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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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63화 ★ 안나스의 탈무드 강의

wy 0 2022.03.20

 평화를 위해서라도, 가난한 이교도들이 우리의 들판에서 버려진 곡식 다발과 떨어진 이삭을 주워 가는 것을 막으면 안 된다.

 

우리 중 가난한 자를 돕듯 가난한 이교도를 돌봐야 하며, 우리 중 병든 사람의 집을 방문하듯 이교도들의 집을 방문하고, 우리 유대 사람을 매장하듯 이교도들을 매장해 주어야 한다.  -  탈무드

 

안나스1.jpg

 

유대인 특유의 매부리코에 풍성한 흰 수염이 돋보이는 안나스가 회당에서 탈무드를 낭독했다.

 

그는 이미 십여 전에 대제사장을 그만두었지만, 누구나 그를 대제사장이라 불렀고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은 없었다.

 

현재 대제사장인 요셉 가야바도 그의 사위이고, 오랫동안 대제사장은 안나스 집안사람들이 독점하다시피 하였다.

 

또 다른 성전의 요직도 그의 다섯 아들이 번갈아 맡았다.

 

예루살렘이 로마 총독의 지배로 넘어간 뒤로 대제사장은 총독이 마음대로 파면할 수 있었으나, 가야바는 벌써 7년간 대제사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안나스가 좌중을 돌아보며 여유 있는 웃음을 띄고 입을 열었다.

 

여러분, 지금 제가 읽은 탈무드의 뜻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탈무드는 바리새파의 샴마이 선생이나 힐렐 선생이 많이 정리하셨지만, 우리 사두개파나 성전의 일을 담당하는 서기관들도 늘 잊으면 안 되는 훌륭한 말씀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말씀들이 실천이 안 될까요?

 

그것은 여러분이 탈무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그 뜻을 잘못 지엽적으로 해석하여 독단적이고 배타적이 됩니다.

 

그러나 유대교의 탈무드는 지금 제가 읽은 구절처럼 그 폭이 넓은 말씀입니다.

 

우리는 이교도들도 불쌍히 여기고 돌봐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들이 여호와 하나님의 전능하신 품으로 회개하여 돌아올 수 있게 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안나스가 직접 강단에 서는 날은 회당에 빈자리가 없었다.

 

회당 앞자리에는 대제사장 가야바도 앉아 있고, 안나스의 가족들만 해도 백여 명이 매달 참석했다.

 

그 바로 뒤에 목발을 옆에 놓은 마나헴도 있었다.

 

그는 졸음을 억지로 참고 있다가 어느 순간 그만 머리를 크게 끄떡였다.

 

깜짝 놀라 눈을 뜨니 다행히 안나스 제사장이 딴 곳을 보며 말씀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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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0년이 넘게 따라 다니다 보니, 안나스 제사장이 하는 말은 거의 다 외울 정도였다.

 

이교도를 도우라는 탈무드 말씀도 자기처럼 잘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힌두교도인 레나 부녀를 점성술로 생활을 하게 돕고 있지 않은가.

 

물론 비밀 아지트를 위장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결과적으로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복을 받느라고 곧 유리를 맞이하게 되었지.

 

그 생각만 하면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는데, 그때 딱 안나스와 눈이 마주쳤다.

 

얼른 정색을 하고 그를 계속 바라보니 그의 눈길이 다른 곳을 향했다.

 

마나헴은 진심으로 안나스를 존경했고, 안나스 정도 되니까 헤롯 왕 옆에서 유대와 로마의 관계를 이 정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빨리 가버나움으로 돌아가서 유리와 식을 올릴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하는 일이 워낙 중요해서 조금 지체되고 있는 것이 답답했다.

 

그가 맡은 일은 몇 달 후 유월절 명절을 앞두고 예루살렘 성전의 외장 공사를 마무리하는 일이었다.

 

성전 내부는 놀랍도록 화려하게 꾸며졌고, 안뜰과 그 주변의 회당에는 많은 군중이 들어 올 수 있었다.

 

로마인은 유대교를 존중하여 성전 안에 들어 오지 않았고 성전 내의 치안도 유대인이 맡았다.

