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바가 사라와 나눈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니, 미사엘의 얼굴에 실망하는 빛이 지나갔다.
“사라가 아빠를 잃은 후, 로마에 가서 공부할 결심을 이미 했었습니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것 같아요.”
“네..."
“처음에 미사엘 님의 생각을 전해 주었더니 사라가 고마워했고, 그녀도 미사엘 님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더군요.”
미사엘은 바라바가 혹시 사라에게 마음이 있어서, 일부러 방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얼핏 해 봤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잠시나마 소중히 가꾸었던 장래의 꿈이 무너져 내리니 허탈했으나, 사라를 원망할 일은 아니었다.
나중에 그녀에게 직접, 실례가 되었다면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끝내야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바라바가 화제를 돌렸다.
“이번에 우리의 요구사항 두 가지를 정식으로 헤롯 왕궁에 문서로 제출하는 것이 어떨까요?”
바라바는 왕비와 사전 상의를 했다는 말은 안 하고 자기 의견처럼 말했다.
“대규모 시위를 하기 전에 제출하자는 말씀인가요?”
“네, 그래서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그게 더 좋지 않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제 생각에는 반 이상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두 가지 중 한 가지는 받아들일 겁니다.
그때 시위를 하면 효과도 더 클 겁니다.”
“바라바 님 생각이 그러시다면 저도 아셀 당수님께 말해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헤롯 왕의 반응이 나오면 또 상의하도록 하지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미사엘이 물었다.
“지난번 회의에서 나발이 좋은 아이디어를 냈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아, 빌라도 관저에 침입해서 로마 군기를 가지고 나오자는 계획이었지요.
제가 아직 진행 사항을 듣지 못 했지만, 나발이 뭔가 하고 있을 겁니다.
그 친구가 매사에 적극적이고 영리하니까 곧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네, 그 일의 진행 사항도 봐야하니까 우리의 요구를 문서로 작성해 헤롯 왕궁에 곧 제출하겠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고 사라 이야기를 다시 하기도 어려워서 바라바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미사엘 님, 오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 생각해보니 사라 님의 계획도 모르고 제가 주책을 부린 것 같습니다.”
“ 천만에요. 그럼 곧 또 뵈어요.”
돌아가는 미사엘의 어깨가 처져 보였다.
에브라임을 출발한 예수 선생은 고향마을을 들리지 않고 남쪽 유다 광야를 지나 여리고로 향했다.
최종 목적지가 예루살렘인 것을 아는 제자들은 걱정이 컸다.
‘선생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전의 유대인들이 선생님을 돌로 치려 했고, 제사장과 서기관들이 지금도 선생님을 잡으려 하는데 꼭 가셔야 합니까?’
선생은 이 질문에 *‘친구 나사로가 잠들어있으니 깨워야겠다’라는 알듯 모를 듯한 말을 했다.
‘깨워야겠다’ 라는 말을 드디어 선생이 새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한 제자도 있었다.
도마는 흥분하여 동료들에게 외쳤다.
*‘우리도 주와 함께 죽으러 가자’
다른 한 사람은 침착했고 냉정했다.
그가 오히려 예수 선생의 말을 더 잘 이해했는지 모른다.
그는 가롯 유다라는 제자인데 여리고 근처가 고향이다.
선생의 제자 중 교육을 좀 받은 사람은 마태와 유다였고, 특히 유다는 공동체의 돈 관리를 모두 맡아서 할 만큼, 이재에 밝고 선생의 신임을 받았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유다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제사장이나 서기관들이 선생님을 그렇게 미워하는 건가요?”
유다가 눈을 몇 번 깜박이고 말했다.
“제사장들이 화가 날만도 하지요. 자기네 할 일이 없어지니까요.”
"할 일이 없어지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유대 율법에 나병 환자를 제사장이 다시 정결케 하는 방법이 나와 있는데 알고 있나요?”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 방법도 나와 있나요?”
유다는 율법 책을 꺼냈다.
“*정결함을 받을 사람은 제사장에게 살아있는 정결한 새 두 마리와 백향목과 홍색 실과 우슬초를 가져온다.
새 한 마리는 흐르는 물 위 질그릇 안에서 잡고, 다른 새는 산채로 가져다가 백향목과 홍색실과 우슬초와 함께 가져가다 흐르는 물 위에서 잡은 새의 피를 찍어, 나병에서 정결함을 받을 자에게 일곱 번 뿌려 정하다 하고 살아있는 새는 들에 놓아 준다. 정결함을 받은 자는.. ”
듣던 일행 중 어떤 사람이 유다의 말을 가로채고 물었다.
“아니, 알겠습니다. 정결하게 했다 치고 그래서 어떻다는 겁니까?”
“네, 다 안 읽어도 아시겠지요.
우리 예수 선생님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선생님은 환자를 고쳐 주신 후, 위에서 말한 새 두 마리, 숫양 두 마리 등의 제물을 제사장께 가져가라고 하지 않으셨지요.
그냥 다 나은 깨끗한 몸을 제사장에게 보이기만 하면 성결케 된다고 하셨습니다.
예수 선생님은 어떤 제물도 받지 않으면서 사람들에게 이런 믿음을 심어 주셨습니다."
“아, 네. 그러셨지요.”
귀를 기울여 듣던 주위 사람들이 고개를 끄떡였다.
“제사장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특권, 즉 하나님 앞에서 죄인을 성결케 만드는 의식을 집행하는 특권을 침해당한 겁니다.”
‘제사장이 싫어 할만도 하네.’ 누가 혼잣말로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도 주와 함께 죽으러 가자 – 요한복음 11:16
*이 말씀을 하신 후에 또 이르시되 우리 친구 나사로가 잠들었도다 그러나 내가 깨우러 가노라 – 요한복음 11:11
*정결함을 받을 사람은 제사장에게 살아있는 정결한 ~ - 레위기 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