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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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31화 ★ 나발을 잡으려는 헤제키아

wy 0 2022.11.13

 헤제키아가 잡혀 올 때 입은 옷으로 갈아입고 감옥 밖으로 나오니, 천부장과 그의 경호원인 듯한 사내가 기다렸다.


오랜만에 햇빛을 보는 헤제키아의 눈이 반쯤 감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세상은 봄이 와 있었고 공기 냄새에는 올리브와 오렌지 향기가 섞여 있었다.

 

천부장은 그를 데리고 근처 그리스 식당에 들어갔다.

 

우선 식사부터 좀 하고 가도록 합시다. 이쪽은 백부장 알렉스요.”

 

알렉스가 싱긋 웃는데 회색 눈동자에 새파랗게 면도를 한 네모난 턱이 냉정해 보였다.

 

천부장 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를 풀어주신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는 아셀 님께 해야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경호팀장은 꼭 석방시켜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소.”

 

식당 주인은 로마 천부장이 갑자기 들어오니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황급히 나와서 인사를 하는 주인에게 그리스어로 알렉스가 음식을 시켰다.

 

천부장 님, 한가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헤제키아의 질문에 천부장 칼로스가 고개를 끄떡였다.

 

미사엘을 만나서 나발의 거처를 아신 후 그를 체포하실 건가요?”

 

물론이오. 나발을 잡은 후 바라바도 잡을 거요.” 천부장의 대답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천부장 님, 미사엘을 만나서 나발의 거처를 알아내는 것은 제가 혼자 하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아셀 당수 님의 사람이지만 미사엘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 그게 무슨 뜻인가요?”

 

. 미사엘이 단장 님을 걱정하는 건 사실이겠지만, 만약 천부장 님께서 바라바까지 잡으려는 것을 안다면 협조 안 할 수 있습니다.”

 

천부장이 알렉스와 그리스말로 뭐라 상의한 후 말했다.

 

그럼 나발을 찾는 것은 당신에게 맡길 테니 빨리 좀 알아보시오.”

헤제키아 나발 collage.png

 

헤제키아가 고개를 숙였고 주방장과 주인이 같이 나와서 음식을 식탁 위에 한가득 차렸다.

 

그리스식 샐러드와 양고기에 요구르트 소스를 섞은 최고급 요리였다.

 

헤제키아의 손과 입이 분주했다.

 

식사가 끝난 후 천부장이 알렉스에게 그리스말로 뭐라고 하니 알렉스가 주머니에서 은전 20개를 꺼내 헤제키아에게 건넸다.

 

경비로 쓰시오.”

 

반짝이는 은전들이 헤제키아의 눈 앞에서 빛났다.

 

 

 

 

누보는 엄마에게 빨리 피하라고 하며 앞마당으로 나갔다.

 

무화과나무 왼쪽으로 두 발자국 되는 곳에 오늘 아침 팠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가 막 다시 은전 상자를 파내려 하는데 길 건너 앞집 문이 열리며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나뭇가지 뒤로 얼른 몸을 숨기고 보니 목발을 짚은 마나헴을 선두로 우르소와 오반이 뒤따라 나왔다.

 

그들의 발걸음이 누보의 집을 향했고 앞집 주인의 손가락도 누보의 얼굴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은전 상자를 꺼낼 시간은 없고, 땅 위에 떨어진 나뭇가지로 황급히 땅을 파낸 흔적을 가린 후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몸이 마구 떨렸지만 누보의 달음질은 언제나 빨랐다.

 

어쩌면 마나헴이 자기의 뒷모습을 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욱 빨라졌다.

 

곧 저만치 엄마와 카잔이 열심히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비로소 뒤를 돌아보니 따라오는 사람은 없었다.

 

앞집 주인이 누보의 집을 알려주었고, 집에 들어온 마나헴이 누보가 식사하다 말고 황급히 피한 현장을 보고,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누보는 물벼락 맞은 강아지처럼 얼굴을 부르르 떨었다.

 

엄마, 이제 좀 천천히 가셔도 돼요.”

 

어머니가 뒤를 돌아보고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이고, 누보야. 무슨 큰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 도망을 가야 하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람이 마음이 편해야 한다고 내가 얼마나 말했니.”

 

. 알아요. 제가 하는 일이 나쁜 일이 아니고, 저를 쫓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에요.”

 

어머니가 또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글쎄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누구에게 쫓기지는 말고 살아야지.”

 

죄송해요. 어머니, 이제 티베리아로 이사 가면 다 끝나는 일이에요.”

 

카잔이 옆에서 한마디 했다.

 

, 곧 다 잘 될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 레나 님은 집으로 가셨나요?” 누보가 카잔을 바라보며 물었다.

 

, 집으로 바로 돌아갔어. 그분이 유리의 어머니지?”

 

, 어떻게 아세요?”

 

누보는 말을 해놓고, 두 모녀의 얼굴이 누가 봐도 인도 여인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광장호텔에 도착한 누보는 방을 하나 더 잡았다.

 

이사할 때까지 어머니와 당분간 여기 있어야 할 것이다.

 

너무 급히 나오느라 주머니에 은전이 하나도 없었지만, 호텔에서 일하는 나발의 친구가 우선 방을 내주었다.

 

그래도 나무 밑에 잘 묻어둔 은전을 생각하니 누보는 다시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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