돼요. 이제 점점 가려워지며 진물이 더 흐르고 살이 문드러져 나가요.”
“이거 전염병인데 그럼 바라바 님도 나병에 걸리셨겠네?”
“아니에요. 남자는 안 걸려요.
이제 아가씨는 요단강 동쪽 나병 마을로 가셔야 해요.”
“거기 가기 싫은데…. 나 혼자 가야 하나?”
“그럼요. 나병에 걸리면 남편도 모르게 조용히 나병 마을로 가는 게 여자의 도리에요.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요.”
“어떤 방법인데?”
마차가 흔들리는 것을 다시 느낀 루브리아는, 방법이 어려우면 눈을 떠서 꿈을 깨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물었다.
“율법 책에 나와 있어요. 우슬초와 비둘기 두 마리만 제사장에게 바치고 포도주를 온몸에 뿌리면 돼요.”
“아, 그러면 되겠구나. 우리 포도주 있지?”
“지금은 없어요. 지난번 예수 선생 다 주었어요.”
“아, 그럼 미안하지만 다시 몇 병만 달라고 하면 안 될까?”
“안 돼요. 예수 선생이 얼마 전에 죽었어요. 이제 포도주는 못 구해요.”
“어머, 그럼 어떻게 해?”
유타나가 아무 대답 없이 방 청소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꿈에서 이제 깨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루브리아는 깨어나도 눈이 안 보이는 장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장님보다는 나병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루브리아는 꿈을 계속 꾸기로 했다.
유타나의 말이 옳았다.
나병이 걸린 여자는 곧 얼굴로 병이 번지고, 동네 사람이 알게 된다.
그러면 그들이 큰 개를 앞세우고 돌멩이를 손에 들고, 환자를 쫓아내려 집으로 쳐들어온다.
시커먼 개들은 송곳니 사이로 침을 질질 흘리고, 어린아이들은 돌을 던지기 시작한다.
어른들은 몽치나 양몰이 막대기를 들고 오는데, 대개는 위협용이고 실지로 쓰지는 않는다.
이때 나병 환자의 남편이 그녀를 감싸 안고 날아오는 돌멩이를 같이 맞으며, 두 사람이 다 요단강의 오른쪽 나병 마을로 추방된다.
바라바가 같이 돌을 맞고 추방되기 전에 나 혼자 조용히 강을 건너야 한다.
루브리아는 마음을 강하게 먹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남편이 점심을 먹으러 오기 전에 빨리 집을 나가야 한다.
서둘러 집 문을 나서는데 날씨가 춥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상아색 캐시미어 목도리를 잊고서 그냥 나왔다.
다시 들어가 유타나에게 ‘내 목도리가 어디 있더라’ 하는데 사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목도리 지금 하고 있으세요. 이제 시온 호텔에 거의 다 왔나 봐요.”
마차는 시온 호텔 정문 앞에 멈추었다.
예수가 로마 사람 같이 생기지 않았다는 말에, 그럼 이번에도 가짜 메시아라고 생각하며, 구사가 아내 요안나에게 물었다.
“그 자가 로마인 같이 생겼냐는 질문에 왜 그리 언성을 높이시오?”
“아, 그랬나요? 미안해요. 요즘 그분의 명성이 많이 알려지니까 사람들이 모함하기 시작해요.”
“음, 예수 선생님이 로마인의 피가 섞여 있다는 건데 말도 안 돼요.”
“그래요? 그렇게 생기지도 않았다는데 왜 그런 말이 나올까?”
“처음에 나사렛에서 선생님을 ‘마리아의 아들’이라 불렀나 봐요.”
“어, 그건 이상하구려. 누구나 아버지의 이름을 대는데 왜 엄마의 이름이 들어갈까? 그의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건가?”
고향에서 목수 일을 하셨었는데 일찍 세상을 떠나셔서, 아버지 이름 대신 동네 사람이 다 잘 아는 어머니 이름을 붙인 거예요.”
“그의 아버지가 아주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서 동네 사람들이 잘 모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극히 드문 일이지요.
유대 역사서에도 어머니의 이름만 나오는 경우는 없을 텐데….”
사무엘 선지자가 쓰신 책에 다윗왕의 부하 장수 요압을 말할 때 스루야의 아들 요압이라고 했지요. 스루야가 요압의 어머니예요.”
“하하, 그렇구려. 역사서에 한 번 나오는 걸 용케도 잘 찾으셨소.”
심지어는 선생님의 아버지가 로마군인 이라는 소문도 있는데 전혀 근거 없는 불경스러운 이야기에요.”
“그래요. 선생님은 오히려 다윗왕의 핏줄을 이어받은 후손이래요.”
“다윗왕의 후손이라… 천 년이 지난 지금, 그 후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까?”
“저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다윗 왕보다 더 큰 일을 하실 거예요.”
“다윗 왕이 유대 땅을 크게 넓힌 임금이긴 했지만, 그에게도 많은 잘못이 있었어요.”
“네. 알아요. 부하 장군의 아내를 취하고, 그 장군을 전장에 내보내 죽게 했지만, 나중에 진심으로 회개했지요.”
요안나는 너무 쉬운 질문에 잠시 남편을 바라본 후 대답했다.
“아니요. 다윗 왕 밑에 엘하난이라는 장군이 있었는데 그가 죽였을 가능성이 커요.”
“어머,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이 전혀 모르고 있어요?”
“나도 지금 헤롯 왕을 측근에서 모시고 있지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주위에서 본 사람들도 있을 거고 소문도 많이 날 텐데 그럴 수가 있나요?”
“그러니까 많이 잘못된 것은 적당히 미화시키고, 잘된 것은 모두 자기의 공으로 돌리는 거지요.”
요안나가 그럴 수가 있을까 하는 얼굴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이 중 사무엘상에만 다윗이 골리앗을 죽였다고 쓰여 있다.
사무엘하에는 엘하난이 골리앗을 죽였다 하고, 역대상에는 엘하난이 골리앗의 동생을 죽였다고 쓰여 있지.
따라서 누가 골리앗을 죽였는지에 대한 성경 기록이 서로 다르다.
신학자들은 당시 사람들이 다윗 왕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다윗의 부하 장수 엘하난의 공로를 다윗의 공로로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엘하난이 골리앗을 죽였다.’라는 문장을 ‘엘하난이 골리앗의 아우 라흐미를 죽였다.’라고 바꿔 버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