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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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7화 ★ 성전의 피

wy 0 2021.09.06


루브리아와 만나 식사도 하고, 장차 로마에 갈 약속도 한 것을 생각하니 바라바는 세상이 따스하고 편안하게 보였다.

그녀가 자기를 장래의 남편감으로 생각할지는 모르나, 몇 번 더 만나면서 마음을 고백하면 받아 줄 것도 같았다.

신분의 차이가 문제지만, 해방 노예들도 로마 시민이 될 정도로 개방정책을 펴는 로마의 제도를 잘 활용하면 방법이 있을 것도 같았다.

루브리아와 더욱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려면, 자신도 역사, 철학, 예술 등의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격투기 대회에는 그만 출전하고, 헬몬산 석청 따는 것도 그만해야 할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나갈 준비를 하는데,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 보니 나발이 와 있었다.

[크기변환]나발 바라바 collage.png

아침부터 웬일이니? 어서 들어와라.”

나발은 주위를 돌아보고 잽싸게 들어왔다.

이틀 전 성전에서 큰 사고가 있었습니다.  갈릴리 지역 열성당원들이 성전에 모인다는 정보를 근위대가 알고 미리 매복해 있다가, 이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당원 여러 명이 죽고 많은 사람이 끌려갔답니다.”

“아, 사무엘 선생님은?”

다행히 참석을 안 하신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마구 칼을 휘둘러 성전이 피로 물들었다고 하네요.”

급한 뉴스를 전하고 나발이 돌아가자 아버지가 물으셨다.

누가 왔었니?”

바라바는 나발이 와서 전한 성전 참사 소식을 말씀드렸다.

빌라도가 포악한 근성을 드러냈구나. 이번 일로 열성당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바라바는 루브리아를 생각하며 달콤한 앞날을 꿈꾸고 있던 조금 전과, 열성당의 참혹한 사태를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처음으로 심한 갈등을 느꼈다.

네 친구 헤스론, 아몬이 다 열성당 아니니?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아버지는 아들이 별 대꾸를 안 하자, 다시 입을 열었다.

바라바야, 이제 너도 결혼할 때가 되었는데 어디 마음에 둔 신부감이라도 있니?”

아니요, 없어요.”

바라바는 루브리아를 말씀드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

, 그러면 사무엘 선생의 딸 사라는 어떠니

어려서부터 집안끼리 잘 알고 있는 데다 애도 심성이 고와 보이는데

, 착하고 명랑한 처녀지요. 근데 너무 동생 같아서요.”

그래? 여하튼 한번 생각해 보거라.”

, 그보다도 아버지, 제가 공부를 좀 해 보고 싶어요.”

공부? 무슨 공부?”

격투기는 그만하고요, 예술이나 문학, 역사 공부 같은 것을 좀 하고 싶어요.”

하하, 장가갈 때가 되니 이제야 철이 드는구나. 좋은 생각이다.”

저는 사무엘 선생님 가게에 다녀올게요지난번에 아버지께 갖다 드리라고 생선을 주셨는데 다음에 온다고 했거든요.”

그래, 가서 내 안부도 전해 드려라.”

바라바는 아무래도 사무엘 님을 만나 성전 유혈 사태에 관해 더 듣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아 그의 가게로 갔다.

가게는 아침이라 분주하여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 지난번처럼 공원에서 만났다.

너도 성전에서 일어난 사태에 관해 들었지?”

, 어찌 된 거예요?”

내부 첩자가 이번 모임의 정보를 빼내어 근위대에 준 게 틀림없다. 다음 주에 우리 조직도 성전에서 만나기로 했었어.”

불행 중 다행입니다.”

열성당 동지 8명이 죽고 30여 명이 부상을 당해 근위대로 끌려갔다. 충돌 과정에서 전에 없이 난폭하고 무자비하게 살상을 한 것으로 봐서 열성당에 대한 탄압을 더욱 심하게 할 것 같다.

거룩한 성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여 더욱 가슴 아프구나.”

고문을 받으면 선생님 이름을 댈 사람은 없나요?”

이번 모임은 티베리아 열성당 모임이어서 가버나움 조직과 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야.”

그래도 이런 엄청난 일이 생겼는데, 당분간 어디로 좀 피신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티베리아 조직이 갈릴리에서 제일 클 텐데 그렇게 당한 걸 보면 아무래도 걱정이 됩니다

선생님을 아는 사람이 붙잡혔을 수도 있고요

바라바는 이쯤에서 사무엘 님이 피신하면서 실지로 열성당과 거리를 두고, 루고 백부장에게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검거할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사무엘이 바라바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바라바야, 나는 그럴 수가 없단다.”

생선가게 때문이라면 저도 도울 수 있고, 사라가 당분간 문제없이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겠지. 그러나 가버나움 열성당은 내가 없으면 누구도 이끌 수 없단다

내가 가버나움 열성당의 최고 책임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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