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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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03화 ★ 살이 미리 알고

wy 0 2022.08.07

 

<칼리굴라 각하께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저 루브리아예요.

 

공식 존함 가이우스 카이사르 게르마니쿠스라고 안 쓰고 예전에 익숙했던 칼리쿨라라는 애칭을 썼습니다.

 

어릴 때 기억을 소중히 여겨서인데, 혹시 결례가 되었다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그리스 철학자에게, 학생이 촛불을 가리키며 물었답니다.

 

선생님, 이 환한 빛은 어디에서 왔나요?’

 

선생은 대답 대신 촛불을 불어서 꺼 버린 후 대답했어요.

 

지금 이 빛이 어디로 갔는지 잘 보았지?

 

바로 거기서 왔단다라고 했답니다.

 

저는 이상하게 이 대답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오래전 칼리쿨라 님과 같이 뛰어놀던 전장터에서도, 그 장면을 밝혀주고 기억하는 그날의 햇빛이 있었을 텐데 그 빛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만약 그 빛을 찾는다면 우리의 어린 시절을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각하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유월절 지나고 로마로 돌아갈 예정인데 도착하면 곧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로마에 여러 가지로 큰 변화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자중자애하시며 큰 뜻을 이루시기 빌겠습니다.

 

여기는 말씀대로 눈이 오지는 않지만, 북방의 헬몬산 정상에는 늘 하얀 눈이 덮혀 있습니다.

 

반면에 남쪽에는 사람이 살기 힘든 사막이 있고,조금 더 가면 물속에 소금이 너무 많아서 수영을 못해도 둥둥 뜨는 바다 같이 큰 호수가 있습니다.

 

물고기는 물론 어떤 생명체도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소금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도 너무 지나치면 안 좋을 수 있네요.

 

각하의 서신을 받고 감사하고 반가웠지만 애처로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시니, 자유가 제한되실 거고, 가끔 마음이 울적하실 때도 있으시겠지요.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 드리면 좋겠지만, 우선 제우스신께 간곡히 각하의 건승하심을 빌겠습니다.

 

이제 로마의 날씨는 한참 찬바람이 불겠지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일이 많으시기 기원합니다.

 

그럼 조속히 뵙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멀리 유대 땅에서, 옛 친구 루브리아 올림> 

 

루브리아는 편지를 다 쓰고 추신으로 헤로디아 왕비와 같이 인사하러 가겠다는 말을 쓰려다가 공연히 신경 쓰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을 바꾸었다.

 

왕비에게 받은 흑진주 반지가 손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왕비가 이런 선물을 주는 것은 칼리쿨라를 의식해서겠지만, 그녀의 호의를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유타나가 은쟁반에 탐스러운 포도를 들고 들어왔다.

 

루브리아가 제일 큰 포도 한 알을 떼서 유타나에게 먼저 주며 말했다.

 

이번에 예루살렘 갈 때 이 포도 좀 가지고 가자.”

 

왜요? 예수 선생님 주시려고요?”

 

그녀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미소를 띠자 유타나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이렇게 눈치가 없다니까요. 좋은 것으로 많이 가지고 가겠습니다.”

 

루브리아의 입속에서 달고 향긋한 포도가 터졌다.

 

 

 

[크기변환]누보 2shutterstock_763024252.jpg

 

알고 보니 이놈이 열성당원이었구나!

 

그러면 그렇지. 이놈을 경비실에 단단히 묶어 놓고 기다려라. 내가 곧 갈 테니.”

 

마나헴은 화가 나면서도, 기쁜 표정을 지으며 우르소에게 지시했다.

 

누보가 우르소에게 뒷덜미를 잡혀 한 손으로 번쩍 들려서 나갔다.

 

잠시후 마나헴이 손에 채찍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고, 누보는 두 손을 뒤로 한 채 기둥에 묶여 있었다.

 

전에 맞았던 어깨 자국이 미리 알고 쑤시기 시작했다.

 

누보가 생각해도 어떻게 살이 미리 알고 아픈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마나헴이 채찍을 바닥에 철썩 내리치며 말했다.

 

, 또 지난번처럼 살점이 떨어져 나가봐야 사실대로 말하겠니, 아니면 먼저 다 털어 놓을래?”

 

마나헴 님, 사실대로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래. 어서 말해 봐.”

 

마나헴이 채찍을 오른손에 잡은 채로 누보가 묶여 서 있는 앞의 의자에 앉았다.

 

그 전에 유리를 좀 불러 주세요. 유리가 증인이 될 겁니다.”

 

유리를 불러 달라는 엉뚱한 말에 마나헴이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유리를 보려는 거냐

 

우선 네 말부터 듣고 부를 테니 먼저 말을 해.”

 

누보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입을 열었다.

 

그 열성당 단원 패는 가짜입니다. 제가 만든 겁니다.”

 

허허, 내가 보기에는 진짜같은데. 왜 가짜를 만들었나?”

 

열성당 단원이라면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 같아 그랬습니다.”

 

미친놈. 그래, 그것을 보여준 사람은 있나?”

 

다른 사람은 없고, 유리에게만 보여준 후 가짜라고 말했습니다.”

 

유리에게? 유리가 뭐라 하던가?”

 

진짜 같다고 했습니다.”

 

이놈이 내가 없는 사이에 유리와 노닥거렸네.”

 

마나헴의 채찍이 누보의 발가락 한 뼘 앞을 후려쳤다.

 

아닙니다. 사람들이 진짜 같다고 생각할지 궁금해서 그랬습니다.”

 

, 하긴 너 같은 놈이 열성당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겠지...

 

유리를 불러와라.”

 

마나헴이 우르소에게 지시했다.

 

곧 레나와 같이 유리가 들어왔다.

 

레나 님은 나가 계세요.”

 

레나를 내보낸 후 유리에게 물었다.

 

이놈이 유리에게 열성당 단원 패를 보여주었나?”

 

. 본 적 있어요.”

 

유리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보여주고 뭐라고 그러던가?”

 

마나헴의 날카로운 눈이 유리의 입술에 꽂혔다.

 

제가 깜짝 놀라니까 사실은 가짜라고 했어요.”

 

안도의 한숨 소리가 누보의 입에서 크게 나왔다.

 

얼씨구, 이놈이 이제 한숨까지 쉬네

 

그럼 그 은전은 어디서 난 거냐?”

 

그 은전은 유리가 황제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은전을 보여주길래, 제가 어머니에게 보여 드리고 돌려주려고 오늘 가지고 온 겁니다.”

 

누보가 그럴듯하게 변명을 했다.

 

마나헴이 유리를 보았고 그녀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아까 왜 거짓말을 했냐? 내가 준 거라고.”

 

얼떨결에 겁이 나서 그랬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마나헴이 누보와 유리를 번갈아 본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네 놈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이놈을 잘 묶어 놓고 당분간 물만 줘라.”

 

마나헴이 나가며 채찍으로 바닥을 다시 한번 세게 쳤다.

 

누보의 어깨가 철썩하는 채찍 소리에 다시 쑤시기 시작했다. 

 

살이 미리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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