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둑들이 늘어나고 산에도 강도들이 여기저기 나타난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가요?
요나단이 글로바 선생에게 물었다.
헤로디아 왕비가 옆자리에 있을 때는 이런 대화가 조심스러웠다.
“네,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열성당 패거리들이 산에 들어가서 강도로 변하는 건가요?”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살기 힘든 농민들이나 집을 뺏긴 노동자들이 봄이 되면 산으로 들어가서 그런 짓을 하는 것 같습니다.
순례객들이 많이 오는 요즘 그런 피해가 더욱 늘어나겠지요.”
“네. 걱정입니다. 저는 그런 서민들의 실생활을 잘 모릅니다. 많이 힘든가 보지요?”
요나단이 선생의 잔에 술을 조금 따라 주었다.
“네. 그동안은 그래도 대규모 건축 사업을 계속 벌여 나가서 사람들이 수입도 생기고 일자리도 늘었는데, 이제 신도시 개발이 끝나니까 실업자가 갑자기 늘어나고 있어요.
원래 해안지역 도시에서 상업이나 무역을 하는 사람들은 좀 괜찮지만, 농업이나 목축업을 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절대 빈곤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반면에 고리대금업자들은 율법을 교묘히 피하면서 더 큰 돈을 벌고 있지요.”
“네.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지요?”
“그렇지요. 농민들은 세금을 못 내니까 곡물로라도 바쳐야 하는데 지난 수년간 가뭄이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결국, 집이나 땅을 빼앗기게 되지요.
이로 인해 거리에는 아픈 사람, 귀신 들린 사람들이 골목마다 늘어나고 있어요.”
“생각보다 심각하군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사람들이 술에 취해서 떠드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크게 들렸다.
글로바 선생이 요나단의 눈을 쳐다보면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우선 이런 파티부터 열지 말아야지요.
왕비 개인 패션쇼 아닙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세금을 낮춰야 합니다.
종교 관련 세금만 하더라도 개개인에 부과된 성전세는 물론, 제사장들을 위한 십일조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십일조도 따로 걷고 있어요.
모든 세금을 합하면 수입의 70퍼센트까지 되니까 감당이 안 되는 거지요.
집이나 땅을 뺏기지 않으려고 고리대금을 쓰게 되고, 그 돈을 못 갚으니까 부인이나 가족들이 인신매매단에 넘겨지는 사태가 자주 발생합니다.
이렇게 사회적인 혼란이 생기면 이 땅의 권력자들은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다며, 더 가혹하게 서민들을 탄압합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강도나 폭도가 늘어나는 거지요.”
듣고 있던 요나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네, 말씀을 들으니 제사장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느낍니다.”
“요나단 님은 앞으로 큰일을 하실 분이니까 이런 상황을 잘 알아야 해요.
또 한 가지 문제는 그렇게 걷는 세금이 성전 금고에 가득 차 있을 텐데 어디에 쓰이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빌라도 총독도 이 문제는 관여하지 않을 테니, 헤롯왕과 왕비 그리고 대제사장 정도만 알고 있겠지요.”
요나단은 글로바 선생의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사실 그 세금의 많은 부분이 헤롯 왕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로비자금으로 쓰이고 있다.
지난번 가지고 나간 금괴도 필경 로마 황제나 주위 사람에게 들어갈 것이다.
“아, 물론 안나스 제사장님은 알고 계시겠지요.”
선생이 한 마디 더하며 요나단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안나스의 아들인 당신도 알고 있지 않으냐'는 말로 들렸다.
요나단이 얼른 앞에 있는 포도주 잔을 들었다.
연회장을 나와 마차를 탄 루브리아는 속이 답답하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흔들리는 마차를 세우고 잠시 내린 그녀는 골목길로 들어가 토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술을 많이 마신 후 바라바를 잡으러 간다는 천부장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
유타나가 등을 두드려 주고 서너 번을 토한 후 다시 마차에 올라탔다.
호텔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으나 천장이 빙빙 돌아가는 듯했다.
탈레스 선생이 들어와 그녀의 눈을 보았지만, 방 안이 어두워 확실한 진단을 할 수가 없었다.
루브리아는 얼굴을 가끔 찡그리며 말을 하기도 힘든 듯 누워 있었다.
사라가 걱정스럽게 선생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신 건가요?”
“몸에 안 맞는 음식에 급체한 것 같네요.
맥박이 느리고 힘이 없지만 좀 쉬면 나실 겁니다.
눈이 좀 빨간데 토하느라고 힘들어서 그럴 겁니다.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도록 하세요.”
선생이 자기 방으로 건너갔고 유타나가 사라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술을 좀 많이 드신 것 같아요.
마차에 타자마자 어지럽다고 하셨어요.”
얼굴이 하얗게 창백해진 루브리아의 얼굴을 보며 사라는 예전에 꾼 꿈이 생각났다.
꿈에서 루브리아의 침실에 들어갔을 때 그녀의 눈에 독약을 넣으려 까만 독약 통에 손이 간 순간이 떠 올랐다.
그 꿈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아직도 자신의 깊은 곳에는 루브리아의 눈이 나빠지는 것을 은근히 바라는 마음이 숨어 있다.
이번에 모든 일이 잘 끝나고 돌아가면 미사엘 님을 만나서, 그의 마음을 받아 주는 것이 순리라고 사라는 생각했다.
그 방법만이, 내가 먼저 미사엘 님에게 가는 것이, 바라바 오빠의 마음을 힘들게 하지 않고 동시에 내 마음을 악에서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미사엘 님의 뜻대로, 나병 환자를 위한 시설을 만들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산다면 하늘나라에서 아버지도 잘했다고 하실 것이다.
“물 좀….”
루브리아가 목이 마른 지 물을 찾았다.
유타나가 얼른 미지근한 물을 한 컵 가지고 와서 루브리아의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다.
“언니, 좀 어떠세요?”
물컵을 그녀의 입에 대주며 사라가 물었다.
물 한 모금을 삼킨 루브리아가 힘겹게 말했다.
“바라바 님을 로마 천부장이 잡으려고 해.”
사라는 그녀가 잠시 꿈을 꾼 것으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