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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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44화 ★ 흑장미 향기의 유혹

wy 0 2022.01.13

바라바는 작은 흉상을 들고 중앙홀을 지나 내실 복도를 지나갔다.

 

앞서 걸어가는 헤로디아에게서 은은한 장미 향내가 계속 풍겨 나왔다.

침실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녀를 따라 들어가니, 분홍색 커튼으로 둘러싸인 방 중앙에 큰 자주색 침대가 있었다

 

티베리우스 황제의 흉상을 든 채로 바라바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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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2대 황제 티베리우스

 

"어디다 놓아 드릴까요?"

 

왕비가 벽난로가 있는 벽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놓여있는 큰 꽃병을 치우고 거기다 놔 봐요."

 

꽃병에는 자주색 장미와 노란 백합꽃이 가득 꽂혀 있었다

 

무거운 꽃병을 치우고 그 자리에 황제의 흉상을 놓자 나름대로 괜찮아 보였다.

 

"아주 좋아요. 바라바가 보기에는 어때요?"

 

". 제 생각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호호, 수고했어요. 여기까지 왔으니 차나 한잔하고 가요."

 

화려한 자주색 침대 옆에 두 사람이 마주 보며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었다.

 

작은 테이블 위에는 이미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바라바가 머뭇거리며 앉자 왕비가 바라바의 찻잔에 먼저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걱정 말고 마셔요. 이 차에는 아무것도 타지 않았어요. 호호"

 

". 감사합니다. 어떤 차인가요?"

 

바라바가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대며 물었다.

 

"흑장미 향이 나는 차에요

 

내가 장미를 닮았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장미꽃 가시까지 닮았다는 말은 차마 못 하는 것 같아요. 호호.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로 찌르지 않지요."

 

".“

 

두 사람의 눈동자가 잠깐 마주쳤다.

 

"내가 장미꽃은 좋아하는 이유는, 아름다움과 날카로움을 같이 가지고 있어서지요.

실은 바라바에게 남자다운 강인함과 봄바람 같은 부드러움이 같이 느껴져서, 처음 봤을 때부터 내 마음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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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디아는 장미 찻잔을 들어 코앞에서 한 번 돌리며 냄새를 맡은 후,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사방은 조용했고 바라바는 갑자기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아무래도 여기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 일어서며 말했다.

 

"왕비님,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니, 차도 다 안 마시고, 계산도 아직 안 했는데모두 얼마 주면 되나요?"

 

", 제가 좀 더 생각하고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헤로디아가 일어나서 몇 걸음 걷더니 갑자기 바라바를 잡으며 말했다.

 

", 갑자기 어지럽네. 침대에 좀 눕혀줘요."

 

당황한 바라바가 그녀의 상체를 부축하며 침대에 눕히는 순간, 헤로디아가 바라바를 껴안으며 입술을 부딪쳐 왔다.

 

놀란 바라바가 순간적으로 그녀를 밀어내며 침착하게 말했다.

 

"왕비님, 피곤하신 것 같습니다."

 

그녀는 침대에 누운 자세로 바라바를 빤히 올려다봤다.

 

긴 속눈썹과 살짝 벌어진 장미빛 입술이 바라바의 눈동자에 비쳤다. 

 

잠시 어색한 순간이 지나고 헤로디아가 깔깔 웃으며 일어났다.

 

"호호, 그럼 오늘은 이만 가봐요. 내가 다시 연락할게요.”

 

바라바의 콧 속으로 진한 장미 냄새가 훅 풍겼다.

 

 

 

 

 

루브리아는 사라와 마주 앉았다.

같은 냄새의 향수를 쓰는 사람을 찾은 것은 다행이지만,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도 없고 본인이 부인하면 그만이었다.

 

사라가 설명을 들은 후 입을 열었다.

 

"루고가 범인이라면 정말 소름 끼치네요."

 

"내 추측이지만 자살했다는 병사도 관계가 있는 것 같아."

 

", 아마 그를 협박했던 사람이 루고였겠지요?"

 

", 그래. 루고가 자백을 할 리가 없지

 

증거도 없이 아버지에게 붙잡아 조사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 참 그러네요. 냄새만 가지고, 사람 잡는다고 할 거예요."

 

"여하튼 사라에게는 알려줘야 할 것 같아 부른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무슨 좋은 방법이 없는지 더 생각해 보자고."

 

". 감사합니다. 바라바 오빠에게는 알려줄게요."

 

"그래. 바라바 님은 별일 없으시지?"

 

", 별일 없어요. 언니 눈은 요즘 좀 어떠세요?"

 

", 사실은 내 눈이 좀 안 좋아졌어.“

 

사라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머, 어떻게 안 좋아지셨나요?'

 

루브리아는 산책하다 넘어진 일과 탈레스 선생이 와서 한 말을 해줬다.

 

"큰일이네요. 그럼 로마에 곧 가서 치료받으실 계획인가요?"

 

"바로는 아니지만, 아버지가 가실 계획이 있어서 겸사겸사 같이 갈 것 같아."

 

"가시기 전에 예수 선생님을 만나 보시면 좋은데.“

 

사라가 루브리아의 눈을 계속 보며 말했다.

 

"그래.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오늘도 왼쪽 눈은 더 시야가 좁아진 것 같아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이 안 보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잠도 잘 안 와."

 

"아니에요. 그럴 리가 있나요. 잘 될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라는 루브리아가 갑자기 불쌍해 보였다

 

그동안 모든 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그녀였다.

뛰어난 미모와 지성도, 아버지가 유대 땅의 치안 총수라는 후광도, 지금 눈이 불편한 루브리아를 구제해 줄 수 없었다.

 

사라는 순간적으로 만약 루브리아가 실명하면, 바라바와 결혼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음 한구석에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강하게 고개를 드는 것을 알아챈 사라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사라는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움찔했다.

 

", 별생각 안 했어요."

 

"그래. 네 말대로 걱정 안 하려고 하는데도 잘 안되네

 

바라바 님에게는 아직 말하지 마. 너무 걱정하실 거야."

 

"아니에요. 그래도 알고 있어야지요."

 

사라는 바라바에게 얘기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속에, 그녀의 실명을 바라는 강렬한 기대가 숨어 있는 것을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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