 

성전은 이제 거의 다 지어졌고 외장공사를 유월절 전에 끝내야 했다.

 

순례가 시작되면 몇백 명씩 떼를 지어 몰려다닐 것이다.

 

외장공사의 1차 공기를 앞당겨서 끝내고, 잠시 가버나움으로 올라가 유리를 만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일어섰다.

 

집회가 끝난 것이다

 

마나헴은 앞에 앉은 안나스의 아들 요나단 제사장과 같이, 목발을 집고 안나스를 따랐다.

 

 

 

 

 

인도인과 그리스인은 혈통이 많이 섞여있다.

 

알렉산드리아 지역의 그리스인들은 피부도 가무잡잡하여 인도인과 외모도 구별이 잘 안 되었다.

 

나발은 호텔 로비에 미리 나와 있었다.

 

잠시 기다리니 유리와 누보가 들어와 나발을 보고 반갑게 웃으며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나발이 일어나며 유리에게 자리를 권했다.

 

누보도 눈치 없이 같이 앞에 앉았다.

 

나발 님이 왜 연락이 없으신지 매일 기다렸어요.”

 

유리의 목소리에 애교가 뚝뚝 떨어졌다.

 

, 요즘 조금 바쁜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바쁜 일인데? 내가 할 일은 없니?” 누보가 물었다.

 

, 너도 이번 일에 참여해야지. 꼭 성공해야 할 중요한 일이니까.

 

, 같이 있는 마나헴이란 사람은 아직 안 돌아왔나요?”

 

어머, 그분의 이름을 다 기억하시네요. 역시 나발 님의 기억력은 대단하시군요.”

 

, 이 친구가 어려서부터 머리가 좋아요.”

 

누보가 맞장구를 쳤다.

 

, 어머니도 안녕하시지요? 인사가 늦었네요.”

 

. 그럼요. 그날, 집에 들어갔더니 제가 술에 취해서 온 줄 알고 놀라셨어요.”

 

“하하, 석청이 어떤 때는 술보다 더 사람을 취하게 하지요.”

 

그 형님분께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아주 귀한 것을 먹어 보았어요.”

 

, 알겠습니다. 그런데 유리 님은 그리스말 할 줄 알지요?”

 

. 어려서 가이사랴에서 자라서 회화는 문제없어요.”

 

, 그러셨군요. 그럼 꽤 잘하시겠네요.”

 

나발은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다.

 

그리스말 하는 사람이 필요한가요?”

 

유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크기변환]나발 유리collage.png

 

제가 사실 아주 중요한 일을 하나 계획하고 있는데, 그 일이 가이사랴에서 하는 일이에요

 

그리스말을 해야 하고요. ”

 

, 그렇군요. 제가 거기서 도와 드릴 일이 있으면 뭐든지 알려 주세요.”

 

,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시간도 좀 걸리고 쉬운 일이 아니라...”

 

나발이 말을 흐리며 유리의 눈치를 보았다.

 

괜찮아요.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나발 님이 하시는 일이면 무조건 도와 드려야지요.”

 

이 일은 또 여간 믿을 수 있는 사이가 아니면 부탁하기가 좀 어려워서

 

나발이 또 한 번 뜸을 들였다.

 

사실은 오늘 유리와 좀 더 깊은 관계를 만든 후 이런 말을 하려고 했는데, 누보 녀석이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나발이 얼른 말을 안 하자 유리가 입을 열었다.

 

저를 믿으셔도 될 거예요. 엄마와 저는 나발 님과 앞으로 어떤 어려운 일도 같이하기로 했어요.”

 

나발이 헛기침을 한 번 가볍게 하고 말했다.


가이사랴에 빌라도 총독이 거주하는 공관이 있는데, 거기 건물 내부 청소하는 사람을 뽑아요.

 

사실 유리 님은 언뜻 그리스 사람처럼 보이고 그리스 말도 잘 하신다니 아주 적격인데 하실 수 있겠어요?”

 

그 말을 들은 유리가 애매하게 웃었다.

 

뭔가 엄청난 일인 줄 알았는데 청소부로 취직을 하라는 건가

 

누보도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나발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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