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이 바라바의 가게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바라바. 좀 안 좋은 소식인데, 예수 선생이 이번에 여기 안 오신다네.”
“어, 그래? 큰일이네. 그분만 믿고 있었는데….”
바라바가 그답지 않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글쎄 말이야. 갈릴리는 들리지 않고 바로 예루살렘으로 가시나 봐.”
“음, 그럼 예루살렘에 가서라도 만나야지.”
루브리아의 실망한 얼굴이 떠오르며 바라바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과연 로무스 대장이 루브리아를 예루살렘으로 가게 할지도 의문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상의할 일이 있어.
어제 아셀 님을 만났는데, 조만간 열성당 전체 당원을 동원하여 헤롯에게 우리의 요구사항을 알리는 집회를 열자고 하시네.
아마 벌써 실무적으로 준비를 좀 한 거 같아.”
“음, 그래서 뭐라고 했어?”
“우리가 하긴 해야 할 일이지만, 시기를 조금 늦추는 게 어떠냐고 했는데 아셀 님 생각은 빨리하고 싶은 것 같아.’
“어떤 문제를 주로 부각할 거지?”
“아마 세금 인하 문제와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이 1년에 두 번 이상 예루살렘에서 명절을 보낼 수 있는 여행의 자유를 생각하는 것 같아.”
“세금은 주로 성전세 문제겠지?”
“그렇지. 매년 2드라크마씩 우리가 예루살렘 성전에 내는 성전세를 로마가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지.
이 문제는 헤롯이 로마와 직접 협상을 해야 할 문제니까.”
드라크마 - 그리스 은화
“아셀 님으로서는 새로 열성당의 지도자가 돼서 뭔가 업적을 남기고 싶겠구나.”
“그래. 오래 할 것도 아니니까 서두르게 되는 것 같아. 네 생각은 어때?”
“사실 여행 문제는 지금도 어느 정도 자유롭게 다니고 있잖아?”
“그렇긴 하지. 그래도 한 번 더 짚고 넘어가는 게 확실할 거야.”
“세금 문제는 헤롯 왕이 로마와 협상하기 싫어할 텐데.”
"그럼. 자기 점수가 깎이는 일이라 안 하려고 하겠지.”
“미사엘 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네.”
“글쎄, 내가 곧 만나서 상의 해 볼게. 아마 바라바, 너의 의견을 물어볼 거야.”
바라바는 바로 이런 안건을 헤로디아 왕비가 자신과 의견을 나누고 싶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서로의 주장과 생각을 교환하여, 서로 양보할 바를 찾는다면 불필요한 희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보다 미사엘 님과 너의 생각이 더 중요하지. 만약 일을 진행하다가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알려줘.”
숨을 길게 내쉰 바라바가 계속 말했다.
“그보다도 예수 선생이 언제 예루살렘에 도착하시려나?
루브리아 님의 눈이 점점 안 좋아진다는데, 네가 좀 더 알아봐 주면 좋겠네.”
“그래, 요한에게 다시 연락해 볼게.
요즘은 예수 선생이 몇 사람만 데리고 다니시며 상당히 은밀히 활동하신다고 하더라.”
“그렇구나. 그래도 우리가 꼭 가서 만나야 하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 언제 오시고 어디에 주로 계실지 내가 알아보고 알려 줄게.”
“그래. 고마워. 미사엘 님께 내가 조만간 연락 드린다고 전해줘.”
아몬이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타나가 들어왔다.
또 무슨 일인지 불안한 모습의 바라바에게 씩 웃으면서 그녀가 말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아가씨는 아직 잘 계세요.
오히려 바라바 님 걱정하시며 저에게 이 서신을 전달하라고 하셨어요. 바라바 님은 복도 많아요.”
유타나를 보내고 서신을 열어 봤다.
<“바라바 님,
걱정이 많으셨지요?
그날 갑자기 제가 로마에 가서 선을 보는 문제를 아버지가 말씀하셔서 저도 당황했어요.
물론 저는 그 전에 듣긴 했지만,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여하튼 지금은 사무엘 님 사건을 최우선으로 해결하려 해요.
아마 며칠 내에 확실한 결과가 나올 거예요.
그리고 그날 제가 연주한 음악 괜찮았지요?
지난번 티베리아 호수에 같이 갔었으면 거기서 연주하려고 했었는데 관객이 더 늘었어요. 호호.
제 눈은 요즘은 조금 좋아진 것 같은 기분이에요.
유타나가 열심히 마사지 해주고 있고 저도 하루에 네댓 시간씩 눈을 아래로 하고 엎드려 있었더니 효과가 있는 거 같아요.
근데 엎드려서 계속 있는 것이 생각보다 참 힘든 일이더군요.
아마 피가 계속 얼굴로 몰려서 그런지 좀 어지럽기도 하지만, 눈에 좋다니 당분간 더 할 생각이에요.
예수 선생님도 곧 오신다니 마음이 놓이네요. 빨리 만나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건 참고로 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데, 요즘 열성당의 움직임이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는 것 같더군요.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것을 우연히 들었는데 사무엘 님 이후에 누가 지도자가 되었는지 알고 계시고 어쩌면 곧 체포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만약 제가 여기서 예수 선생님을 만나서 눈이 완쾌된다면 가능한 로마에는 안 가도록 해 볼게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저는 바라바 님과 로마에 같이 가고 싶어요.
우리의 소망이 반드시 이루어지길 빌어요.
그럼 곧 다시 연락드릴게요.
-루브리아 드림”>
바라바는 루브리아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 것에 크게 안도했다.
근위대의 정보력은 역시 대단했다.
조금 전 아몬에게서 자신이 들은, 열성당의 대규모 집회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아셀 님이나 아몬이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
아무래도 먼저 나발을 만나서 대책을 상의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가는 길에 헤로디아 왕비에게 드릴 헬몬산 석청을 한 통 가지고, 왕궁 부속실에 갔으나 왕비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바라바는 잠시 후 나발을 만나러 광장 호텔로 들어섰다.
나발은 호텔 로비에 앉아서 어디서 본 듯한 여자와 주스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