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야, 이제 루고 문제도 결론이 났고, 앞으로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니?”
“아, 어디서 살 거냐고?
음, 아무래도 루브리아 언니와 같이 사는 게 낫겠지….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나도 그게 너의 장래를 위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사라야, 너 미사엘 님을 어떻게 생각하니?”
“왜? 그 사람과 무슨 일이 있어?”
“응, 실은 얼마 전에 미사엘 님이 나를 찾아 왔었어.”
“그래? 무슨 중요한 일을 상의하려고 왔나?”
바라바는 쉽게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음... 그분이, 너에게 개인적인 관심이 있다며, 내 의견을 물으러 왔어.”
“개인적 관심? 여자로서 관심이 있다는 말인가?”
바라바는 고개를 끄떡였다.
“호호, 그랬었구나. 나는 전혀 눈치도 못 챘었는데, 여하튼 고맙네.
그래서 오빠는 뭐라고 했어?”
의외로 사라가 밝고 명랑하게 대꾸하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응, 그때는 아직 루고 일이 확정 안 된 때라 나중에 너에게 그분의 생각을 전해 준다고 했어.”
사라는 그 말을 듣고 아무런 반응이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바라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사라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사라가 눈물을 손등으로 얼른 훔치고 웃는 얼굴을 하며 물었다.
“오빠는 미사엘님을 어떻게 생각해?”
“음, 오래 알지는 않았지만 좋은 사람 같긴 하던데…”
“응, 지난번 옥고도 치르고, 아버지에 대한 생각들을 보면 열성당에는 꼭 필요한 사람 같긴 한데…
나와는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나잖아?”
“그렇긴 하지, 그리고 만약…”
“만약 뭐?”
“만약 너와 맺어진다면 열성당에서 같이 일하자고 하겠지.”
“아, 그렇게 되겠네.”
“사라야, 여하튼 이런 문제는 네 의사가 제일 중요하니까 여러 가지를 잘 생각해서 판단해야 해.
나로서는 그 사람의 말을 전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너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
“응, 그러니까 루브리아 언니와 살면서 로마에 가서 공부하느냐, 미사엘 님과 열성당에 남느냐 그런 문제겠지?”
“그렇지. 미사엘 님은 네가 그녀와 같이 살려는 건 전혀 모르지.
만약 네가 공부하는 쪽을 택한다면 내가 미사엘 님께 그렇게 전해 주면 되겠지.”
사라는 또 조용히 얼굴을 숙이고 생각에 잠긴 듯했다.
불안해진 바라바가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자 사라가 입을 열었다.
“난 공부하러 로마에 가고 싶어. 둘 중 하나만 정해야 한다면….”
사라의 마음 속, 진짜하고 싶은 말을 알면서 바라바가 얼른 말했다.
“응, 그래. 네가 그런 말을 해서 말인데, 난 네가 열성당 일에 관여하는 게 좀 걱정이 될 때가 있어.”
“응, 고마워. 그나저나 루브리아 언니가 눈이 빨리 나야 할 텐데…
그럼 예수 선생을 만나러 예루살렘으로 곧 가야겠네?”
“응, 시몬에게 연락이 올 텐데 어쩌면 시간이 좀 걸릴지 모르겠어.
아무래도 예수 선생이 유월절을 얼마 앞두고 예루살렘에 나타나실 것 같아.
그전에는 어디 계신지 상당히 조심해서 움직이시나 봐.”
“빨리 만나야 하는데… 그리고 루고 재판이 곧 열릴 것 같아.
산헤드린 의회 재판부에서 연락이 왔어.
사안이 중대하고 피고가 로마 근위대 백부장이라 가야바 대제사장이 재판한다네.”
“그렇구나. 작은 사건은 아니지. 우리 측에서 누가 도와준다고 했었지?”
“응, 탈레스 선생님이 참석하실 거야.”
“참 고마운 분이네.”
더 할 말이 없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사라가 말했다.
“아, 언제 무단을 만나러 갈까 했는데 지금 오빠와 같이 가볼까?
루고가 잡힌 소식을 알려주고 재판도 도와달라고 해야지.”
“그래, 지금 나가자.”
아단의 형, 무단은 마침 집에 있었다.
바라바와 사라를 본 무단이 조금 놀란 듯했다.
“아, 또 오셨군요. 안녕하세요?”
“네. 무단님도 잘 계셨나요? 진작 왔어야 했는데 좀 늦었어요.”
사라가 인사를 하고 계속 말했다,
“혹시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동생을 살해한 범인이 밝혀졌어요.
루고 백부장이었어요.
모든 것이 그가 꾸민 것이고 동생분은 모르고 저지른 일이었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동생분에게 아무 원한이나 원망이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사라는 그동안의 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네, 저도 듣긴 들었어요. 사라님의 따스하고 넓은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실은 얼마 전에….”
무단이 우물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루고의 변호사가 찾아왔어요. 이름이 가낫세라던가...”
“어머, 그랬어요? 그래서요?”
“그 사람 얘기는… 루고 백부장이 모함에 걸려 살인누명을 쓰고 잡혀 있는데 재판을 해서 곧 풀려날 거라고 했어요.”
“하하, 그래요? 또 뭐라고 하던가요?”
사라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루고 백부장이 제 동생을 아껴주고 승진까지 근위대장께 건의한 증거가 있는데, 어떻게 죽일 수 있냐고 했어요.”
“제가 왜 그랬는지 조금 전 자세히 설명했잖아요.”
사라의 언성이 높아졌다.
“네. 그 말씀을 들으면 그런 것 같은데, 변호사의 얘기를 들으면 또 그 사람 말도 맞아요.”
“아, 참 어이가 없네요. 그럼 동생분이 자살했단 말이에요?”
“글쎄요. 그걸 잘 모르겠어요.”
무단은 지난번 만날 때와는 다른 사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