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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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19화 ★ 돼지에게 진주 주면 화낸다

wy 0 2022.10.02

 마나헴이 집에 오자마자 유리를 불렀다.

 

오늘 시장에 가서 양고기 사 왔구나. 맛있는 냄새가 나네.”

 

, 지금 엄마가 아주 맛있게 만들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마나헴이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 정말 냄새가 기가 막히네.

 

이제 앞으로는 유리가 요리하는 법을 배워서 직접 해야지.”

 

. 그래야지요.”

 

내가 좋아하는 치즈 빵은 안 사왔나요?”

 

사 왔지요. 그걸 잊어버릴 리가 있나요. 호호

 

잘했네. 어디 다른 데 들린 곳은 없고?”

 

마나헴이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슬쩍 묻는 타이밍이 절묘했다.

 

, 오랜만에 아저씨가 오셔서 잠깐 뵈었어요.”

 

아저씨? 유리가 어떤 아저씨가 있나?”

 

. 엄마의 사촌 오빠인데 티베리아에 사세요.”

 

그래? 나는 그런 사람 들어본 적이 없는데?”

 

엄마가 말씀 안 드렸나 보네요

 

빵 가게에서 빵도 그분이 사 주셨어요.”

 

그랬구나. 여기 와서 엄마는 안 만나고?”

 

. 그냥 저만 잠깐 만나고 가셨어요.”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말하는 유리의 손바닥에 땀이 나고 있었다.


마나헴이 뭔가 더 물어보려다가 참는 것 같았다.

 

그럼 저는 나가서 저녁 식사 차릴게요.”

 

, 그래. 엄마에게 날짜 잡으라고 말씀드렸지?”

 

. 엄마가 직접 말씀드린다고 하셨어요.”

 

유리가 밖으로 나오니 우르소가 곧 마나헴의 방으로 들어갔다.

 

유리가 살짝 열린 문에 귀를 대고 엿들었다.

 

사촌 오빠라고 하는데?”

 

우르소가 굵은 목소리로 , 그렇군요.” 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얼굴이 어떻게 생겼다지?”

 

모자를 써서 자세히는 못 봤는데 그리스인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스인? 레나의 사촌이면 인도사람 같아야 하는데.”

 

, 그리고 콧수염을 길렀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듣고 유리는 얼른 부엌으로 들어가 지금 들은 말을 엄마에게 해주었다.

 

 

 

진주.png

 

시몬이 며칠 전 유다와 상의한 내용을 요한에게 설명해 주었다.

 

베다니의 저녁 마당에 장작불이 어슴푸레 주위를 밝여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가낫세 변호사를 미리 고용하자는 말씀인가요?”

 

, 아무래도 일이 터진 후에는 늦을 것 같고 수임료도 더 달라고 할 거예요.”

 

, 그럼 누가 가낫세 변호사를 만나 계약을 하나요?”

 

요한 님의 어머니께서 하시면 어떨까요?”

 

. 그렇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눈을 고칠 여자 분은 곧 오시나요?”

 

. 늦어도 내주 안에는 올 겁니다

 

오자마자 치료부터 하면서 일을 진행해야지요.”

 

시몬의 심각한 얼굴에 장작불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잠시 손을 펴서 장작불을 쬐던 요한이 천천히 손을 비비며 말했다.

 

시몬 님, 예전에 선생님께서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지요?”

 

두 분이 무슨 말씀을 그렇게 열심히 하시나요?”

 

유다가 슬며시 다가오며 물었다.

 

, 유다 님. 마침 잘 오셨어요.”

 

시몬이 그를 반기며 변호사에 대해 요한과 상의한 말을 해 주었다.

 

잘 하셨어요. 그리고 무슨 돼지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나요?”

 

유다 님 귀가 상당히 밝아서 몰래 욕하기 어렵겠어요.”

 

요한이 농담을 하고서, 자기가 기억하는 선생이 하신 말씀에 대해 말했다.

 

“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그들이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하게 할까 염려하라’ ”라고 하셨지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시몬이 요한에게 물었다.

 

, 선생님은 비유로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역시 무슨 비유인가요?”

 

, 분명히 비유의 말씀이라 생각해요

 

제 생각에 개는 이방인을, 돼지는 로마사람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 그러니까 거룩한 것을 이방인에게, 진주를 로마인에게 주지 말라는 말씀이군요.”

 

시몬이 고개를 끄떡이며 공감을 표시하자 유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저는 좀 달리 생각합니다

 

개나 돼지가 모두 우리 유대 사람을 뜻하는 건 아닐까요?

 

개는 사두개인이고 돼지는 바리새인일 수도 있겠지요. 하하.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뒤에 하신 말씀 같아요.

 

거룩한 것이나 진주를 그들에게 주면 그들이 발로 밟고 오히려 준 사람을 찢어 상하게 한다는 거지요.”

 

잠시 말을 멈추고 무언가 생각한 유다가 계속 말했다.

 

또 어쩌면 개나 돼지가 지금 선생님 옆에 모인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당장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실망합니다.

 

빵이나 물고기를 주고, 병을 고쳐주는 것이 여기에 해당하지요.

 

아무리 영적으로 거룩한 말씀을 하셔도 이해 못 합니다.

 

사실 돼지에게 진주는 필요 없지요.

 

진주의 영롱한 아름다움을 모르는 돼지들은, 그들 앞에 던져진 것이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분노합니다.

 

진주를 본 돼지가 화를 내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요.

 

돼지에게 진주를 던지는 대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지요.

 

줄 수 없다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지 않을까요?

 

또 솔직히 저도 그 돼지 중 한 마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유다 님이 그럴 리가 있나요.”

 

시몬이 놀라는 시늉을 하면서 손을 저었다.


장작불은 어느새 반 이상 꺼졌고 사막 지방의 겨울은 콧등을 시리게 했다.

 

그들이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하게 할까 염려하라

 

요한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 부분을 다시 되뇌었다.

 

 *마태복음 7:6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그들이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하게 할까 염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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