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당은 새 당수를 아셀로 확정한 후, 처음으로 간부급 회의를 소집했다.
바라바와 아몬, 헤스론은 물론 미사엘과 그 동료들 약 10여 명이 모인 자리였다.
아셀이 먼저 일어나 인사를 했다.
"동지 여러분, 갈릴리 열성당 당수로, 부족한 제가 선출되었습니다.
앞으로 열성당의 영광을 위해 한목숨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전임 당수 사무엘 님의 유지를 받들며, 동시에 열성당의 기본 정신인 *유다 마카비 장군의 위대한 업적을 계승하겠습니다.
이런 일을 저 혼자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여기 모이신 동지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특히 이번에 부당수의 책임을 맡은 바라바 예수 동지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아셀은 처음 약속대로 바라바의 체면과 영향력을 의식하며 인사말을 계속했다.
"앞으로 우리 열성당은 대규모 민중시위를 할 때도 있겠지만 상대방과 대화가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대화도 하겠습니다.
물론 우리의 힘을 보여 줘야 할 때는 망설임 없이 모든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도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아셀이 연설조로 주먹을 올리며 단호하게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바라바는 역시 지난 회의에서 양보하여, 아셀을 당수로 세운 것은 잘한 결정이라 생각했다.
"지난번 사라 님이 가지고 온 향초에 대해 알아낸 것이 있나요?"
아무도 말이 없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해 보니 그 향기는 향초에도 넣을 수 있지만, 향수나 비누 같은 것에도 넣을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꼭 향초에만 신경을 쓰지 말고 범위를 넓혀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의 급선무가 사무엘 님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어 저로서도 송구한 마음이고 책임을 느낍니다.
여기 모이신 분 모두 좀 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분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저야말로 죄송하고 특히 사라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아셀 당수님 말씀대로 좀 더 시야를 넓혀서 알아보겠습니다."
바라바가 추가 발언을 한 후 다른 말들이 없자 아셀이 다른 안건을 언급했다.
"아까 전체 회의에서도 말했지만, 우리의 대외 역량을 좀 더 높여야 하는데 제일 중요한 상대는 로마 황제입니다.
물론 우리가 만나고 싶다고 당장 만날 수는 없지만, 알렉산드리아나 안티옥에 있는 유대인들을 포함한 외교사절단이 구성된다면, 황제도 우리의 의견에 귀 기울일 것입니다.
또한 바리새파나 제사장들의 의견만 전달되지 않도록 우리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잘 선정해야 합니다.“
"네. 참 중요한 말씀이고 저도 공감합니다. 누가 좋을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미사엘이 적극 찬성을 표했다.
회의는 몇 가지 의제를 더 상의한 후 끝났다.
나발은 발언을 자제했고 헤스론은 오늘이라도 다시 마나헴을 때려잡을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가말라의 유다가 갈릴리에서 열성당을 조직하여 폭동을 일으킨 후 혼란이 지속 될 때, 루고의 아버지도 졸지에 희생양이 되었다.
당시 15살이었던 루고는 의학 공부를 하다가 이 충격으로 진로를 바꿔 근위대에 들어갔다.
그의 어머니는 사마리아 사람으로, 루고는 사마리아인의 피가 흘렀다.
북이스라엘 멸망 후 앗수르 사람들이 점령한 이 지역에 생겨난 혼혈인들을 사마리아인이라고 불렀다.
루고의 인생 목표는, 어느 날 길거리를 지나다 아무 이유 없이 *시카리의 단도에 찔려 사망한 아버지의 복수였다.
그러나 그는 이 목표를 가슴에만 품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폭력적인 유대인들에게 이런 말을 미리 해주는 것도 쓸데없는 자비심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루고의 어머니는 처음 몇 달간은 슬픔에 젖어 외출도 안 했다.
그러다 동네 회당에서 어느 랍비를 몇 번 만난 후 그와 덜컥 재혼했다.
알고 보니 그는 열성당원이었고 비밀리에 유대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다.
루고는 유대인 중 종교의 탈을 쓰고, 뒤에서는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을 가장 증오하게 되었다.
루고는 눈치가 빠르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근위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의 꿈은 빨리 승진을 하여, 자기 맘대로 못된 유대인들을 처벌하는 것이었다.
그의 내면은 난폭한 권력에 대한 강렬한 욕망과, 상대방의 아픔을 자신의 기쁨으로 삼을 줄 아는 잔인한 습성이 숨어 있었다.
로마의 힘과 정의를 보여주는 것이 그가 근위대에 들어온 목적이었다.
루고는 백부장까지는 비교적 빠르게 올라 갔으나, 그 이후 승진이 쉽지 않았다.
근위대에서 몇 년간 근무하며 느낀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한 그의 건의는 로무스의 눈길을 끌었다.
로무스는 그를 자신의 직속으로 배치하여 특별업무를 주로 시켰다.
사무엘에 대한 감시와 배후조사도 그가 맡은 중요 업무였다.
그는 부하 대원중 사마리아인으로 승진이 느린 아단에게 사무엘의 밀착 감시를 맡겼다.
루고 백부장의 어머니도 사마리아인이라는 말을 들은 아단은, 이번 일만 잘하면 승진이 될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루고는 어려서 의학 공부를 할 때 배운 약초에 대해서도 아단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중 어떤 특이한 약초들을 배합한 냄새는, 오래 맡으면 치명적이다.
*유다 마카비: 유다의 망치라는 뜻으로 유대 독립 국가 하스모니아 왕조(BC142~BC64)를 세우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장군.
*가말라 유다: AD6년 시리아 총독이 세금을 거두기 위해 유대 인구 조사를 실시하자 이에 대항하여 갈릴리 지역에서 대규모 폭동을 일으킴.
*시카리: 자객이란 뜻으로 열성당보다 더 폭력적인 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