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잘 돼가고 있나요?”
“응, 조금 전부터 루고에게 질문을 시작하셨어.
탈레스 선생님이 잘하실 거야. 최면은 조금 후에 거실 것 같아.”
“어휴, 왜 이렇게 제가 떨리지요?”
“ 나도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조마조마하네.
나중에 최면이 성공해서 우리가 예측한 대답이 나오면, 유타나를 보낼 테니 그 방으로 건너와.”
“네, 알겠어요. 이렇게까지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무슨 그런 말을,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언니, 요즘 눈은 좀 어떠세요?”
“좀 나아진 것 같아. 예수 선생님도 곧 만날 것 같고.”
“아, 정말 잘 되었네요. 무엇보다 눈이 빨리 회복되셔야 할 텐데.”
“그래, 그래야지. 오늘 눈 마사지 아직 못했는데 사라가 좀 해줘.”
루브리아는 침대에 누우면서 나무로 만든 머리 빗는 빗 같은 것을 사라에게 주었다.
사라가 눈 주위를 부드럽게 마사지하자 루브리아는 잠시 후 색색 코를 골며 잠에 빠졌다.
아마 오늘 일이 은근히 며칠 전부터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이다.
10분도 안 돼서 루브리아가 눈을 떴다.
“사라가 있으니 내가 잠을 잘 자네.
루고가 범인으로 밝혀지면 일단 감금해서 신병확보를 한 후, 사라가 고소를 하여 재판을 하게 될 거야.
사형 판결이 난다면 집행은 로마 황제의 승인이 나야 하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
“아, 그렇게 진행되는군요.”
“응, 여하튼 오늘 일이 잘돼야지. 이제 나는 루고 있는 방으로 가볼게.”
옆 방에서는 대화가 잘 진행되는 것 같았다.
“루브리아 아가씨, 이제 1차 질문은 거의 끝나갑니다.
백부장이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루고의 입이 귀에 걸렸고 탈레스 선생의 질문이 이어졌다.
“1차 테스트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백부장은 근위대장인 로무스님에게 충성을 다했으며 그동안 한 번도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한 적이 없나요?”
“네. 저는 대장님을 제 목숨 다 바쳐 보좌했으며, 제가 이때까지 살면서 가장 존경하는 분입니다.
물론 그동안 드린 보고도 항상 정확한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루고는 슬쩍 루브리아를 쳐다보았다.
“네. 이제 1차 질문은 끝났습니다.
바로 2차 질문으로 들어가겠는데 2차 질문은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정신을 집중하여 대화를 해야 합니다.
제가 하라는 대로 따라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
탈레스 선생은 준비해온 나무상자에서 긴 목걸이 같은 도구를 꺼냈다.
끝에는 타원형의 장신구가 달려 있었다.
“자, 이제 커튼을 조금 더쳐서 약간 어둡게 하겠습니다.
루고님은 편안하게 긴 의자에 누워 주세요.”
루고가 눕자 선생이 방을 약간 어둡게 한 후, 목걸이 같은 도구를 그의 앞에서 천천히 흔들었다.
끝에 달린 장신구가 좌우로 일정하게 움직였다.
“이것이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숫자를 하나 둘, 하나 둘, 속으로 계속 세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난 후 선생이 다시 말했다.
"이제 눈을 감으시고 내가 하는 말을 따라 하세요.”
“네.”
“나는 이제부터 나의 과거로 여행을 한다.”
루고가 따라 했다.
“나의 이름은 루고다.”
역시 루고가 따라 하자 선생은 루고의 인사카드를 보며, 그의 어린 시절 고향에서 놀던 때의 이야기부터 여러 가지 질문을 계속했다.
그러면서 무언가 은은한 향기가 나는 수건을 루고의 코앞에 대었다.
그러자 루고가 눈을 반짝 뜨며 물었다.
“선생님, 이게 무슨 향기인가요?”
“이건 마음을 편하게 해주며 예전 기억이 잘 떠오르게 도와주는 작용을 합니다.
건강에는 아무 지장이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향기를 맡았으면 일어나 앉으세요.”
“아,네. 알겠습니다.”
루고가 일어나 앉았다.
계속 몇 가지를 묻고 루고가 대답하자, 선생이 어느 순간 두 손바닥을 마주쳐 탁 소리를 내며 루고에게 말했다.
“루고 백부장은 이제 마음속 모든 것이 다 보이고, 보이는 그대로 나에게 말할 준비가 되어있나요?”
“네. 선생님.”
“자, 이제 루고는 10살짜리 소년입니다.
엄마는 뭘 하고 계시지요?”
“음… 엄마는 음식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어떤 음식입니까?”
“맛있는 양고기를 만들고 계십니다.”
“루고는 양고기를 좋아하나요?”
“네. 어릴 때부터 자주 먹었습니다.”
“지금 제일 친한 친구가 누구지요?”
“음…. 피코입니다.”
“그 친구 이름을 여기다 써보세요.
눈을 살짝 뜨고 쓰세요.”
선생이 필기도구를 주었고 루고가 이름을 썼다.
그것을 본 선생이 루고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루고 백부장은 승진에서 탈락하였습니다.”
루고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루브리아도 무슨 일인가 하여 탈레스 선생을 쳐다보았다.
“백부장은 나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았어요.
아까 맡으라는 향기도 숨을 참고 맡지 않았지요?
나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은, 로무스 대장님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으로 질문을 마치겠습니다.”
루고는 놀래서 벌떡 일어나며 선생에게 애원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번에는 뭐든지 하라고 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이런 질문이 처음이라 제가 너무 긴장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탈레스 선생은 아무 말 없이 루브리아를 바라보며, 루고가 못보게 살짝 눈을 깜빡였다.
루브리아가 눈치를 채고 말했다.
“선생님. 마지막 기회를 한 번만 더 주세요.
루고 백부장 님이 이번에는 잘할 거예요.”
“루브리아님이 그렇게 간청을 하시니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하겠습니다.”
루고는 루브리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영감이 내가 숨을 참은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