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야곱 여관에 투숙한 사람들은 모두 한밤중에 깨어났다.
화가 난 마나헴이 방마다 들어와서 한 사람 한 사람 횃불을 들이대고 얼굴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곰 일행 세 명이 나가는 것을 봤다는 종업원을 아무리 다그쳐도,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성싶었다.
카운터에 있는 그 종업원은, 곰 일행에게 자신이 한 말을 마나헴에게 하지 않았고 그의 판단은 옳았다.
“삼일 분의 숙박료를 미리 냈다면 오늘 저녁에만 무슨 일이 있어서 안 들어온 것 아닐까요?”
머리를 굴린 우르소의 의견에 마나헴이 말했다.
“놈들의 방이 너무 깨끗해. 짐을 싸 가지고 나간 거야. 우리가 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우르소가 감탄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급히 동원한 성전 경호실 대원 5명은 괜히 밤중에 잠도 못 자게 한다고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곰 일행의 옆방에 자던 세 사람은, 곰이 코를 심히 골아서 오늘은 초저녁부터 먼저 잠들은 죄 밖에 없다고 우는 소리를 했다.
내일 아침부터는 칼로스와 공조 수사를 해야 하니까 혼자서 공을 세우기는 틀렸다고 생각하는데, 우르소가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까 식당에서 놈들이 내일 무슨 재판에 간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마나헴도 분명히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갑자기 우르소의 얼굴이 예뻐 보였다.
“음, 그래. 그놈들이 성전에 순례를 하러 왔을 리는 없지. 재판하러 왔구나. 하하.”
재판이라면 산헤드린 공회 입구에 있는 재판소에서 열릴 것이고 아침 9시가 첫 재판이니까, 놈의 재판이 오전일지도 모른다.
시간만 조금 끌면서 천부장을 오후에 만나면 그놈을 내 손으로 잡을 수 있으리라.
모레는 안식일이라 재판이 없고 다음 날부터는 유월절 준비로 재판이 없다.
기분이 좋아진 마나헴은 밤늦게 동원된 경호실 소속 5명에게 은전 한 드라크마씩 주면서 내일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놈의 옆방에 있던 사람들이, 두건을 쓴 수염이 난 사람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마나헴은 내일 아침 일찍 재판소에 가서 진을 치고 있으면 놈들을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약속 시간에 카잔과 누보가 유리의 집 앞에 도착했다.
이사도 도울 겸, 만약에 오반이 눈치채고 막으면 그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기다리니 유리가 나와서 집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유리와 같이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가벼운 짐이 몇 개, 보자기에 싸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카잔 님. 지난번 잠깐 뵈었지요.”
유리 어머니가 반갑게 인사했다.
“네, 그때 누보네 집에서 식사하다가 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습니다.”
카잔도 점잖게 고개를 숙였다.
옆에서 미소를 띠며 보고 있던 유리가 그에게 말했다.
“근데 오반이 그제부터 나가서 계속 안 들어오네요.
마나헴이 없을 때 가끔 하루 저녁 외박은 했지만, 이렇게 연일 안 오는 건 처음이에요.
우리가 이사하는 줄 알고 일부러 피해 줄 리는 없고, 어디서 술 먹다 사고가 났는지….”
“여하튼 잘 되었네.
윗동네까지 이사할 마차는 연락해 놓았나요?”
“시장 입구에 나가면 기다리는 마차들이 많아요.
거기까지만 짐을 들고 가면 돼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집 앞으로 오라고 해서 가벼운 물건들도 좀 실을 걸 그랬어요.”
옆에 서서 듣고 있던 누보가 갑자기 ‘아’ 소리를 냈다.
“오반의 방에 들어가 봤나요?”
“아니요. 방은 잠가 놓고 다녀요.”
“오반이 이상하네요.”
누보가 복도 건너편 오반의 방으로 갔다.
잠겨 있는 자물쇠통을 부수고 모두 방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방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고 옷장 안에 옷이 하나도 없었다.
누보가 그날 급히 마당을 파고 은전 상자를 넣는 광경을 아칸이 아니라 오반이 본 것이다.
모두 오반에게 감쪽같이 당한 것이다.
이제 오반을 찾을 길은 막막하다.
그렇다고 마나헴과 그의 행방을 상의할 수도 없는 일이다.
누보가 긴 한숨을 뿜어냈고 유리가 잠시 후 누보에게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마나헴의 방도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가 보는 게 어때요?”
그의 방안에 은전이나 가지고 나갈 물건이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었다.
레나가 얼른 고개를 끄떡였고 다 같이 마나헴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누보가 먼저 탁자 밑의 비밀 금고가 있던 바닥을 열어보았다.
전에 한 번 털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은전이 많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50드라크마는 되어 보였다.
누보가 얼른 가죽 주머니에 넣어서 유리에게 주었다.
“이걸로 당분간 생활비를 해요.
오반 놈만 아니면 이번에 큰돈을 나눠 줄 수 있었는데 정말 미안해요.”
유리가 주머니를 어머니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다른 소식이 하나 더 있어요.”
누보가 마나헴이 앉는 소파에 앉으며 윗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유리와 레나의 시선이 누보의 입으로 향했다.
“나발이 돌아왔어요.”
누보가 손에 든 나발의 서신을 유리에게 건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