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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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5화 ★ 행복의 근거

wy 0 2021.12.12

약속대로 글로바 선생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바라바와 루브리아가 먼저 나와 선생을 기다렸다.

 

바라바가 며칠 전 사라의 집 창문으로 쪽지를 던지고 사라진 사람에 대해 루브리아에게 말해주었다.

 

어머, 그 사람이 누굴까요?”

 

글쎄요저도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어쩌면 티베리아 열성당

 

바라바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글로바 선생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글로바 선생은 늘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지난번 바라바가 루브리아 아가씨의 눈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좀 어떤가요?”

 

선생이 잊지 않고 루브리아에게 물었다.

 

", 아직은 별 변동이 없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이만해도 다행이라고 하셔요.”

 

"곧 회복되기 바랍니다.”

 

"오늘 저녁은 가버나움에서 고기 요리를 제일 잘한다는 음식점이니까 포도주도 한 병 시키겠습니다.”

 

바라바가 선생에게 말하며 종업원에게 붉은 포도주를 시켰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만났는데 한잔해야지.

 

아가씨의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가 참 아름답네요.”

 

"감사합니다. 헤로디아 왕비님께서 주신 거예요.”

 

", 루브리아 님이 하니까 그 목걸이가 더욱 빛이 나요.”


포도주를 한 잔씩 따라 마신 후 루브리아가 글로바 선생에게 물었다.

 

"선생님, 아직 너무 젊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해서 죄송하지만, 사람은 결국 늙고 죽는데 이 문제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선생은 잠시 생각하는 듯 눈을 감았다 떴다.

 

"늙음과 죽음에 대한 질문이군요.

 

우선 늙음에 대해 말하자면... 나도 두 사람 같은 때가 바로 엊그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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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이를 먹는 만큼 생각과 깨달음이 무르익어 간다면, 늙음 자체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요.

 

신체적 노화가 진행될수록, 연륜의 깊이가 주는 아름다움은 더욱 빛날 수 있을 겁니다.

 

마치 지금 이 오래된 포도주의 색깔과 맛이 깊이가 있듯이.

 

하지만 보관상태가 안 좋아 신맛이 나는 포도주도 있어요

 

나이 먹을수록 스스로 성숙하게 익어 가는지 돌아봐야겠지요.

 

", 그 말씀을 들으니 포도주가 더 맛있습니다.”

 

바라바가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두꺼운 스테이크가 알맞게 익어 나왔다.

 

고기 자체가 맛있어서 소스도 안치고 소금만 쳐서 먹는 것이 일품이었다

 

루브리아와 가던 생선 집보다 양이 많아서 좋았다.

 

글로바 선생의 말이 이어졌다.

 

"죽음에 관한 문제는 종교적 질문은 아닌 것 같아서, 철학적으로 대답할게요.

 

만약 한 인간의 한정된 삶에서, 조금이라도 진정한 결실을 일궈내고 싶다면 우리가 언젠가 한 번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 즉 인간 존재의 덧없음에 대해 늘 깨어 있어야 할 겁니다.”

 

"허무하다는 것을 자각함으로 허무를 극복하는 건가요

 

그렇게 살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요?”

 

포도주 잔을 식탁에 놓으며 루브리아가 예리한 질문을 했다.

 

"나는 인간이 행복 자체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찾는 행복은 제 발로 우리를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행복해질 것인가 하는 행복의 근거를 찾으려고 노력해야지, 행복 그 자체에만 몰두하면 행복은 멀어집니다.

 

즉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행복이라면, 행복의 근거는 그런 음식을 서로 축복하며 먹을 수 있는 시간과 사람에 있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오늘 나는 행복합니다. 하하.”

 

루브리아가 눈을 몇 번 깜박인 후 말했다.


",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행복의 근거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바라바는 자기의 행복의 근거는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지금으로서는 루브리아의 존재 자체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녀와의 앞날이 불확실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행복의 근거는 그녀였다.

 

달콤한 포도주 한 잔으로 발개진 루브리아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누보는 나발과 마주 앉아 있었다.

 

그동안의 모든 일을 나발에게 자세히 말한 후 누보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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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니? 마나헴이 나를 계속 잡으려 할 텐데...”

 

"아직은 그가 너를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테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오히려 네가 그를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이고, 난 그놈 생각만 해도 맞은 자국이 쑤셔서 그 집 근처에도 가기 싫어.”

 

"하하, 네가 마나헴을 잡는 데 공을 세운다면 그놈을 습격해 응징한 후, 그 집에 있는 은전을 너에게 많이 주도록 해 볼게.”

 

"그래? 그렇게 해 주면 고맙지언제쯤 마나헴에게 가볼까?”

 

누보의 마음이 금방 바뀌었다.

 

", 내일이라도 좋겠지. 그가 사람을 시켜 네 뒤를 밟았다는 말은 못 할 거다

 

그냥 모른 척하고 헤스론 형과 나를 곧 찾을 것 같다고 하며 그의 계획을 알아봐라.”

 

"알았어. 그럼 내일 가 볼게

 

열성당은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니?”

 

", 다 차려 놓은 밥상을 못 먹었다. 하하.”

 

나발이 웃었는데 그의 눈은 웃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넌 몰라도 되고여하튼 이번 일이 잘되면 너도 열성당에 들어와라.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 아주 많을 거야.”

 

", 그거 좋겠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거니?”

 

"우선 가버나움 열성당 조직을 갈릴리 제일 큰 민중 조직으로 만들 거야.

 

그래서 가말라 유다가 못 다한 일을 우리가 해내야지.

 

이제부터 우리가 하나로 뭉쳐서 싸우면 로마도 이길 수 있어.”

 

", 정말 그럴 수가 있을까?”

 

"그럼, 우리가 하기 나름이야. 몇 년 전 빌라도가 처음 부임해서 멋모르고 예루살렘에 로마 황제의 형상이 그려진 군기를 들여왔어.

 

화가 난 민중들이 빌라도가 있는 가이사랴 빌립보에 몰려가 5일간 땅에 엎드려 항의를 했지.

 

다음날 빌라도는 대화를 하자며 사람들을 광장으로 소집하고 자신은 재판석에 올라 앉았어.”

 

나발의 얼굴이 마치 그때 거기 있었던 것처럼 심각했다.

 

", 어찌 되었지?”

 

"사람들이 모이자 완전무장을 하고 칼과 창을 든 병사들이 그들을 삼중으로 포위한 후, 황제의 형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두 죽인다고 협박했어.

 

그러자 그들은 일제히 엎드려 목을 길게 빼고, 율법이 짓밟히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일찍 죽는 것이 낫다고 하면서 빨리 죽이라고 모두 고함을 질러댔지.

 

빌라도가 질겁을 해서 황제가 그려진 군기를 예루살렘 밖으로 철수시켰어. 하하.”

 

"우리 갈릴리 열성당이 그렇게 뭉치면 앞으로 네가 가말라 유다 같은 장군이 될 수도 있겠구나!

 

나발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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