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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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49화 ★ 흔들리는 눈동자

wy 0 2022.01.30

갑자기 식당에 들어온 로무스를 보고 바라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

 

대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버지, 예수 선생님이 곧 오신다고 해요. 바라바 님이 그 소식을 전해주러 갑자기 왔어요.”

 

루브리아가 얼른 설명을 했다.

 

, 그 눈을 고친다는 유대 랍비 말이지?”

 

, 바라바 님이 그의 제자들을 아니까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렇구나. 갑자기 점심 약속이 취소돼서 공관으로 들어왔는데 마침 잘 왔군.

 

같이 식사나 하고 가지.”

 

그래요. 바라바 님. 다른 약속 없으면 그렇게 하세요.”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나는 옷 좀 갈아입고 내려올게.”

 

로무스가 나가자 루브리아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깜짝 놀랐어요. 호호. 저도 옷 바꿔 입고 곧 다시 내려올게요.” 

 

유타나가 식탁을 차리러 들어 왔고, 루브리아는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아까 제가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바라바 님이 좀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아닙니다. 제가 미처 생각을 못했어요.”

 

유타나가 식탁을 준비하며 바라바와 이야기하는 중 로무스가 먼저 들어 왔다.

 

바라바, 그동안 잘 지냈나?”

 

, 대장님. 진작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로무스 대장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루브리아가 밝은 오렌지색 옷을 화사하게 입고 손에 리코더를 들고 내려왔다.

 

식사 차릴 동안 그동안 제가 연습한 곡을 들려 드릴게요

 

아버지는 제가 부는 리코더 소리가 침실에서 조금 들리시지요?” 

 

그래. 자장가로 듣는다. 여기서 연주하면 소리도 적당히 울리고 좋더구나.”

 

, 천장과 벽이 나무라서 방 자체가 악기 같은 공간이지요.

 

피타고라스 선생에 의하면 소리도 물결처럼 파동이 있고, 서로 좋아하는 소리가 있다고 해요.”

 

루브리아가 보면대에 악보를 놓고 가볍게 인사를 하자 로무스와 바라바가 박수를 쳤다.

입술을 리코더에 댄 후 살며시 눈을 감은 그녀가 호흡을 길게 내 쉬자 가늘고 맑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곡조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고, 잔잔한 호수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끼리 조용히 대화를 주고받는 느낌이었다.

 

곧 이어 멀리 떠난 연인을 위한 기도문을 읊듯이, 느리고 평온한 곡조가 실내를 휘감아 돌았다.

 

조용히 식탁을 다 차린 유타나도 옆에 서서 듣고 있었다.

 

음악은 다시 빠른 템포로 바뀌어 그동안의 일들을 정리하는 듯, 여러 단상의 순간들이 떠 오른 후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아직도 마지막 음이 실내에 멈추어 있는 듯했다.

 

이윽고 루브리아가 리코더를 내리고 얌전히 고개를 숙이자 세 사람 모두 큰 박수를 보냈다.

 

우리 루브리아가 로마에 가서 데뷔해야겠구나. 하하

 

언제 그렇게 연습을 많이 했니?”

 

요즘은 거의 매일 리코더만 불었어요.

 

호흡도 길어지고 서서 연습하면 산보 안 해도 다리 운동이 돼요.”

 

그랬구나. 그 음악은 뭔가 사람을 배가 고프게 하는 작용도 하는 것 같다. 

 

이제 맛있는 음식만 많이 먹으면 되겠구나. 하하

 

기분이 좋아진 로무스는 포도주를 한 잔씩 따르도록 했다.

 

대부분 로마 귀족들은 식사 때마다 포도주를 물에 타서 마시지만 로무스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 우리 천재 음악가 루브리아와 음악의 신 뮤즈를 위하여 건배!”

 

로무스가 잔을 들어 건배를 했고 바라바와 루브리아도 시원한 백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다.

 

유타나가 동그란 빵과 붉은 잼을 식탁에 놓으며 말했다.

 

이 산딸기가 들어간 잼을 많이 찍어 드시면 눈에 좋다고 합니다.”

 

루브리아의 눈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그 예수라는 랍비가 정말 눈을 고친 적이 있는가?”

 

로무스가 바라바를 보며 물었다.


[크기변환]로무스 바라바 collage1.png

 

, 제가 듣기로는 여러 명을 고쳐 주셨고, 심지어 태어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의 눈도 고치셨다고 합니다.”

 

, 만나 봐서 손해 볼 건 없겠지만 유대인들의 소문이 믿을만할지.”

 

아버지, 그래도 그런 소문이 그냥 나겠어요

 

저는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 그렇게만 되면 로마에 가서 따로 의사를 만날 일도 없겠지.

 

바라바는 루브리아가 내달에 나와 같이 로마에 다녀올 거라는 계획을 알고 있나?”

 

, 조금 전에 들었습니다.”

 

이번에 가서 할 일들도 알고 있고?”

 

눈 치료 때문에 가시는 거 아닌가요?”

 

, 물론 그것도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로무스는 루브리아를 쳐다보며 말꼬리를 흐렸다가 계속 이어나갔다.

 

아직 못 들은 것 같은데 이번에 로마에 가서 루브리아가 선을 보게 되었네.”

 

바라바는 깜짝 놀라 루브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상대 집안은 원로원 위원 도미니우스 님의 아들인데, 아직 젊은 나이에 재정담당 비서관을 하고 있다네.

 

우리 루브리아의 소문을 로마에서 듣고 원로원 의원이 직접 사람을 보내 만나자는 전갈이 왔지. 하하.”

 

바라바는 갑자기 들은 말에 처음에는 멍했으나 점점 명치끝이 쓰려왔다.

 

자기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집안의 아들인데다, 무어라 한마디 말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상황도 아니었다.

 

바라바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루브리아도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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