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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51화 ★ 자살한 아단의 편지

wy 0 2022.02.06



[크기변환]6계명 1 다운로드.jpg

 

루고는 아단이 며칠 조용해서 이제 좀 안정이 되는 줄 알았다.

 

협박도 했으니 마음 약한 그가 더는 딴생각을 못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루고의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아단이 하루 결근을 하더니 그 다음날 출근해서 서신 한 장을 루고의 책상 위에 놓고 아무 말 없이 나갔다.

 

루고가 얼른 펼쳐 보았다.

 

[크기변환]루고 아단1 collage.png

 

<루고 백부장님께,

 

지금 제 심정과 상황을 글로 써서 드립니다.

 

읽어 보시고 내일 백부장님 생각을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비록 사마리아인이지만, 유대교 신자로서 십계명을 준수하며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과적으로 살인하지 말라라는 제6계명을 어겼습니다.

 

사무엘 님은 매일 옆에서 귀찮게 감시하는 저에게, 한 번도 언짢은 표정을 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때는 저녁에 생선도 몇 마리 집에 가서 먹으라고 주셨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분이 열성당 당수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좋으신 분이 저 때문에 그렇게 되신 것을 생각하면 너무 사는 것이 괴롭습니다.

 

저는 승진도 하고 싶고 또 결혼도 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양심의 형벌을 평생 안고는, 절대로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이 계명을 어기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군요.

 

사실 백부장님도 양심의 가책이 있으시겠지만, 그래도 직접 하지 않으시고 저를 시키셨으니 아마 제 심정을 잘 이해 못 하실 겁니다.

 

근위대 병사가 무슨 그런 말을 하느냐며 마음이 약하다고 하셨는데, 저는 전투에서, 혹은 나를 해치려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살해한 것이 아닙니다.

 

또 당연히 벌을 받을 사람이 죽었다고 하셨는데, 생사를 주관하시는 이는 오직 하나님이십니다.

 

생각할수록 저는 엄청난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고민 끝에 어제 사라의 집에 갔습니다.>

 

루고는 깜짝 놀라 얼른 다음 글을 읽었다.

 

<그녀를 만날까 하다가 간단한 쪽지만 집안에 던지고 그냥 왔습니다.

 

이제 제가 살길은 어떤 형벌을 받더라도 양심의 자유를 찾고, 백부장님의 도움으로 다른 곳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것입니다.

 

만약 제 생각에 끝까지 반대하시면 저는 누가 저에게 이런 지시를 했는지 사라에게 곧 밝힐 수밖에 없습니다.

 

백부장님, 부디 저의 마음을 이해해 주시고 도와주세요.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단 올림>

 

루고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두세 번 읽어 보았다.

 

이제 이놈을 그냥 놔두면 안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일단 내일 아단을 만나서는 절대 윽박지르거나 야단을 치면 안 될 것이다,

 

루고는 어찌하는 게 좋을지 계속 생각하며 편지를 읽고 또 읽어 보았다.

 

아단의 편지 초반에 너무 사는 것이 괴롭습니다라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루고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나발은 누보의 말에 흥미를 느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레나가 자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마나헴도 자주 안 온다니 그녀를 만나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다만, 조심하기 위해 조금 일찍 양고기 집 앞에 도착하여, 누보를 먼저 들여보내고 밖에서 주위를 살폈다.

 

조금 후에 레나와 또 한 사람이 음식점으로 들어가는데,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여자였다.

 

레나 나발 누보 유리 collage.png

 

조금 기다려 봐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같아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큰 식당은 벌써 사람들로 거의 다 찼고, 양고기 굽는 냄새가 맛있게 났다.

 

저쪽 구석에서 레나가 반색을 하며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다른 손님들도 이상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가까이 가 식탁에 앉으니 그녀의 딸이 수줍은 듯 일어나 인사를 했다.

 

오늘 보니 화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꽤 미인이었다.

 

인도 특유의 가무잡잡한 피부가 고왔고 복스러운 인상이었다.

 

우리 나발 님, 이렇게 나와 줘서 고마워요

 

레나가 인사를 했다.

 

천만에요.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따님도 같이 나왔군요.”

 

. 호호. 몇 번 오셨을 때 정식 인사를 못했는데, 나는 레나이고 우리 딸 유리에요.”

 

댁에서는 좀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여기서 보니 따님이 상당히 미인이시군요.”

 

나발의 칭찬에 레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딸이라서가 아니라 마음씨 곱고, 어디에 가도 빠지지 않는 미모지요.”

 

. 저도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누보의 목소리였다.

 

레나가 누보를 힐끗 한번 쳐다보더니 나발에게 물었다.

 

요즘 잘 안 오시네요. 일이 많이 바쁜가요?”

 

. 좀 그런 편입니다.”

 

레나가 계속 말을 하려는데, 미리 음식을 주문해 놨는지 양고기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나왔다.

 

잘 먹겠습니다.” 누보의 손이 가장 빨랐다.

 

나발도 잘 익은 양갈비를 손으로 떼어 먹으면서, 레나가 왜 이런 자리를 마련했는지 궁금했으나, 적어도 손해 볼일은 없을 것 같았다.

 

유리를 쳐다보니 그녀도 나발을 보고 있다가, 눈동자가 마주치자 살짝 웃으며 얼굴을 돌렸다.

 

볼에 살이 조금 붙어서 귀여운 맛도 있었다.

 

갑자기 혹시 레나가 자기 딸과 나를 데이트시키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나가 나발의 직업을 물어보길래, 그냥 시장에서 장사한다고 했다는 누보의 말도 기억났다.

 

만약 그렇다면 이 기회를 마나헴을 잡는데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 말없이 고기를 열심히 먹다 보니 벌써 반 이상 먹었다.

 

레나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 지난번 나발 님과 같이 오신 분의 평생 운세도 아주 특이해서 잘 기억하고 있어요.

 

이름이 바라바였던가... 나발 님은 그분과 앞으로 큰일을 하시게 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그럼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만난 거예요.

 

, 우리는 이제 먹을 만큼 먹었으니 먼저 일어납시다.”

 

레나가 누보를 보며 말했다.

 

, 그래요? 잠깐만요

 

고기 조금만 싸가지고 갈게요. 어머니 갖다 드리려고요.”

 

누보가 급히 고기를 싸는 것을 지켜보며 레나가 말했다.

 

나발 님과 우리 유리의 별자리에 크고 푸른 행운의 별이 멀리서 감싸들고 있어요.

 

둘이서 대화를 좀 더 나누면 그 별이 더욱 빛날 거예요.”

 

누보가 누런 보자기로 고기를 많이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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