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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167화 ★ 이집트 두건을 쓴 바라바

wy 0 2023.03.19

 재판이 끝나고 뒤를 돌아보니 바라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호텔 방으로 돌아온 루브리아가 탈레스 선생에게 말했다.

 

그래서 지난번 루고의 집을 두 번이나 수색하셨군요.

 

아단의 편지를 잘 찾으셨네요.”

 

실은 아단의 편지를 찾지 못했어요.”

 

? 그럼 오늘 재판에서 보여준 건 뭐예요?”

 

그건 제가 위조한 편지입니다.”

 

아니, 어떻게 그게 가능했나요?”

 

옆에서 사라가 선생에게 물었다.

 

편지 내용은 루고에게 최면술을 걸었을 때 그가 한 말을 기록한 것이고요,

 

글씨체는 아단이 남긴 시를 보고 흉낸 낸 겁니다.

 

그러니까 오늘 무단이 그 편지를 보고, 동생의 글씨와 비슷하지만 동생의 글씨는 아닌 것 같다는 말이 정확한 말이었지요. 하하.”

 

호호, 그러네요.”

 

루고에게 이런 편지는 불태워야 했다는 말을 하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했어요.

 

혹시라도 찢어버리지 않고 불태웠으면 어쩌나 했지요.

 

루고의 집에 가 보니 서재에 벽난로가 없었어요.

 

그래서 태우지 않고 찢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지요.”

 

. 그러셨군요. 가야바가 당황한 듯 보였어요.

 

내일로 선고를 연기해 버렸네요.”

 

, 가낫세 변호사와 지금 상의하고 있을 겁니다.

 

법적으로는 루고의 유죄가 확정돼야 하는데 또 무슨 핑계를 댈지 좀 걱정입니다.”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요?”

 

글쎄요. 루고를 풀어주거나 최악의 경우 루고와 사라 님을 같이 구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을 같이 구속할 수가 있나요?”

 

,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재판부가 가끔 사건 당사자들의 화해를 강요하기 위해 쓰는 방법입니다.

 

원고와 피고가 같이 구속되면 서로 불구속 재판에 대한 합의가 금방 이루어지니까요.”

 

, 무고죄는 성립이 안 되니까 루고를 풀어주기 위한 수단이군요.”

 

루브리아가 걱정스럽게 사라를 쳐다보며 계속 말했다.

 

탈레스 선생님이 안 계셨으면 루고는 풀려나고 사라는 틀림없이 오늘 구속되었겠네요.

 

만약 내일 두 사람 다 구속되면 우리도 불구속 재판에 합의해야겠지요?

 

,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구속이 좀 되더라도 이번에 루고의 죄를 확실히 밝힐 수는 없나요?”

 

가야바가 재판장으로 있는 한은 어려울 겁니다.

 

만약 구속을 선언하면 즉시 불구속 재판 합의서를 제출하겠습니다.

 

그래야 하루라도 구속 상태를 면하게 됩니다.

 

지금으로서는 확률은 반반입니다.

 

그냥 루고를 풀어줄 수도 있습니다.”

 

어이는 없지만 어떤 면에서는 한고비 넘어간 것도 같네요.

 

재판부가 완전히 저쪽 편이니까 원고와 피고가 바뀐 느낌이에요.”

 

, 그렇습니다. 제 방으로 가기 전에 아가씨 눈을 한 번 다시 볼까요?”

 

루브리아의 눈을 검사한 선생은 눈동자의 바다색이 심해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행이네요. 내일 사라 재판 다 끝내고 오후에 베다니로 가던가 모레 가도 되겠네요.”

 

루브리아가 여유 있게 말했다.

 

, 제가 오늘 저녁에도 요한 님을 못 만나면 내일 아침에 베다니에 다녀올게요

 

될 수 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유타나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 언니. 그냥 내일 아침에 베다니로 가세요.

 

제 재판은 탈레스 선생님이 계시니까 괜찮아요.”

