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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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98화 ★ 돈이 땅에서 솟았다.

wy 0 2022.07.20

아셀이 눈동자를 좌우로 몇 번 굴린 후 마나헴에게 말했다.

 

제가 협조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하겠소이다.

 

이번에 우리 동료들 십여 명이 저와 같이 구속되었는데 그들도 함께 풀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요. 당수 님이 풀려나시면 당연히 그렇게 돼야지요.

 

바라바가 누군지는 아시나요?”

 

아셀이 시위 문제를 먼저 말했다.

 

이번 시위는 동원 인원이 천명은 넘을 겁니다만, 저를 풀어주시면 제가 책임지고 군중 시위를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전 이미 나발에게 시위 계획을 취소하라고 했기에 아셀이 부담 없이 말했다.

 

그리고 바라바에 대해서는 우리도 모릅니다. 간혹 그의 말을 전하는 심부름꾼이 오긴 했는데.”

 

심부름꾼?  혹시 곰 같이 생긴 몸집이 아주 큰 놈 아니던가요?”

 

글쎄요여하튼 내가 나가서 알아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전혀 짐작되는 사람도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참 안타깝네요. 그놈만 잡으면 그냥 바로 석방되시는 건데.”

 

마나헴이 다시 물었다.

 

며칠 전 키 크고 건장한 젊은이가 면회 왔던데 누구였나요?”

 

방에 들어오기 전, 아셀의 면회 일지를 보니 체포 후 처음으로 누가 면회를 왔었는데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당시 옥졸을 불러 야단을 치고 그의 인상착의를 물었다.

 

, 제 먼 친척입니다

 

이렇게 되니까 평상시 자주 인사 오던 사람들은 싹 자취를 감추네요.

 

제가 잘해 준 사람들이 더 안 나타나더군요. 허허.

 

세상인심이 그런 것 같습니다.”

 

혹시 그 사람이 열성당원은 아닌가요?”

 

아닙니다. 거리가 먼 사람이지요.”


그 사람 이름이 뭡니까?”

 

, 걔 이름이 뭐였더라

 

여기 들어오니까 머리가 좀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사람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요. 허허.”

 

마나헴은 더 캐물어도 별 성과가 없을 것 같았다.

 

여기 오래 있으면 그렇게 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당수 님이 속히 석방되시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혹시 생각나시는 게 있으면 저에게 연락해주세요. 제 주소입니다.”

 

마나헴이 연락처를 적은 쪽지를 주었다.

 

, 고맙습니다.

 

여하튼 기회 되면 열성당원들에게 시위는 자제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

 

, 시위만 안 해도 석방되시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마나헴이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갔다.

 

  

 

 

누보는 막사 입구에서 유리를 기다렸는데 오지 않았다.

 

오늘 오전, 그동안 애써 추진했던 일들을 마무리해야 하는 데 슬슬 불안해졌다.

 

결행을 다음으로 미룰까 하다가 혼자서 하기로 했다.

 

아마 유리가 갑자기 어디가 아프겠지 생각하고, 입구에서 카잔의 사인을 보여주고 정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막사 안은 일요일이라 인적도 별로 없었다.

 

여유 있게 그동안 준비한 강대상 밑의 공간에다 깃발을 조용히 집어넣었다.

 

사람들이 이것이 없어진 것을 내일 당장 알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제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천천히 옆 사동에 있는 빌라도 총독의 사무실로 들어가 그의 초상화를 떼어냈다.

 

뒷공간에 들어 있는 검은 나무 상자를 열고, 은전을 한 움큼씩 꺼내어 작은 전대에 채워 넣기 시작했다.

 

겉옷 속 몸통에 감은 4개의 전대가 불룩해졌다.

 

초상화를 다시 걸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독수리 깃발은 둘둘 감아서 독수리의 날카로운 눈을 일부러 안 봤는데, 총독의 눈은 안 볼 수가 없었다.

 

미안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이해해 주세요’ 

 

속으로 이렇게 말하니 빌라도 총독의 안색이 조금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전대를 4개밖에 안 가져온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유리가 왔으면 두 배는 가지고 나갈 수 있었는데, 도대체 왜 못 온 것인지 갑자기 불안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검은 상자에 있는 은전의 반도 못 가지고 나왔지만, 이 정도면 새집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유리는 이 사실을 아니까 은전을 나눠줘야 하고 나발에게는 말할 필요 없다.

 

이따 만날 카잔에게도 좀 줘야 한다.

 

유유히 정문을 통과하니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크기변환]누보 은전1collage.png

 

이제 고생은 끝이다. 어머니가 시장에 매일 나가셔서 목이 아프게 소리 지르지 않으셔도 된다.

 

은전의 무게로 몸이 무거웠지만, 누보의 발걸음은 새털같이 가벼웠다.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일요일에도 시장에 나가셨다.

 

아침에 누보가 오늘은 일찍 돌아올지 모르니 일 나가시지 말라고 했었다.

 

어머니는 일 안 하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니? 땅에서 솟아 나오니?” 하셨다.

 

시장 바닥에서 매일 쭈그리고 앉아 장사하는 어머니는 무릎 관절이 아팠다.

 

이제 병원에도 모시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누보는 전대를 한 개씩 끌러서 은전을 조심스레 나무상자에 넣었다.

 

단칸방이라 어디 숨길 곳도 마땅치 않았다.

 

앞마당을 파서 숨기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작은 무화과 나무 아래 땅을 팠다.

 

땅은 쉽게 파였고 주위를 잘 살핀 후 은전 상자를 묻었다.

 

방에 들어오니 긴장이 풀렸고, 누보는 누우면 방바닥의 반을 차지하는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저녁에 카잔을 만나기 전까지 한숨 자야겠다.

  

나중에 어머니께 은전을 한 웅큼 보여드리며, 돈이 땅에서 솟았다고 말하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생각하니, 자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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