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는 걱정은 되었지만, 헤로디아 왕비가 그날 있었던 일로 자존심이 상해 어떤 보복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로마 황제 흉상의 대금을 받으려면 만나긴 해야 하는데, 그쪽에서 연락 올 때까지 며칠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걱정은 루브리아의 눈이었다.
만약 루브리아가 실명이 된다면, 그다음은 어찌 될지 전혀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기도가 너무 부족했던 것 같았다.
하나님은 그동안 자신의 기도를 분명히 몇 번 들어 주셨다.
루고나 마나헴에게 복수하게 해 달라는 기도는 하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그들은 처벌받아야 하고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루브리아가 실명을 한다면 아무 대책이 없었다.
하나님이 왜 그녀의 눈을 이렇게 하시는지, 그 이유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여하튼 바라바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기도와 예수 선생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바라바가 가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막 기도를 시작하는데 헤스론이 들어 왔다.
“시몬에게 연락이 왔는데 예수 선생이 내주쯤 오실 것 같다고 하네.”
너무나 반가운 소식에 바라바는 기도를 멈추고 바로 바닥에서 일어났다.
마나헴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라는 헤스론의 독촉에, 누보가 할 수 없이 레나를 만나러 왔다.
“마나헴님은 예루살렘에서 돌아왔는데 요즘 바빠서 여기 잘 안 오세요.”
레나의 목소리가 상냥했다.
다리는 다 고치셨나요?”
“아직 못 고쳤어요. 그건 그렇고… 친구 나발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데, 연락해서 만날 수 있나요?”
"네. 제가 연락은 되는데 무슨 일인가요?"
“지난번 왔을 때 별자리를 보니까 앞으로 큰일을 할 것 같아요.
아마 조금 있으면 더욱 두각을 나타내서, 어떤 단체의 리더나 장군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렇지요. 나발은 앞으로 장군이 될 친구예요.”
누보가 자연스럽게 동의하자 레나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질문을 했다.
“나발이 지금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아, 그냥 동네 사람들과 같이 장사하고 있어요.”
누보가 찔끔해서 얼버무렸다.
“근데 장군이 될 거 같은가요?”
“네… 레나님이 그렇게 말씀하셔서 저도 그냥 그랬어요.”
“그랬군요. 언젠가는 반드시 그렇게 될 거예요.”
누보는 얼마 전 나발이 앞으로 열성당에서 자기가 중요한 일을 할 거라는 말을 한 것을 기억했다.
레나도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나발과 같이 일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네. 나발이 똑똑하고 레슬링도 잘해요. 제 친구지만 참 부러워요.”
“그렇군요. 나발과 우리, 식사나 같이해요.”
“그러실까요? 그럼 제가 나중에 그 친구에게 알려줄게요.”
“아니요. 그냥 약속을 해요. 무슨 음식 좋아해요?”
“저는 양고기 구이를 좋아하는데요.”
“아니, 나발이 좋아하는 거요.”
“걔도 그래요.”
누보는 헤스론과 같이 갔던 그 음식점에서 며칠 후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혹시라도 우리 만나는 거 마나헴님이 모르시지요?”
누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물론 모르지요. 걱정하지 말고 나발을 꼭 데리고 나와요.
그날 맛있는 거 많이 먹을 준비하고.”
누보가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자 안에서 경호원이 나오며 물었다.
“저 친구 오랜만에 왔네요.
마나헴님이 만나고 싶어 하시는 것 같던데요.”
“아, 오늘 물어보니 아직 보고할만한 일이 없다고 해요.
마나헴 님 안 계실 때 좀 편히 쉬세요. 나가서 식사도 하시고….”
레나가 은전 한 닢을 경호원의 손에 슬며시 쥐여 주었다.
루브리아는 리코더를 불고 있었다. 악기를 불 때는 눈에 대한 신경이 덜 쓰였다.
호수공원에서 바라바에게 들려주려 했던 ’축복받은 영혼의 춤‘이었다.
바라바가 왕비의 도움으로 풀려난 후 그에게 연락을 못했다.
루고의 일도 알려줄 겸 곧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유타나가 들어 왔다.
“바라바님이 면회실에 오셨어요.”
“어머, 아래 부속 식당으로 모셔. 곧 내려갈게.”
간단한 화장을 한 후 가벼운 옷차림으로 내려갔다.
“눈은 좀 어떠세요? 예수 선생님이 곧 오실 것 같아요.”
바라바의 목소리가 활기찼다.
“어머, 그래요. 좋은 소식이네요. 언제쯤 오시나요?
“확실치는 않지만 내주 쯤 오신다고 해요.”
“아, 정말 다행이네요.”
“네, 오시면 제가 아는 제자에게 부탁을 해서 바로 만나야지요.”
유타나가 과일을 가지고 오겠다며 나갔다.
“이번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왕비님 덕택에 금방 나오셨네요.
너무 다행이에요.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요?”
“네. 앞으로 서로 은밀히 돕자고 하셨는데 아마 우리 조직을 정보통으로 활용하고 싶으신 것 같아요.”
루브리아가 루고의 자백을 받기 위해 계획하고 있는 일을 바라바에게 알려 주었다.
“참 좋은 방법이네요. 만약 그가 최면에 걸려 범행을 자백하면 어떤 형벌이 내려지나요?”
“근위대 규정을 보면 명령 불복종은 상황에 따라 사형까지 시킬 수 있는데 이건 불복종 정도가 아니지요.”
유타나가 포도와 오렌지를 가지고 들어 오더니 바라바를 보며 말했다.
“요즘 오렌지가 달고 참 맛있어요. 많이 드세요.
그리고 아가씨에게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말씀 드리는데, 이번에 아가씨 눈이 더 안 좋아지신 것은 바라바님이 체포된 충격 때문이에요.”
“어머, 아니에요. 유타나가 잘 모르고 혼자 하는 말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루브리아가 유타나에게 꾸짖는 듯한 얼굴을 하니, 유타나가 과일을 놓고 나갔다.
“저 때문에 그러셨군요.”
“아니에요. 걱정은 물론 했지만 그런 건 아니에요.”
바라바는 너무 미안한 마음에 루브리아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분위기가 좀 무거워지자 루브리아가 화제를 돌렸다.
“아, 그리고 제가 눈 치료도 받을 겸 아버지와 로마에 다녀올 것 같아요.”
“네. 언제쯤 가시나요?”
“한두 달 후에 갈 것 같은데 그전에 예수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네, 이번에 그분이 꼭 고쳐주실 거예요.”
“네, 저도 그렇게 되리라 믿어요.
제 마음 같아서는 이번에 로마에 바라바님과 같이 가고 싶은데, 아무래도 다음 기회를 봐야겠어요.
제 눈 때문에 아버지가 걱정도 많으시고요.”
“네, 그럼요. 눈 다 나으신 다음에 기회가 많을 텐데요.”
바라바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유타나가 급하게 식당 문을 열고 들어 왔다.
그 뒤를 따라 로무스 대장이 들어 오며 말했다.
“어, 바라바가 여기 와있네, 손님이 누군가 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