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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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05화 ★ 채찍으로 맞는 누보

wy 0 2022.08.14

마나헴은 아침에 외출을 했다. 

 

경호원 오반이 따라갔는데 우르소에게는 누보를 잘 지키라는 엄명이 있었다.

 

손님이 오면 무슨 말을 하는지, 레나와의 대화를 엿들으라는 지시도 했다.

 

마나헴이 나자가 유리가 누보가 갇혀 있는 방으로 갔다.

 

“이 사람과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방문 앞에 앉아있는 우르소가 말했다.

 

[크기변환]유리 우루소 collage.png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라 건강이 어떤지 얼굴만 보려고요. 

 

물은 충분히 줬나요?”

 

“네.” 우르소가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대답했다.

 

“이 사람은 열성 당원도 아닌데 얼굴만 좀 볼게요.”

 

유리의 미소를 띤 부탁에 우르소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럼 문만 열 테니 여기서 잠깐 보기만 하세요.”

 

문이 열리고 유리의 얼굴을 보자마자 누보가 큰소리로 외쳤다.

 

“유리 님, 나 좀 살려주세요. 마나헴 님께 잘 말씀 좀 해주세요.”

 

“너무 걱정마시고, 조금만 더 참으세요. 어디 아픈 데는 없지요?”

 

“네, 배가 좀 고파요.”

 

우르소가 얼른 문을 닫으며 말했다.

 

“아니, 얼굴만 본다고 하고 왜 말을 하세요?”

 

“얼굴을 보니 저절로 말이 나오는 걸 어떡해요.

 

배가 고프다니 빵이라도 좀 줘요.”

 

“안 됩니다. 마나헴 님이 물만 주라고 하셨어요.”

 

좀 더 싸워볼까 하다가 그냥 방으로 돌아온 유리에게 엄마가 물었다.

 

“누보는 괜찮니?” 

 

“그런 거 같긴 한데 저 황소 놈이 말을 못 하게 해서 잘 모르겠어.”

 

“음, 아무래도 누보가 나간 후에 우리도 이제 움직여야 할 때가 된 것 같구나. 

 

마나헴이 결혼도 재촉할 거고, 이러다 모든 것이 들통나면 큰일이다. 

 

나발에게 상황을 알려주고 이 집을 나가자. 유리야.”

 

“응, 나도 마나헴 얼굴이 너무 보기 싫어. 언제 나발 님을 만나러 나갈까?”

 

“지금이라도 다녀와라. 내가 시장에 심부름 보냈다고 할게. 

 

들어올 때 시장에 들려 음식 좀 사 오고.”

 

유리가 화장을 이쁘게 하고 나가려 하자 우르소가 물었다.

 

“어디 가시나요?”

 

“엄마가 시장 좀 봐오라고 해서 나가요. 

 

마나헴 님도 시장은 괜찮다고 하셨어요.”

 

유리가 눈살을 찌푸리고, 우르소를 위아래로 한번 째려본 후 집을 나섰다.

 

어디서 저런 괴물을 데리고 와서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지, 마나헴이 더욱 미웠다.

 

그녀의 발걸음은 광장호텔로 향했다.



 

마나헴을 따라가며 경호원 오반이 말했다.

 

“이제 목발이 필요 없으실 정도로 많이 나으셨습니다.”

 

“그렇지, 그래도 이걸 짚고 다니는 게 여러모로 편리해. 

 

급할 때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있고. 

 

자,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거라. 

 

오래 안 걸릴 거다.”

 

마나헴은 아셀을 다시 만나러 왔다.

 

특별 면회실로 들어오는 마나헴을 보고 아셀의 얼굴이 환해졌다.

 

“많이 힘드지죠?”

 

“허허, 여기야 뭐 힘들다고 하면 끝이 없지요. 

 

그보다 내가 빨리 나가야 동지들도 고생을 덜 할 텐데요.”

 

“그동안 뭐 새로 생각나신 건 없나요?”

 

“네, 지난번과 별로 달라진 것 없습니다. 

 

이제 유월절이 얼마 안 남았으니, 그 전에 시위를 하지 않으면 풀려나는 건가요?”

 

“네,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위를 안 하는 건 확실합니까?”

 

“그럼요. 안 합니다.”

 

“나발이라고 아시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얼마 전 면회 온 명단을 본 거로 생각하고 말했다.

 

“네 알지요.”

 

“그놈을 잡으면 아셀 님을 당장 풀어드릴게요. 요즘 만난 적이 있나요?”

 

마나헴의 질문에 나발이 면회 온 사실을 모른다는 것을 눈치챈 아셀이 여유있게 말했다.

 

“없습니다. 면회도 안 오고 나도 좀 섭섭합니다."

 

"그럼 나발이 어디 사는지는 아시겠군요?

 

"글쎄, 나도 여기만 들어오면 기억이 아물거려요. 이제 나이도 좀 있고….”

 

“그럼 누보는 아시지요?”

 

“누보요? 그런 이름은 처음인데요. 

 

우리가 철저한 점조직으로 운영되어서 어떤 때는 이름을 모르고, 얼굴을 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마나헴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 패가 열성당 단원 패 맞지요?”

 

“그런 거 같긴 한데, 혹시 가짜는 아닌가요?”

 

마나헴이 단원 패를 아셀에게 보여주었다.

 

“진짜군요.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이름이 있는 면에 수직 나뭇결 무늬를 넣지요.”

 

엉덩이를 들면서 마나헴이 말했다.

 

“나발을 잡을 수만 있으면 즉시 석방되실 텐데….”

 

집으로 돌아가는 마나헴의 발길이 빨라졌다.

 

오반이 따로 지팡이를 들고 뒤를 따랐다.

 

[크기변환]오반1 shutterstock_410389711.jpg


집으로 급히 돌아오며 마나헴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누보 놈이 열성당인 것은 틀림없는데, 유리에게 왜 가짜라고 했는지가 의문이다.

 

순진한 유리가 열성당이란 소리에 너무 놀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설마 유리와 미리 짜고 그렇게 한 것은 아닐 테고…, 그렇게 생각하기도 싫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유리를 찾는데 레나가 들어왔다.

 

“유리는 제가 시장에 좀 보냈어요. 마나헴 님 좋아하시는 양고기 좀 사 올 거예요.”

 

눈치를 살피는 레나에게 마나헴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놈이 열성당원 맞아요. 누보란 놈.”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아무 대답 없이 마나헴은 채찍을 들고 누보가 묶여 있는 방으로 갔다.

 

우르소가 따라 들어갔다.

 

누보가 반색을 하며 마나헴에게 말했다.

 

“마나헴 님, 이제 좀 풀어주세요. 배고파 죽겠어요.”

 

“내가 묻는 질문에 솔직히 대답하면 풀어주지.”

 

손에 들려 있는 채찍을 보고 누보는 좋은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왜 유리에게 열성당 패를 보여줬지?”

 

“그냥 장난으로 놀래켜 주려고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진짜 열성당 패를 왜 가짜라고 했지?”

 

마나헴의 시선이 누보의 어깨로 향했다.

 

“가짜에요. 제 친구 거에다 제 이름을 써넣었어요.”


“원래 누구 건데?”

 

“나발이요”


“나발과 그렇게 친한데 어디 사는지도 몰라?”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의 기색이 완연했다.

 

“예전에는 알았는데 이사 간 후에는 몰라요.”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마나헴의 채찍이 누보의 어깨로 사정없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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