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나발이 바라바의 가게를 찾았다.
빌립 선생을 만나러 쿰란으로 가기 위해 짐을 꾸리던 바라바가 반가워했다.
“나발, 마침 잘 왔다. 원래 내일 떠날 계획이었는데 하루 일찍 가게 되었어.”
“사라 재판이 앞당겨졌나요?”
“그건 아니고 아버지가 심부름시키신 일이 좀 있어서….”
“아, 그럼 오늘 가셨다가 언제 오실 예정인가요?”
“음, 주말에는 오겠지. 혹시 하루 이틀 늦어질지도 모르고…. 왜 무슨 일이 있나?”
“아니요. 형님이 여행 가시기 전에 한번 와 봤어요.
요즘 너무 조용한 게 기분이 안 좋아요. 아셀 당수가 감옥에서 사라진 지 벌써 1주일은 된 것 같은데….”
바라바는 당장 이번 주에 루브리아의 눈 치료와 사라의 재판이 너무 중요해서 열성당 일은 별로 신경을 못 썼다.
“독수리 깃발도 분명히 없어졌는데 별 반응이 없고요….
이번처럼 오리무중인 느낌은 처음입니다.”
“음, 그래. 좀 불안하긴 해….
그래도 깃발 작전이 성공해서 이번 시위에 빌라도가 무력 진압을 못한 거 아닐까?”
“글쎄요. 영향이 없진 않았겠지만 뭔가 태풍 전야 같은 느낌이에요.
예루살렘에서는 어디에 계실 건가요?”
“응, 시온 호텔에 사라와 같이 있을 거야.”
“이번 유월절은 성전 경호가 더욱 철저할 거니까 신경을 좀 더 쓰셔야 할 겁니다.
그럼 잘 다녀오세요.”
“음, 그래. 수고해.”
나발은 바라바를 만나고 광장호텔로 돌아왔다.
누군가 자신을 입구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분명히 얼굴을 본 사람인데 언뜻 생각이 안 났다.
“나 헤제키아요.”
얼굴이 반쪽이 된 헤제키아였다.
그가 아셀 단장과 함께 체포되었다는 생각이 나서 얼른 주위를 돌아보았다.
수상쩍은 사람은 없었다.
“언제 풀려나셨나요?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아셨지요?”
나발이 두 가지 질문을 한꺼번에 했다.
“우선 좀 앉아요.” 그가 앞의 의자를 얼굴로 가리켰다.
“아셀 당수님은 잘 계신가요?” 나발이 엉거주춤 앉으며 또 물었다.
“네, 잘 계세요.”
“지금 어디 계신가요?”
“요 앞의 회당에서 나발 님을 기다리고 계세요.”
“아, 저를요?”
“네. 바라바 님께 급히 전할 말씀이 있으시대요.”
“그러세요? 무슨 말씀인가요?”
“그건 나도 잘 몰라요. 바라바 님은 지금 어디 있나요?”
“어, 어디 좀 가셨는데…”
“그래요? 음, 여하튼 단장 님이 기다리시니 나갑시다.”
나발은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아, 제가 지금 여기서 만날 사람이 있어요.
곧 만나고 갈 테니까 먼저 가 계세요.
요 앞 회당이라면 중앙 회당이지요?”
“지금 단장님을 만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습니까?
빨리 만나고 다시 여기로 오면 되지 않소?”
헤제키아의 목소리가 다소 위압적으로 바뀌었다.
“네, 그렇긴 한데 저도 급한 일이라…”
나발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어느새 로마 경비대원 네다섯 명이 나발의 좌우에 나타났다.
헤제키아가 오른 손을 윗주머니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한 칼을 잡으며 경비대에게 사인을 한 것이다.
그들이 나발의 몸을 양쪽에서 일으켜 세운 후 묶었다.
헤제키아가 일어나며 한마디 던졌다.
“그러니까 그냥 처음부터 가자고 할 때 갔어야지…”
조금 전 미사엘은 헤제키아가 갑자기 나타나서 아셀 단장과 단원들이 풀려났다는 말을 했을 때 대단히 기뻤다.
그가 나발과 급히 상의할 일이 있다며 나발의 거처를 물었다.
광장호텔에 가면 그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었다.
헤제키아가 나간 후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든 미사엘이 곧 광장호텔로 향했다.
로비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며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분위기였다.
누가 그의 팔을 뒤에서 살짝 건드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얼굴이 까만 젊은이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 누보인데 기억나세요?”
“아, 그럼…. 근데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나?”
누보가 좌우를 살핀 후 소리를 낮추었다.
“네. 나발이 조금 전 로마 경비대에 잡혀서 나갔어요.”
“뭐? 자네가 직접 보았나?”
“네. 제가 나발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아래로 내려왔는데 막 잡혀서 나가는 모습을 보았어요.
조금 일찍 내려왔으면 같이 잡힐 뻔했어요. 어휴!”
“경비대가 몇 명이나 왔었지?”
“한 대여섯명 온 것 같고 경비대가 아닌 사람도 한 사람 있었는데, 키가 크고 인상이 날카로웠어요.”
헤제키아가 틀림없었다.
“음, 지금 나가서 따라가 보자.”
“아니에요. 우리가 지금 나발을 구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위험해요.”
누보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헤제키아가 로마 경비대의 회유에 넘어간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아셀 단장도? 미사엘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미사엘 님, 일단 제 방으로 올라가실까요?
어머니도 지금 여기와 계세요.”
“아, 어머니가 왜 여기에?”
로비에서는 아직도 사람들이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웅성웅성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답을 안 하는 누보를 따라 이 층으로 올라간 미사엘이 어머니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그동안 별고 없으셨어요?”
“아이고, 별고 있었어요. 네가 말씀 좀 드려라.”
누보가 어제 집에서 점심을 먹다가 마나헴이 찾아와 급히 피신한 이야기를 했다.
“난 그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떨린다오.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군지 누보가 설명도 안 해요.”
거의 우는 목소리로 누보의 어머니가 말했다.
“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당분간 여기서 좀 쉬고 계세요.”
미사엘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내가 지금 나가서 사라 님을 만나야겠네.
긴급회의를 소집해야겠어. 자네도 연락할 일이 있으면 그리로 오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심하세요.”
미사엘은 서둘러 방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