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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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12화 ★ 나도 급할 때는 기도합니다

wy 0 2022.09.07

[크기변환]루브리아 탈레스 collage.png

 

 탈레스 선생이 루브리아의 눈을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다.


“선생님은 어려서부터 로마 시민권이 있으셨지요?”


눈 검사가 끝나자 루브리아가 선생에게 물었다.


“저는 상속되는 시민권자가 아니라, 의사가 된 후 시민권을 획득했습니다. 


의사나 교사가 되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유대인 중 많은 의사와 교사가 나왔는데, 그들은 이 특전을 거의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로마인이 되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니까요.”


“네, 유대인 참 대단한 민족입니다.”


탈레스가 고개를 몇 번 끄덕인 후 다시 말했다.


“그렇긴 합니다만, 길게 보면 유대인들이 스스로를 고립시켜서 세계 무대에 나가는 길을 막는 측면도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유대인이 원로원에도 들어가고, 지방 총독도 되면,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유대인의 권익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네. 왜 유대인은 로마 시민이 되는 것을 민족적 배신이라 생각할까요?”


“그들의 유일신 종교가 답입니다. 


역사적으로 법과 종교가 분리되지 않고 오로지 그들의 신에게만 충성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근래에 유대인들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자체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도시에 사는 유대인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여 금융업이나 무역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요. 


반면에 가축을 기르거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루브리아가 선생의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 


“제가 여기서 느낀 것은 바리새인들 중에 교육을 많이 받고, 선행을 꾸준히 하는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이었어요. 


얼핏 그들을 위선자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랍비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것 같더군요.”


탈레스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 검사기구를 가방에 챙긴 후 재판에 대해 언급했다.


“루고 재판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제 좀 특별한 방법을 써야겠습니다.”


“특별한 방법요?”


“아가씨는 자세히 모르시는 게 좋고요, 지난번 사라 님이 가지고 온, 아단이 죽기 전에 쓴 시가 있지요?  


그걸 좀 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저희는 선생님만 믿고 있습니다. 


 이번 재판에는 저도 사라와 같이 가 보라고 아버지께서 허락하셨어요. 예수 선생님도 만날 겸요.”


“잘 되었습니다. 예수 선생이 아가씨 눈을 치료한 후, 제가 보고 완치되었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네, 이럴 때는 그분이 믿는다는 유대의 유일신에게 저도 기도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십시오.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어머, 선생님도요?”


“그럼요. 나도 급할 때는 기도합니다. 하하.”




 

 

누보가 카잔과 만날 약속을 했던 것이 생각난 것은, 나발을 만나러 광장호텔로 가는 도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하루가 꼬박 지났다. 


분명히 카잔 형님이 나왔을 텐데 나를 기다리다 유리집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불안해졌다.


호텔 로비에 들어가니 나발을 아는 친구가 다가와, 나발이 있는 2층 방 번호를 알려주었다. 


살금살금 올라가 그의 방앞에서 노크를 막 하려는데 누가 뒤에서 어깨를 ‘탁’쳤다. 


기겁하고 돌아보니 카잔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같이 방 안에 들어가서 그동안의 일을 자세히 들었다.


“와, 그럼 카잔 형님 아니었으면 나발도 큰일 날 뻔했네요. 


나는 나발이 줄을 끊는 순간 그냥 앞으로 뛰었어요. 


그 황소에게 붙잡히면 누구도 도망가기 힘들 거예요. 


혹시 헤스론 형님이라면 몰라도.”


“내가 부딪쳐 보니까 헤스론 형님도 어려울 것 같아. 


이번에는 내가 어망을 던져서 그 정도로 끝났어.”


나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나발 어망 던지는 솜씨가 갈릴리 호수 어부보다 낫던데. 하하."


카잔의 웃음소리가 끝나자 나발이 말했다.


"음, 제가 누보와 잠깐 할 얘기가 좀 있는데요.”


“아, 그럼 나는 내 방에 있을 테니 끝나면 누보가 내 방으로 와.”


카잔이 방을 나가자마자 나발이 다그치듯 물었다.


“독수리 깃발 지금 어디 있니?”


“대강당의 강대상 밑에 잘 숨겨 놓았어. 도저히 가지고 나올 수 없었어.”


“그렇구나. 하하. 바로 깃대가 있던 그 아래에 있다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겠네. 


음, 그리고 너 거기서 무슨 은전도 갖고 나왔니?”


누보가 나발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독수리 깃발도 간신히 숨겼는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네 목에 아직도 우르소 손자국이 빨가네.”


그 말을 들으니 목이 아픈지, 나발이 한 손으로 목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유리는 아직 못 만났지?”


“응, 유리는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거야. 


마나헴이 유리 모녀를 의심하고 있어.”


“그렇겠지. 근데 마나헴이 유리와 곧 결혼하려 할 텐데, 걱정이네.”


“누보야, 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지. 유리가 알아서 하겠지.”


나발의 말에 누보의 얼굴이 뒷통수를 몽둥이로 얻어맞은 너구리의 얼굴이 되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유리는 너와 결혼할 준비를 하고 있던데.”


두 사람의 눈이 공중에서 마주쳤다.


“아니 내가 어떻게 그런 인도 여자와 결혼을 하니?


그건 유리 혼자만의 상상이지. 어쩌면 그냥 마나헴과 결혼해 사는 게 그 사람들에게는 더 나을 거야. 


유리가 그리스 말을 잘하니까 우리 작전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더 만나면 서로가 위험해.”


“그럼 유리한테 너무 미안한데….”


“네가 빌라도 막사에서 은전이라도 가지고 나왔으면 유리에게 좀 줘라.”


나발의 말에 가시가 돋혔다.

 

[크기변환]나발 누보 1collage (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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