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스 선생이 약속대로 루고보다 조금 일찍 왔다.
“아가씨, 눈은 좀 어떠신가요?”
“네. 선생님 덕분에 조금 나아지는 느낌이에요.”
“잠깐 한번 보겠습니다.”
볼록렌즈를 눈에 대고 루브리아의 눈을 관찰한 선생은 외관상으로는 별 변화 없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검은 눈동자가 하얗게 변하는 증상이 생겨서 시력에 문제가 됩니다.
그 증상은 서서히 시력이 악화되기 때문에 보기보다는 덜 위험합니다."
탈레스 선생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최면을 걸 사람은 누구인가요?”
“아, 제가 미리 좀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오늘 만나실 사람은 근위대 백부장 루고라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의 범죄행위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 최면의 목적입니다.
저희가 확신하기에는 이 사람이 부하를 시켜서 누구를 살해했는데 증거도 없고 자백도 물론 안 했습니다.
저희가 자기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지요.
그는 치밀하면서도 난폭한 사람 같습니다.”
“그럼 머리도 잘 돌아가겠네요.”
탈레스 선생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네. 그럴 겁니다.
그래서 그에게 오늘 선생님을 만나서 승진을 위한 충성심 테스트 같은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호호.”
“알겠습니다. 최면을 시술할 방은 준비해 놓으셨지요?”
“네. 말씀대로 커튼을 쳐서 좀 어둡게 했고, 루고가 앉을 긴 의자는 누울 수도 있는 의자입니다.”
“그 정도면 되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지만, 어떤 사람은 안 걸리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런 경우는 곧 중지해야 합니다.”
탈레스 선생이 말을 마치자 루고가 도착했다고 유타나가 침실에 들어와 말했다.
“응, 그래. 아까 준비한 방에서 좀 기다리시게 해.”
“네, 아가씨. 과일도 준비해 놓았어요.”
유타나가 나가자 루브리아가 말했다.
“처음에 긴장을 좀 풀게 한 후, 일단 최면이 걸린 것이 확인되면 그때부터는 제가 하는 말을 선생님이 질문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가실까요?”
루브리아가 탈레스 선생과 함께 방에 들어가니 루고가 벌떡 일어나 먼저 루브리아에게 그다음에 선생에게 각각 90도 인사를 했다.
“백부장님, 오래 기다리셨나요?”
“아닙니다. 지금 막 왔습니다.”
“이분은 제가 말씀드린 고명하신 탈레스 선생님이세요.”
“선생님, 이렇게 가까이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루고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말씀 들었어요. 곧 승진을 앞두고 있으시다고요.”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계속 차렷 자세로 말하는 루고에게 루브리아가 말했다.
“백부장님.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이쪽으로 앉으세요.”
루브리아는 루고에게 긴 의자를 권했다.
루고는 그제야 얼굴에 웃음을 띠며 의자에 앉았다.
“루브리아 아가씨. 이 방이 참 아늑하네요. 은은한 향기도 좋고요.”
“오늘 탈레스 선생님이 물어보시는 말씀에 진솔하게 대답하시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예요.”
“네. 어떤 질문을 하시게 되나요?’
루고가 탈레스 선생에게 얼굴을 돌리며 물었다.
“먼저 애국심과 충성심에 대한 질문을 한 후, 2차로 좀 더 개인적인 생각들을 물어보게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먼저 루고 백부장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여기에 써 주세요.
나이, 고향, 가족관계만 쓰면 됩니다.”
루고가 잠시 후에 다 쓴 쪽지를 선생에게 주었다.
“네. 그럼 이제부터 질문을 하겠습니다.”
루고는 다시 약간 긴장한 자세로 탈레스 선생을 바라보았다.
“루고 백부장은 이제 승진하면 천부장이 되는데 천부장이 하는 일을 알고 있나요?”
“네. 천부장은 일종의 지역 사령관으로서 그 지역의 군사적인 문제를 처리하고, 시민들을 안전하게 지킬 책임이 있으며, 약 600명에서 1000명의 부하들을 지휘합니다.”
“거의 호민관의 역할을 해야 하는 중책인데 어떤 각오로 할 생각인가요?”
“네. 저는 먼저 지역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여 폭동이 없는 조용한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그리스인이나 유대인이나 모두 로마의 권위에 복종하고, 그 질서 안에서 치안을 튼튼히 하고 경제 성장을 이루어 나가겠습니다. ”
“오늘 시험공부를 많이 하고 오신 것 같네요. 하하.”
“아, 감사합니다.”
루고는 이제 천부장이 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하니 너무 신이 났다.
“이제 곧 유월절 명절이 되면 많은 사람이 각 지역에서 예루살렘으로 모일 텐데 그중에 불순한 세력들도 있겠지요.
늘 이때가 되면 신경이 좀 쓰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그래서 대장님께도 말씀드렸지만, 평소에 문제 있는 유대인들을 밀착 감시하고 그들의 동정을 파악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루고는 말을 마치며 루브리아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루브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선생님, 저는 제방에 가서 눈 마사지 잠깐하고 오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약 30분 후에 개인적 질문을 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루브리아가 방에 돌아오니 사라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