 

아니야, 내일 아침이면 다 끝나는데 뭐.”

 

탈레스 선생이 좀 쉬겠다며 자기 방으로 건너가자 루브리아가 사라를 보며 말했다.

 

아까 바라바 님이 청중석 뒤에 오셨어.

 

변장을 하고 와서 몰라볼 뻔했어.”

 

어머, 어떻게 변장을 했나요?”

 

이집트 두건에 콧수염을 붙이니까 알렉산드리아에서 온 낙타장사 같았어. 호호.”

 

호호, 저도 봤어야 했는데. 내일도 오면 봐야겠네요.”

 

, 아무래도 여기서 만나는 건 좀 위험하겠지?”

 

루브리아의 말에 유타나가 끼어들었다.

 

. 생각해 보니, 어제 저녁 로비 분위기는 확실히 누군가를 잡으려고 기다렸던 것 같아요.

 

오늘 저녁에는 어떤지 봐야겠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조심하시는 게 좋겠어요.”

 

루브리아가 아쉬운 듯 별말이 없었다.

 

 

 

바라바 헤스론 아몬 collage.png

 

야곱 여관으로 돌아오며 헤스론이 바라바에게 말했다.

 

아까 나는 분통이 터져서 혼났어.

 

그렇게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선고를 안 하고 연기하는 놈들이 무슨 재판관이야.”

 

아몬도 얼른 동의했다.

 

나도 재판은 항상 증거가 제일 중요하다고 믿었는데, 오늘 보니 그게 아니고 판사 마음이더군.

 

사라의 뒷모습을 보는데 어찌나 마음이 짠한지

 

바라바가 아무 대꾸 없이 걷기만 하니까 헤스론이 아몬을 보며 말했다.

 

내일은 어떻게 되려나. 이놈들이 혹시 사라를 잡아넣지는 않겠지?”

 

글쎄. 아무리 멋대로라도 그럴 수야 없겠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바라바는 아까 루브리아가 돌아보며 자기를 알아보고 살짝 웃는 얼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일은 재판 끝나고 아는 척을 해도 괜찮을 성싶었다.

 

오늘 재판정에서도 특별히 경계가 삼엄한 것 같지는 않았다.

 

기분이 좋아진 바라바는 며칠 만에 시장기를 느꼈다.

 

거리는 순례객들로 하루가 다르게 붐비고 있었다.

 

이집트 두건을 쓴 바라바를 신기한 듯 슬쩍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늘 재판 분위기는 경계가 특별한 것 같지는 않았지?”

 

바라바가 입을 열었다.

 

그래, 뭐 별거 없는 거 같더라.

 

성전 경비대도 별로 안 보였어.

 

나발이 배신을 할 리가 없다니까.”

 

헤스론의 자신에 넘치는 말이었다.

 

, 나도 자네 생각이 맞기를 바래.

 

배가 출출한데 여기 들어가서 점심 먹고 갈까?”

 

바라바가 입구가 큰 식당 앞에서 멈추어 섰다.

 

나도 그런 생각을 막 하고 있었네. 하하.”

 

헤스론이 반색을 하며 식당 문을 먼저 열고 들어갔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고 식당 안은 사람들이 꽉 차서 앉을 자리가 없었다.

 

종업원이 와서 지금은 자리가 없으니 죄송하지만, 한 시간 후에 오라고 했다.

 

우리가 세 사람인데 저기 저 자리에 합석하면 되겠네.”

 

헤스론이 큰 테이블에, 몇 사람 앉아 있지 않은 좌석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안 됩니다. 거기는 손님들이 곧 더 오실 겁니다.”

 

그냥 다른 데로 가자.” 아몬이 말했다.

 

이때, 투덜거리며 식당 문을 나가는 헤스론을 유심히 바라보는 눈길이 있었다.

 

그가 곧 지팡이를 들고 일어나는데 다리를 약간 저는 듯했다

 

그의 뒤를 대단히 큰 몸집의 사내가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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