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를 제거해야 한다는 천부장의 말에 나발이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럼 아셀 당수 님은 이제 어떻게 되나요?”
“아셀 당수는 앞으로 정치 쪽으로 진출하여 우리와 협조하게 될 것이오.”
“정치 쪽이라면 산헤드린 의회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소. 가야바 대제사장에게 이미 언질을 받았소.
폭력적인 사회개혁 운동을 제도권 안으로 포용하는 정책이오.
나발 당신도 일이 잘 진행되면 장차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오.”
“아, 네….”
대답은 했지만, 과연 열성당 당수인 아셀을 의회에서 받아줄 수 있을지, 천부장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나발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지금 바라바는 어디에 있소?”
천부장의 질문에 나발이 입이 천천히 열렸다.
“예루살렘으로 내려갔는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모릅니다.”
천부장이 나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 후 말했다.
“음, 그래도 바라바가 내려가면 자주 묶는 곳이 있을 텐데….
친한 친구 집이랄지, 자주 가는 호텔 같은 곳, 어디 짚이는 곳이 없나요?”
“음, 글쎄요….”
“잘 생각해 보시오. 그리고 우리가 급히 찾아야 할 것이 있소.
총독 각하의 군영에서 사라진 독수리 깃발은 지금 어디 있소?”
“그것은 제가 일을 시킨 부하 단원이 보관하고 있습니다.”
나발이 즉시 대답했다.
“그 사람은 누구이고 지금 어디에 있소?”
천부장의 목소리가 약간 급해졌다. 나발이 망설이고 대답을 안 했다.
“하하, 내가 너무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물어봤나?
잠시 시간을 줄 테니 생각을 잘 정리해 봐요.”
천부장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나발의 마음은 극과 극을 오락가락하였다.
어려서 고아가 된 자기를 보살피며 지금까지 가족처럼 돌봐준 바라바를 배신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천부장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나발의 개인적 인생 목표를 10년 이상 앞당기게 되는 것이다.
한편 천부장의 말도 믿기 어려웠다.
자신이 관상이 좋다는 것은 여러 번 들었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런 책을 썼다면 많은 사람이 보았을 텐데 왜 케사르 장군 같은 사람이 미리 방비하지 못 하고 암살당했는지도 의문이다.
또 아셀 당수가 막말로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눈으로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천부장이 원하는 두 가지, 바라바의 체포나 깃발의 반환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진전이 안 되면 아몬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그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의 목숨도 위태로울 수 있다.
문이 열리며 천부장과 헤제키아가 같이 들어왔다.
헤제키아가 검은 포도 한 송이를 탁자 위에 놓고 밖으로 나갔다.
“자, 과일 좀 해요. 나는 머리가 복잡할 때 포도를 먹으면 생각이 잘 납디다.”
천부장의 권유에 나발이 크고 검은 포도 한 알을 입에 물었다.
껍질이 질기고 씨가 많았다.
“밖에서 헤제키아에게 물으니 역시 아몬보다는 나발이 더 지혜와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군.
아셀 당수도 그렇게 생각해서 당신을 내가 먼저 만나고 있는 거고….”
나발이 포도를 한 개 더 삼키고 천천히 말했다.
“아셀 당수님을 먼저 만나고 다시 말씀을 드리면 안 될까요?”
천부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손바닥을 쳤다.
문이 열리고 아셀 당수와 헤제키아가 방으로 들어왔다.
가마가 언덕길을 오르느라 어떤 때는 살짝 흔들렸다.
“요안나 님,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여러 소문이 있던데 모두 사실인가요?”
요안나가 긴 숨을 내쉬고 말했다.
“네. 니고데모 님이 들으신 소문들은 모두 사실이에요.
막달라 마리아는 9남매 중 막내 딸로 태어났는데 어려서는 아버지가 목수 일을 하면서 꽤 잘 살았다고 해요.
그녀가 열 한 살 때인가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먹고 살기가 막막해지고 가족이 모두 흩어지면서 어머니도 다른 집 하녀로 가셨지요.
어린 마리아가 막달라라는 시골에서 살아나갈 방법은 몸을 파는 수밖에 없었나 봐요.
어쩌면 처음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을지 모르지요.
그녀는 철이 들면서 자기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겠지요.
심한 죄책감에 자해까지 하는 그녀를 보고 사람들은 귀신 들렸다고 수군거렸고요.”
두 사람을 태운 마차는 점점 시내의 부촌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요안나의 말이 계속 되었다.
“당시 마리아는 심한 우울증으로 세상을 거의 포기하려고 했었어요.
사람들이 이해는커녕 어쩌다 마주쳐도 귀신 들린 여자라고 피해 다녔으니까요.
나사렛과 막달라는 이웃 도시라 그녀는 예수 선생을 어려서 알았어요.
아마 두 사람의 아버지가 직업이 같아서 그랬을 거예요.
선생이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고향에 돌아와서 가족들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할 때 마리아는 선생에게서 예전과 다른 힘과 평안을 느꼈어요.
어쩌면 선생의 열두 제자보다 그녀가 더 선생을 잘 아는지도 모르지요.
그런 선생의 능력을 느끼는 순간 마리아의 병이 다 나았는데 마리아의 또 다른 고민이 거기서 생겨났지요.”
“아, 그럼 그 소문도….”
“네. 사실이에요. 아니 사실이었지요.
지금은 아니지만… 마리아는 자신을 치유해 준 어려서부터의 친구를 흠모하기 시작했어요.
선생의 집회가 있을 때마다 따라다니며 정숙하고 품위 있는 여성으로 거듭났어요.
그러나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는 여전히 그녀를 따라다니며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지요.
마리아도 선생을 사모하는 자신의 마음이 가당치 않은 것을 잘 알고 괴로워했어요.
가나의 신혼 잔치는 아마 그때쯤 일어났던 행사였을 거예요.”
“아, 그렇군요. 그래서요?”
“저는 마리아에게 너무 낙심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어요.
과거에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잘못된 일이 있었어도 이제 다 용서되고 치유되었다고, 지금 제가 아는 어떤 여인보다 마리아는 순전하고 깨끗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 말은 진심이었어요. 돈 많고 지위가 높은 여성들의 사는 모습을 가까이서 본다면 제 말씀을 누구나 이해할 거예요.
우리 헤롯 궁에도 그런 분이 있지만, 누구라고 얘기하면 안 되겠지요.”
잠시 말을 멈추었던 요안나의 입이 다시 열렸다.
“어릴 때 알던 예수 선생, 세례를 받고 고향에 돌아와 회개하라고 외친 예수 선생은 마리아의 가슴에 연모의 대상이었지만, 이룰 수 없는 일이었어요.
특히 어머니 마리아 님이 그녀를 싫어하셨으니까요.”
니고데모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