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이 여기서 제일 막강한 방입니다.
교도관들은 모두 살몬 님 지시대로 움직이고, 롱기누스 백부장까지 인사하러 바라바 님께 왔으니까요. 하하.”
기분이 좋아진 요남이 살몬에게 말했다.
“요남아, 그래도 이삭 님이 산헤드린 의원이니까 그 힘이 제일 큰 거지.”
“제명된 지가 언젠데 그래... 이제는 신성 모독죄를 쓴 죄인이에요.”
“그래도 한 번 의원은 계속 의원입니다.”
바라바도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아침에 하던 대화가 궁금했다.
“희생양의 구입 가격이 문제가 돼서 신성 모독죄가 된 건 아니지요?”
“그건 아니지요. 재판 과정에서 가야바와 논쟁이 붙었는데 내가 한 발언을 신성 모독죄로 추가 기소했어요.”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요?”
“모세의 10계명 중 제2계명 부칙은, 제사장들을 배출하는 사두개파로서는 그들의 수입과 권위에 직결되니까 절대 양보할 수 없는데, 그러한 모세의 글이 모두 모세가 쓴 것은 아닐 거라고 한 발언이 제대로 걸린 거지요.”
“그건 제가 들어도 엄청난 말씀을 하셨네요.
그것도 공개재판에서…. 그런데 제2계명 부칙이 어떤 내용이지요?
제2계명은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건데요.”
바라바가 궁금한 듯 물었다.
“그래요. 대개 10계명은 다 알지만 부칙은 잘 몰라요.
제2계명은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로마에서 독수리를 깃발에 표시하는 것은 하늘에 있는 것의 형상이네요.”
“그렇지요. 그리고 부칙은 <나, 네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삼사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 하고 쓰여 있지요.”
“아, 그런 설명이 같이 있군요.”
“모세가 1500년 전 사람인데 그때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나 문화가 이런 정도의 훈계로 충분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아니지요.
특히 그리스의 뛰어난 철학자들의 사상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민족 종교도 이에 맞는 적용과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종교인들이 스스로의 하나님을 편협하고 유치한 하나님으로 제한시키는 것밖에 안 돼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제사장들은 여호와를 배신하는 자는 엄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말해야 그들의 권위가 유지되지요.
질투하는 하나님도 그런 개념에서 나온 말일 텐데... 좀 이상하긴 하네요.”
“모세 당시에는 여호와 신도 아직 부족 신이었고, 그 외에도 여러 지방 고유의 신이 많아서 그런 부칙이 생겨난 거겠지요.”
“하지만 이삭 님, 십계명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듣고 그대로 받아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변동을 할 수 있나요?”
“그렇지요. 그래서 모세의 절대 권위를 강조하고 모세의 율법 외에는 유대 경전을 인정치 않는 것이 사두개파의 특성이지요.
하지만 그 후에 이사야, 미가, 아모스 등 위대한 선지자들이 나오면서 모세가 유일한 하나님의 뜻을 전달한 사람은 아니며, 모세 5경 외에도 경전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우리 바리새파는 주장하지요.”
“그렇군요. 가야바는 사두개파의 우두머리니까 재판에서 강력히 나올 수밖에 없었겠네요.”
“네, 그래서 희생양의 가격으로 시작된 재판의 초점을 흐리면서, 계속 다른 방향으로 죄를 찾기 시작했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살몬이 끼어들었다.
“이삭 님, 저한테는 이렇게 자세히 말씀 안 해주셨는데 들어보니 재미있네요.
그래서 우리 교도관들끼리 하는 말 중에 ‘법은 반드시 죄를 찾아낸다’라는 말이 있어요.
죄가 없어도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하고 중형을 선고하면 피고가 억울해 하지만, 그때는 ‘아직도 반성을 안 한다’라고 오히려 야단치면 끝이니까요.”
“그래요. 나는 그들이 나의 죄를 찾기 전에 내가 먼저 말했어요.
제2계명의 ‘질투’ 하는 하나님을 ‘공의’ 의 하나님으로 해석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지요.
가야바가 깊숙한 눈을 반짝이며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그것도 십계명을 고치려는 것은 신성 모독이라고 즉시 죄를 확인했지요.
거룩한 말씀은 일점일획도 세상이 끝날 때까지 변할 수 없다는 율법서가 유죄의 근거가 되었어요.”
“네, 저도 그런 말씀을 어려서부터 들었어요.”
바라바의 언급에 이삭이 계속 말했다.
“그래서 내가, 십계명은 모세 5경에 두 번 나오는데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직접 쓰신 글이 왜 서로 다른 부분이 있냐고 물었지요.”
“아, 그런가요? 어떻게 다른데요?”
“두 번째 나온 10계명의 5계명이 첫 번째보다 조금 길어요. 맨 뒤에 ‘복을 누리리라’라는 말이 더 있어요.”
“아, 네.”
“첫 번째의 5계명은 ‘부모를 공경하면 장수하리라’의 말씀인데 두 번째는 장수하고 복을 누린다는 거지요.
물론 같은 축복의 말씀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글자 한두 자의 변화가 아니고 새로운 뜻이 더 첨가된 것입니다.”
“그랬더니 가야바가 뭐라고 하던가요?”
“당황한 그들은 잠시 휴정을 한 후 다시 나와서 ‘그것은 우리 인간이 알 수 없는 일이고 자꾸 그렇게 따지는 사람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리어진다’ 고 선언했어요.”
“그때 이삭 님이 그냥 ‘알겠습니다. 제가 잘 몰랐습니다’ 하면 어땠을까요?
저는 그런 말을 어려서부터 하도 들어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을 거예요.”
잠자코 듣던 요남의 질문이었다.
“그럴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지…
오히려 모세 5경 중 모세가 쓰지 않은 글도 있는 것 같다는 말까지 보탰어.
관중석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커지더군.
우리 유대인 중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많이 놀랐을 거야.
그래서 율법서에 대한 해석과 판결을 제사장들 마음대로 하는 거지.”
“네, 저도 어려서부터 회당에 다니면서 제사장이나 서기관들의 말씀을 그대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알고 따로 외웠어요.”
요남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