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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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39화 ★ 과정의 하나님

wy 0 2021.12.26

 바라바가 왕국에서 나와 사라의 집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그녀의 집에 모두 모여 있었다.

 

바라바를 본 사라가 소리를 높였다.

 

"오빠, 어떻게 된 거야?"

 

"걱정들 많이 했지?"

 

바라바는 마나헴에게 체포된 후 헤로디아 왕비와 만난 이야기를 했다.

 

"왕비가 바라바에게 반했나 보다. 하하.

 

이제 큰 시름 놓았으니 우리가 그놈을 공격해야 해

 

마나헴을 하루라도 그냥 놔두면 안 되겠어.”

 

헤스론의 확신에 찬 어조에 바라바도 고개를 끄떡이는데, 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바라바를 미행하는 사람도 없었고 찾아올 사람도 없었다.

 

사라가 바라바와 시선을 마주친 후 나가 보았다.

 

문밖에는 얼굴이 까무스름한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저 누보인데요. 혹시 나발이 여기 있나요?

 

근처에 올 일이 있어서 들려 봤어요."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식당 앞에서 봤던 기억이 났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헤스론이 반갑게 나와 맞았다.

 

"누보, 마침 잘 왔다. 우리가 드디어 마나헴 놈을 습격하러 가는데 같이 가자.

 

그 집 구조가 어떻다고 했던가?“

 

누보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바라바와 사라는 헤스론이 누보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사라는 둘만 있자 바라바의 가슴을 손으로 가볍게 치며 말했다.

 

"오빠가 며칠 더 늦게 풀려났으면 내가 먼저 쓰러졌을 거야.”

 

", 걱정 많이 했지? 왕비에게 며칠 내에 로마 황제 동상을 가지고 가야 해."

 

"여하튼 그 왕비 참 고맙네. 근데 오빠가 잡혀가니까 내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

 

바라바가 고개만 살짝 갸웃했다.

 

"만약 오빠가 아무 일 없이 곧 풀려나면 나도 아버지의 살해범을 용서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아직 범인이 잡히지도 않았지만"

 

바라바가 아무 말 없이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너무 걱정되고 힘드니까 정말 하루하루 내 힘으로 사는 게 아니라, 어떤 알 수 없는 은혜로 사는 것 같아.

 

만약 우리가 복수하면 결국 그의 가족도 또 복수하려 하겠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지금 내 생각은 그래.”

 

"일단 그 생각은 범인을 잡은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거야.

 

쪽지를 보낸 사람이 곧 다시 연락이 오겠지.”

 

 

 

 

바라바가 풀려 난 소식을 들은 루브리아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에게서 받은 향초에 불을 붙였다.

 

퍼져 나오는 냄새는 어디선가 맡아본 냄새 같기도 했다.

 

"이 냄새는 잘 모르겠네요. 제가 한 코 하는데요.”

 

유타나가 옆에서 코를 실룩거렸다.

 

", 나는 어디서 맡아 본 것도 같네

 

"여하튼 앞으로 이 향초 냄새가 어디서든 나면 저에게 바로 걸립니다.”

 

루브리아가 화제를 바꾸었다.

 

내가 요즘 히브리어 율법 책을 읽어보니, 유대교의 하나님은 참 재미있고 특이한 분인 것 같아.”

 

", 어떻게요?”

 

"유대의 하나님은 인간을 하나님 형상대로 만드셨다고 했지. 참 감동적이야.

 

또 유대의 하나님은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아.

 

이를테면 노아에게 앞으로는 절대 물로는 심판하지 않겠다는 언약으로 무지개를 보여주셨지.

 

즉 하나님의 일방적인 결정에서 인간과 약속을 하시는 모습으로 변하신 거야.

 

제우스 같은 그리스의 신들은 상상 못 할 일들이지.”

 

"그렇군요. 아가씨가 유대인이 아니니까 객관적으로 더 잘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유대교의 하나님이 더욱 특이한 것은 유일신으로서 그의 이름이야.

 

제우스나 아폴로, 비너스 이런 확실한 이름이 아니라 여호와라는 이름인데, 그것도 모세가 캐물으니까 대답하셨고, 그 뜻은 스스로 있는 자'.

 

여호와'라는 뜻을 '있다'라는 동사로 본다면, 존재하지만 현재 인식할 수 있게 완성된 것이 아니고, 살아서 계속 생성되는 과정의 하나님인 거야.

 

그러니까 창조적 과정에서 발견되는 질서의 근원이라고나 할까.”

 

유타나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 과정의 하나님. 저는 잘 모르지만 참 새로운 신 같네요.”

 

[크기변환]과정의 신 shutterstock_604198601.jpg

 

 

마나헴은 누보를 집에서 내보낸 후 레나를 불렀다.

 

"레나 님 말대로 일이 될 듯하다 꼬이네. 대운은 대운 같은데.”

 

", 그럼요. 대운은 틀림없으니까 너무 서두르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갑자기 궁금한 게 있소.

 

나는 강도 두목을 잡게 해달라고 기도하는데, 그놈은 자기가 안 잡히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하나님은 누구 말을 들어 주시나요?”

 

"글쎄요, 아무래도 정의로운 사람 편에 서지 않을까요?”

 

"그렇지. 당연히 내 편이시지. 대운도 들어왔고., 그리고 지난번 내가 한 말은 좀 생각해 봤나요?”

 

마나헴은 레나의 딸인 유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크기변환]마나헴 레나 유리 collage.png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나긴 하지만 여자는 젊을수록 좋다고 마나헴은 생각했다.

 

", 저로서는 고마운 말씀입니다만,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요? 지참금 같은 것은 필요 없어요. 몸만 오면 됩니다."

 

"지난번 말씀을 듣고 딸 아이의 별자리를 다시 봤는데, 마나헴 님과 겹치는 별에서 붉은색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나헴이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며 물었다.

 

"지금 혼사를 치르면 마나헴님의 대운을 가리게 되는 거지요."

 

"그럼 어찌해야 하나요?"


"곧 마나헴님이 뜻하시는 것이 이루어질 테니 그 후에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더 좋다는 말입니다."


"음, 정 그렇다면 조금만 더 기다리지

 

여하튼 나는 강도 두목만 잡으면 곧 유리를 아내로 맞이할 것이오.”

 

마나헴의 둔 눈이 이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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