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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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79화 ★ 누보의 파트너 - 그리스인 카잔

wy 0 2022.05.15

아무리 생각해도 독수리 깃발을 가지고 나오기는 무리이다.

 

독수리 깃발은 누보의 키보다 목 하나는 더 있고 무게도 상당히 무거웠다.

 

제일 좋은 방법은 근처에 숨겨 놓는 것이다.

 

누보 혼자 있을 때 어딘가에 숨겨야 한다.

 

처음에는 땅을 파고서 묻을까도 생각해 봤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늘 두 사람이 한 조로 일을 하는데 그의 눈을 피해서 빨리 깃발을 숨겨야 한다.

 

오늘도 일을 하면서 머릿속은 그것을 어디에 숨기는 게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중앙 단상이 보였다.

 

가끔 빌라도가 올라가 훈시를 하는 단상인데 그 밑에 공간이 있었고 길이도 충분했다.

 

단상이 나무로 되어 있으니 조금씩 떼어낸 후 그 안에 숨기면 좋은데, 그 작업이 하루에 한 시간씩 해도 삼사일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

 

그 며칠 동안 유리가 누보를 혼자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누보의 파트너는 카잔이라는 그리스 사람인데 여기서 10년을 일한 베테랑이었다.

 

티베리야라는 큰 도시를 건설할 때 목수 일을 하며 어렵지 않게 지냈는데, 건축공사가 다 끝나버리니 목수 일은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 여기에 취직을 한 것이다.

 

카잔은 콧수염을 기른 40대 초반인데 가무잡잡하고 단단한 인상이었다.

[크기변환]카잔1shutterstock_1215312172.jpg

 

독수리 깃발에 대해 그에게 슬쩍 물어봤다.

 

저 독수리 모양이 새겨진 깃발은 뭐에요?”

 

그건 로마 황제를 상징하는 깃발이지. 저거 때문에 몇 년 전 난리가 났었어.”

 

난리요?”

 

그래, 총독께서 저것을 예루살렘 성전 안으로 가지고 가려다가, 유대인들이 들고일어나는 바람에 도로 여기다 갖다 놓았어.

 

유대인들 그런 거 보면 지독해. 독수리 깃발 좀 있으면 어때서.”

 

카잔 님은 여기 오래 계셨다는데 빌라도 총독은 어떤 분이세요?”

 

나도 몇 번 멀리서 밖에 못 봤지만, 얘기 들어보면 고집스럽고 잔인한 사람인 것 같아.

 

이런 말은 누보한테만 하는 말이야.”

 

그럼요. 아무한테도 안 해요. 유리에게도 안 할게요.”

 

그래, 근데 소문에 총독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어.

 

로마에서 총독을 밀어주던 사람이 있었는데 죽었나봐.

 

, 그렇군요. 카잔 님은 계속 대회의실과 정원 쪽 일만 하셨나요?”

 

아니, 여자 청소부를 쓰기 전에는 내가 총독의 침실과 개인 사무실도 관리했지.”

 

총독님은 주로 여기 많이 계신가요?”

 

, 가끔 예루살렘에도 가시지만, 유대인들이 성전을 거룩히 자기네끼리 지키겠다는 뜻을 존중해 주는 의미에서 가서도 오래 안 계셔.

 

아마 내주 초에도 이삼일 다녀오신다고 하던데.

 

그런데 자네는 그리스 말보다 유대 말을 더 잘하는 것 같은데 혹시 유대인인가?”

 

누보는 카잔에게 거짓말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 사실은 그래요. 취직하려고 그리스인이라고 했어요.”

 

어째 그런 것 같더라. 자네 처도 그런가?”

 

유리는 인도에서 왔어요. 점성술도 잘해요.”

 

나 좀 봐 달라고 해야겠구나. 예전부터 점성술이 궁금했었어.”

 

. 총독님 안 계실 때 시간 내서 봐 드리라고 할게요.”

 

고마워. 내가 도와줄 일 있으면 뭐든지 말해. 서로 돕고 살아야지.”

 

누보는 다음 주 초 총독이 출장 간 사이에 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탈레스 선생이 재판에서 있었던 일을 루브리아에게 설명했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예수 선생의 제자들을 만난 이야기도 사라가 했고, 다음 재판에 겸사겸사 같이 가는 게 어떠냐고 했다.

 

, 그래. 그게 좋겠네. 나병 환자의 집에 예수 선생이 계신다면 혹시.”

 

루브리아가 말을 끝내지 못하자 탈레스 선생이 말했다.

 

전염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사실 나병은 생각보다 전염성이 아주 약하지요.

 

부부끼리 전염은 될 수 있지만, 일상적인 만남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심한 피부병을 나병이라고 부를 때가 많으니까 어쩌면 나병이 아닐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보다 다음 재판에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 이길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탈레스 선생님, 뭐 좋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음... 좀 더 생각하고 며칠 후에 말씀드릴게요.”

 

, 저희는 선생님만 믿어요. 여기까지 온 것도 선생님이 최면을 거셔서 겨우 루고를 잡았는데 이제 마지막 고비 같습니다.”

 

, 너무 염려 마시고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눈은 신경과 직결되어 있어서 심한 스트레스는 안 좋습니다

 

요즘은 전에 하시던 리코더 연습은 많이 안 하시나요?”

 

. 요즘은 별로 못했어요.”

 

될 수 있으면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세요.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 그런가요?”

 

지난번 말씀드린 아리스토텔레스의 선생인 플라톤은 편안한 마음을 위해 음악을 대단히 강조하셨지요.

 

특히 한참 인격이 형성되는 10대 초 학생에게는 제일 먼저 음악을 가르치셨어요.

 

음악이 사람의 감정 속 가장 깊은 곳까지 미쳐서 큰 영향을 주니까요

 

반면에 소음이나 너무 시끄러운 음악은 오히려 마음을 흩트려서 좋지 않습니다.

 

이런 음악을 가까이하면 성격이 산만해지고 폭력적으로 됩니다.”

 

유타나가 입을 열었다.

 

, 아가씨가 지난번 식사 전에 들려주셨던 음악은 제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선생님, 10대 초에는 한참 자라는 나이인데 건강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 그래서 플라톤 선생은 음악 교육 다음으로 체육 교육을 했어요

 

음악을 체육보다 먼저 하신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음악이 영혼의 성장에 필수이고 영혼이 잘 되면 신체도 강건해진다고 생각하셨지요.”

 

, 그러셨군요. 그럼 음악과 체육 다음에는 어떤 교육을 하셨나요?”

 

사라가 궁금한 듯 물었다.

 

선생은 그다음에 수학 공부가 중요하다고 하셨지요.

 

머릿속 생각을 수학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할 수 있고, 이렇게 자라야 나중에 사회의 지배계급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 벌써 400년 전에 그런 분들이 나오셔서 문화의 기틀을 잡아 주셨군요.

 

하지만 로마가 지배하는 지금은 좀 바뀐 것 같아요.

 

무엇보다 법의 지배를 강조하는 세상 아닌가요?

 

그러나 이번 재판을 해 보니까 법이란 것이 뭔지 정말 잘 모르겠어요.”

 

사라의 말에 탈레스 선생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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