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는 여러 가지로 마음이 착잡했다.
재판이 생각보다 어려워지고 있다.
루고의 변호사가 한 말이 자꾸 생각났다.
그는 분명히 최면이 무엇이고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사실을 알면서도 루고의 편에 섰고, 재판의 결과도 사라가 결코 유리하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탈레스 선생은 가낫세 변호사가 찾아온 목적이 일단 루고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하기 위한 것이며, 절대 동의서를 써 주면 안 된다고 했다.
탈레스 선생의 말씀이 맞겠지만, 혹시라도 무고죄가 적용되어 자신이 구속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한때 루고가 진심으로 회개하고 용서를 빌면 그를 용서해 줄 생각까지 한 자기가, 얼마나 순진하고 어리석었는지 우습기도 하였다.
돌아가서 루브리아 언니와 다시 잘 상의하여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여기 와서 예수 선생의 제자들을 우연히 만난 것은 다행이었다.
이제 곧 그들을 만나러 나갈 시간이다.
탈레스 선생은 오늘 저녁 이곳에서 치료해 줘야 할 환자가 있다며 내일 아침 같이 마차로 돌아가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 들어서니 시몬과 또 한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어머, 일찍 오셨나 보네요. 오래 기다리셨어요?”
“조금 전에 왔어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또 한 사람은 어제 만난 유다라는 사람이었다.
“재판은 잘 되셨지요?” 시몬이 당연하다는 듯이 물었다.
“생각보다 좀 복잡하네요.”
사라는 재판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상대편 변호사의 이름이 뭔가요?” 유심히 듣던 유다가 물었다.
“가낫세라고 하는데 40대의 약간 마른 얼굴인데요.”
유다가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다시 물었다.
“그 사람 뺨에 칼에 베인 것 같은 상처 자국이 있지 않던가요?”
사라가 머뭇거리는데 유타나가 대답했다.
“네. 왼쪽에 긴 상처 자국이 있었어요.
아마 사라 님은 앉은 자리가 달라서 못 봤을 거예요.”
“역시 그 사람 맞네요. 가낫세 변호사는 안나스 제사장의 제자로서, 가야바와도 친분이 두터운 사람입니다.
피고가 변호사는 잘 고른 것 같네요.”
“네, 그렇군요. 어째 자꾸 분위기가 이상해지더라고요.”
“아직 다음 달 재판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까 저희 루브리아 아가씨가 대책을 잘 세우시겠지요.
일단 오늘은 맛있는 음식 많이 드세요.
여기 올 때 저희 아가씨가 여비를 넉넉히 주셨는데 이렇게 제자 분들을 만날지 아신 것 같아요. 호호.”
유타나가 분위기를 바꾸며 음식을 여러 가지 시켰다.
따끈한 수프를 먼저 먹으니 사라도 긴장이 풀리며, 종일 먹은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났다.
“저희 아가씨가 예수 선생님을 예루살렘에 와서 뵈려고 하는데 언제쯤 어디서 뵙는 게 좋을까요?”
시몬이 밀전병 한입을 맛있게 꿀꺽 삼킨 후 대답했다.
“저희도 선생님의 일정을 정확히는 몰라요.
이쪽으로 오셔서 베다니에 있는 나병 환자 시몬의 집으로 오시면 어디 계시는지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나중에 주소를 알려드릴게요.
선생님이 유월절 며칠 앞두고 예루살렘 성전으로 들어오실 텐데 그때는 매우 바쁘실 거예요.
치료를 위해 오시려면 그전에 오시는 게 좋겠지요.”
“나병 환자 시몬의 집이라고 하셨지요?
선생님이 나병도 고쳐 주시나요?”
“그럼요.”
“잘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당연하지요. 아몬과 바라바 님도 다 형제 같은걸요.
오랜만에 저는 식사를 배불리 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라가 물었다.
“유다 님이 우리 살림을 너무 철저히 하셔서 어디 가서 많이 먹기도 힘들어요.
계산이 많이 나오니까요. 하하.”
“그런 말씀이시군요. 유다 님이 어려운 일 하시네요.”
사라가 웃으며 유다를 보았으나 그는 싱긋 웃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 선생님이 어떤 사례를 받고 병을 고쳐 주시는 게 아니니까 늘 여행 경비가 넉넉지 못해요.”
시몬이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시군요. 돈을 안 받고 병을 고쳐 주시는 분은 거의 없지요.
선생님은 용모가 어떻게 생기셨어요?” 사라가 궁금한 듯 물었다.
“글쎄요. 어떻게 설명을 할지 모르겠는데, 연세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세요.
30대 중반이신데 10년 정도 위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말씀을 가르치기 전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 목수 일을 오래 하셔서 그렇게 보이실지도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언제나 가난하고 몸이 아픈 힘든 사람들의 편에서 끝없는 사랑을 펼치시지요.
그래서 좀 불쌍해 보이실 때도 있어요.”
시몬의 말이 끝나자 유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율법서 중에 메시아의 용모를 표현한 구절이 있어요. 아마 우리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 아닌가 싶어요.”
“어머, 어떤 말씀인데요?”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
유다의 말에 사라가 눈만 깜박거렸다.
*이사야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