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은 갑자기 찾아온 시몬이 반가웠다.
열성당에서 같이 일하던 시몬은 예수 선생의 제자로 들어간 후 거의 접촉이 없었다,
“시몬, 갑자기 웬일인가? ”
“그래. 오랜만이야. 예수 선생님이 여기 안 오신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지?”
“응, 바라바가 큰 걱정을 하고 있어.
지난번에 말했듯이 이 동네에서 꼭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있는데….”
“우리도 여기를 들려서 가실 줄 알았는데 예루살렘으로 바로 가셨어.”
“오랜만인데 바라바와 같이 식사라도 하며 얘기하자.”
잠시 후 마침 가게에 있던 바라바와 함께 그들은 근처의 작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은 후 바라바가 시몬에게 물었다.
“예수 선생님을 만나야 할 텐데 언제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예루살렘에 몇 군데 머무실 곳이 있긴 해요.
지금은 언제 어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루살렘에 환자와 같이 바라바 님이 오시면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요한 님도 선생님 곁에 있으니까요.”
“아, 요한 님도 잘 계시지요?”
‘네, 그렇긴 한데… 우리도 어떤 때는 뭐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문제가 생겼나?”
아몬이 걱정되는 얼굴로 물었다.
“음, 조심스러운 얘기인데… 오랜만에 이렇게 만나니 상의도 할 겸 얘기를 좀 해볼까?”
어딘지 어둡고 불안해 보이는 시몬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얼마 전까지도 나는 이 문제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아니 일부러 외면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
아몬도 잘 알다시피 열성당에서 일하던 내가, 특별히 이런 문제를 잘 생각할 능력도 없지만, 이제는 걱정이 돼서 생각 안 할 수가 없네.”
아몬이 한마디 했다.
“시몬, 답답하게 그러지 말고 다 얘기해봐.
여기 바라바도 입이 무거운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래, 어쩌면 내가 자네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려고 여기 왔는지도 몰라.
결론부터 말하면 소위 제자라는 우리가, 예수 선생님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무얼 하시려는지, 심지어는 어떤 분인지도 잘 모른다면 이해가 되겠나?”
바라바와 아몬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뿐만 아니라 요한 님도 마찬가지네.
말은 못 하지만, 속으로는 모두 불안하고 앞으로 어찌 될지 걱정하고 있어.”
“예수 선생님께서 이적을 행하셔서 따르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바라바도 약간 걱정이 되는 얼굴로 물었고 시몬이 바라바에게 물었다.
“예전에 선생님께서 많은 사람을 데리고 호숫가 언덕에서 몇 가지 어려운 말씀을 하신 일은 알고 있지요?”
“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뭐 그런 말씀이지요?”
“네. 그때는 선생님의 인기가 워낙 높아서 사람들이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우르르 몰려다녔어요.
그 후 시간이 좀 지나니까 우리가 듣고 싶고 기대했던 말씀은 전혀 안 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듣고 싶은 말씀이 뭐였는데?”
아몬이 즉시 물었다.
“그건 당연히 선생님께서 이 땅 위에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선언이지.
다윗왕의 후예로서, 우리의 메시아로서, 그런 말씀을 기대했었는데 그때는 물론 지금까지도 그런 목표와는 거리가 멀고 이해하기 힘든 말씀만 하시는 거야.”
“아, 그렇구나. 어떤 말씀을 하시는데?”
“처음에 하신 말씀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였는데 이 말씀으로 많은 감화를 주셨어.
우리는 곧 하늘에서 세상을 심판할 줄 알았지.
세월이 한두 해 지나자 천국은 하늘나라가 아니고, 이 땅 위에 독립 국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네.”
“그런데?”
아몬이 궁금한 듯 물었다.
“이제는 ‘천국은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천국은 너희 안에 있느니라’라고 하셨어.
이게 무슨 뜻일까?”
“음, 제자인 자네도 모르는데 내가 알 수 있겠나?”
“지금 우리는 적지 않은 회의와 무력감에 빠져있네.
기대했던 새로운 왕국에서 선생님이 나라를 통치하실 때, 그 옆에서 어떤 역할을 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바라바의 눈을 바라보며 시몬의 말이 계속 되었다.
"만약 천국이 가난한 사람 마음속에만 있다면, 나는 그런 천국 원치 않아요.
우리는 아픈 사람이 치유 받고, 헐벗고 배고픈 사람이 입고 먹으며, 돈 없는 사람도 고통받지 않는 그런 천국을, 그런 나라를 원해요.”
시몬의 말이 맞았다.
지금 바라바 자신도 루브리아의 눈을 고치기 위해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은가.
“요새는 더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데 ‘예루살렘에서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한 후, 사흘 만에 살아나실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무슨 말씀인지 정말 모르겠네요. 예수 선생님이 병자를 치유해 주시는 이적을 요즘은 잘 안 보여주시나요?”
바라바가 은근히 걱정이 돼서 물었다.
“네, 근래에는 사람들을 거의 안 만나셨지요.
예전에도 고향인 나사렛에서는 이적을 보여주지 못하셨어요.”
“아, 그런 일도 있었나요?”
“네, 마을 사람들이 선생님을 동네 산 낭떠러지에 끌고 가서 떨어뜨리려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때 마리아 님이 안 말리셨으면 큰일 날 뻔하셨대요.”
바라바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졌다.
대화는 좀 더 계속되었지만 모두 답답한 마음으로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