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무스 대장이 루브리아를 사무실로 불렀다.
급한 일이 아니면 퇴근 후 식사를 하면서 말씀을 하실 텐데 무슨 일이지 궁금했다.
집무실로 들어가니 아버지가 무슨 서류를 읽고 계셨다.
“저 부르셨어요?”
루브리아가 밝은 얼굴로 옆 의자에 앉았다.
아버지가 보고있던 서류를 탁자에 놓으며 말했다.
“예루살렘에 내주 화요일 간다고 했지?”
“네.”
“음, 이번 여행을 취소하면 안 되겠니?”
아버지의 갑작스런 말에 루브리아가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취소라니요.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가야바 대제사장에게 올라가는 비밀 보고서인데 한번 읽어 봐라.”
로무스 대장이 탁자에 있는 서류를 루브리아에게 주었다.
*랍비 예수에 관한 보고 (극비 문서임으로 유출되면 성전 문란죄로 엄벌)
이름 : 예수 벤 요셉 (요셉의 아들 예수)
나이 : 33세에서 39세 사이로 추정됨.
사람들은 그가 40세가 넘어 보인다고 할 정도로 나이가 들어 보임.
고향 : 그의 추종자들은 예수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함.
하지만 어릴 적 친구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나사렛 태생이 확실함.
왜 그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고 하는지는 의문이나 뭔가 유대의 전설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사료 됨.
어떤 사람들은 그가 이집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도 함.
가족관계 : 아버지 요셉은 예수가 19살 이전에 사망한 듯함.
어머니 마리아와 남자 형제 4명 그리고 두 명의 여자 형제가 있음.
남자 형제 이름은 야곱 시몬 유다 등이나 이들이 친형제가 아니고 사촌이라는 소문도 있음.
어머니 마리아에 접근하여 실체적 진실을 알아낼 만한 유대 여성을 물색 중임.
결혼 : 일반적으로 유대 랍비는 30세가 넘은 신체 건장한 기혼남이어야 함으로, 랍비 예수도 결혼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상대가 누구인지 특정하지 못하고 있음.
아마도 주위에 같이 다니는 여성 중 한 사람인 듯 함.
직업 : 무직, 2~3년 전까지만 해도 목수로 활동한 바 있으나 세례 요한을 만나고부터 랍비로 행세하기 시작함.
학력 : 특별히 교육받은 기록은 없음.
그는 히브리어를 스스로 공부하여 어느 정도 터득한 것으로 보이고 그리스어는 못 하는 것으로 추정.
어려서부터 동네 회당을 출입했고, 12살 때는 예루살렘 순례 기간 중 회당에서 랍비들과 경전에 대한 토론을 했을 정도로 유대 율법에 탁월함.
글씨는 못 쓰는 것으로 보이나, 얼마 전 어느 부정한 여인을 변호해 줄 때 땅바닥에 무언가를 썼다는 증언도 있어서 확실치 않음.
다만 그것이 글씨가 아니고 그림이라는 주장도 있음.
경력 : 목수 일은 아버지 요셉에게 배움. 나사렛이나 막달라, 티베리아에서 목수 일을 오래 하였음.
예수는 랍비로 행세하기 시작한 후 독특한 가르침으로 추종자들을 모으기 시작함.
대표적인 행적으로 가버나움의 갈릴리 호수에서 5천 명 이상의 집회를 여러 번 성공적으로 개최했음.
집회 후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충분히 나누어 준 것을 볼 때에 주위에 그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확실함.
당시 그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의 증언으로는 랍비 예수에 대한 인기가 대단했고 주로 서민들과 여자들이 많이 따른다고 함.
또 그는 병자들을 고쳐주는 이적을 보였는데 그중에 절름발이를 걷게 하고 눈먼 자를 보게도 했다고 함.
갈릴리 지역 로마 백부장과 산헤드린 의회 몇몇 의원도 그를 은밀히 따르고 심지어 존경한다는 소문이 있음.
다만 그는 고향인 나사렛에서는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심지어 동네 사람에게 절벽에 몰려 떨어질 뻔도 했음.
성격 : 한마디로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한 성격임.
카리스마가 있으면서 온화한 면도 있음.
하지만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자신의 가족이 아니라고 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
특이사항 : 세례 요한의 환생이라는 소문이 있음.
특히 헤롯 왕은 이 소문을 믿고 두려워한다고 함.
하지만 그의 추종자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함.
세례요한은 그의 신발끈도 못 맬 정도라며 랍비 예수를 존경하고 있음.
현재 상황 : 유월절을 열흘 앞둔 현재, 랍비 예수는 예루살렘 근처에 와 있는 것으로 확인됨.
베다니, 여리고를 오가며 은밀히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회동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여럿 있음.
그의 주위에는 10여 명의 직계 제자들이 늘 그를 따라다님.
제자들은 대부분 어부 출신으로 교육 수준이 낮고, 느슨한 조직이라 별로 위협적이지 않음.
대책 : 랍비 예수는 그동안 바리새파와 몇 번의 위험한 논쟁을 벌였으나 아슬아슬하게 대역죄나 성전 모독죄를 모면함.
하지만 계속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면밀히 감시하면 그의 결정적인 실수를 포착할 수 있을 것임.
특히 이번 유월절에 지지자들과 같이 예루살렘에 온다면 그를 체포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임.
- 이상 보고 끝
성전 치안유지부 제2부속실 올림
단숨에 보고서를 읽은 루브리아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가야바 대제사장이 예수 선생을 이번에 잡으려고 하겠네요.”
“그래. 이런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꼭 가야 하겠니?”
“네. 그래도 가야 해요.
무엇보다 예수 선생이 제 눈을 고쳐준다는 희망을 가지고 여태까지 기다렸는데요.”
“음, 글쎄. 참 그렇긴 한데….”
로무스 대장도 곤혹스러운 얼굴이었다.
“저는 유월절 전 주에 가니까 예수 선생이 예루살렘 들어가기 전에 베다니에서 만날 거예요.
그때는 별로 위험하지 않을 거고요.”
“음, 그럼 눈만 고치고 즉시 올라오도록 해라.”
“네, 보고서에도 그분이 눈을 고쳤다는 말이 있으니까 잘 될 거예요.”
“그래, 그래야지. 유월절 한 주 전에도 예루살렘에는 강도나 사기꾼들이 많이 모이니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어두워지면 밖에 나가지 말고.”
“네,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루브리아는 곧 예루살렘에 가서 바라바를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아, 그리고 전에 탈레스 선생이 루고 백부장 자택을 수색한다고 했었는데 결과를 보고 받지 못했네.
사라 재판도 이번에 하지?”
“네, 다음 주 수요일에 재판하고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예수 선생 만나고 토요일에는 올라올게요.”
“음, 그래. 꼭 그렇게 하도록 해라. 경호원은 아무래도 한 사람으로는 불안하니까 두 사람 따라가게 할게.”
“네, 알겠어요.”
루브리아는 아버지의 방을 나오면서 예수 선생이 정말 체포되면 그 후에 어떤 처벌을 받을지 걱정이 되었다.
여하튼 내주 목요일에 꼭 그를 만나서 눈을 고쳐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니 침침하던 눈이 벌써 조금 밝아지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