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판결.jpg

                                                                                  

바라바 259화 ★ 최후의 수단

wy 0 2024.02.04

방으로 돌아온 루브리아의 왼눈을 탈레스 선생이 들여다보았다.

바다 색깔이 깊어졌고 눈동자가 커져서 올빼미 눈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라면 며칠 내에 실명한다고 히포크라테스 선생의 책에 나와 있었다.

보이는 건 어떠세요?”

시야가 더 좁아졌어요. 오른눈에 비하면 바로 앞에 있는 것만 보이네요.”

선생이 다시 그녀의 눈을 본 후 침통하게 말했다.

이제 모험이지만,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로마에, 아니 카이사레아에 돌아가기 전에 실명할 수 있어요.”

어떤 방법인데요?”

사라가 옆에서 대신 물었다.

지금은 벌써 어두워져서 안 되고 내일 밝은 낮에 해야 해요.

위험한 방법이고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그래도 해 봐야지요. 내일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오늘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

그러세요. 그리고 언니, 내일 명단에 있는 것은 아직 지시를 못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왕비님이 프로클라 여사님께 오늘 오후라도 말씀드렸을 거예요.”

그래, 성전 시찰 나가시면서 들렀을 거야

바로 그 옆에 여사님이 계시니까.”

모두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더욱이 곧 카프리섬으로 같이 가기로 했는데 왕비가 모르는 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내일 아침 일찍 맥슨 백부장이 친구에게 다시 확인한다고 했으니까 내일은 명단에서 빠져 있을 거예요

이제 저녁 좀 드시고 쉬세요. 오늘 온종일 못 드셨는데.”

, 아까 요한 님이 말한 만찬 장소에 가 보고 싶었는데.”

제가 가 볼게요. 가서 예수 선생님을 만나서 기도해달라고 부탁도 드리고요.”

루브리아가 왼눈을 감고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리아 촌장의 집에 누보 일행이 도착했다.

포티나 촌장 collage.png

그동안의 이야기를 카잔에게 들은 촌장이 그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 것이다.

이렇게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넓은 식당 테이블에 앉으며 유리가 말했다.

천만에요. 덕분에 우리 카잔이 고향에 다시 내려오게 되어서 내가 고맙지요.”

누보 일행 네 명과 더불어 카잔과 이모, 촌장, 포티나까지 여덟 명이 식탁에 앉았다.

별로 차린 건 없어요

유월절 식사라 새끼 양 한 마리 잡았고 쓴 나물 좀 준비했으니 천천히 드세요.”

효모를 안 넣은 귀리 빵이 구수한 냄새를 풍겼다.

누보가 빵을 하나 집어 들며 옆에 앉은 카잔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내일 새 신자 교육에 우리 두 사람 빼고 모두 여자라네요.

오반이 여기 없나 봐요.”

카잔의 얼굴이 굳어지는데 칼칼한 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월절의 유월은 넘어간다는 뜻이지요.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집은 하나님의 응징을 받지 않고 넘어가서, 모세의 인도로 우리 민족이 이집트에서 가나안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었지요.”

그의 넓은 이마는 주름이 가득했으나 두 눈은 아직도 힘이 넘쳤다.

하지만 얼마 전 저는 이보다 더 큰 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같이 식사하며 이 집에 며칠 머물렀던 예수 선생 덕분이지요.

천 년도 훨씬 지난 유월절을 지금 이 땅, 사마리아 세겜에 사는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새로운 눈을 떠야 하는지 말씀해 주셨어요.”

촌장이 여기까지 말한 후 포티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촌장님이 말씀해 주시지요.” 그녀가 사양했다.

아닙니다. 포티나 님이 아니면 그분을 만나지도 못했어요.”

, 그럼 제가 아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누보가 빵을 먹는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제가 처음에 야곱의 우물에서 그분 일행을 만나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지요.

하나님은 영이시니 어디나 계시고 우리는 오직 진리로 어디서나 예배할 뿐이라고요.

저는 그전까지만 해도 하나님은 그리심 성전에만 계신 줄 알고 유대 사람들을 미워했어요

그들이 그리심 성전을 파괴하고 예루살렘 성전만 거룩하다고 했으니까요.”

누보의 엄마가 그녀의 말에 조금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아니, 야훼 하나님은 옛날부터 예루살렘 성전에 계신 거 아닌가요?

성전 안의 가장 깊숙한 지성소에서 1년에 한 번 들어오는 대제사장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시는 분요.”

엄마의 말을 누보가 받아 이었다.

, 그래서 대제사장은 그 안에 들어갈 때 긴 밧줄을 허리에 묶고 들어간다고 들었어요.

만약 하나님의 진노를 사서 지성소 안에서 죽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밖에서 밧줄을 당겨서 그를 끄집어내야 하니까요.”

누보의 말에 포티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예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크게 반성했어요

그동안 제가 하나님을 제 욕심으로 그리심 성전에 가두어 놓았더라고요.

인간이 자유로워지려면 하나님이 먼저 자유로워야 해요

그래서 노예 생활에서 자유뿐만 아니라 무지에서 깨달음으로, 죽음에서 영원한 삶으로 넘어가는 진리를 발견해야지요.

이것이 오늘날 유월절’, 즉 새롭게 넘어간다는 말의 진짜 의미 같아요.

예수 선생님이 당신의 말씀을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라고 하신 뜻도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인간이 자유로워지려면 하나님이 먼저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네요.

야곱의 우물이 생수가 아니라 예수 선생의 말씀이 생수예요

그분 일행이 여기 계시면서 동네 사람들을 많이 만났나요?”

카잔이 물었고 이번에는 촌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여기 이틀 계시면서 여러 사람과 함께 식사와 포도주도 많이 하셨지.

그중에 아픈 사람도 고쳐 주셔서 사람들이 몰려왔고 선생의 말씀을 열심히 들었어.

포티나 님도 그 후에 병자들을 고쳐 주게 되었네.”

아니에요. 저는 그냥 아픈 사람 옆에서 기도밖에 하는 게 없어요.

다만 야곱의 우물에서 예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께서 자신이 메시아라고 밝히신 뒤부터 그분의 생수가 제 가슴에 들어온 느낌이에요.

어쩌면 예수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건 거의 처음인 듯해요.

나중에 제가 요한이라는 제자 분께 말했더니 상당히 놀라더군요.”

걸쭉한 노란 호박 수프가 나왔고 모두 숟가락을 들었다.

그래도 내일 새 신자 교육에 가야지요?” 

누보가 카잔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State
  • 현재 접속자 4 명
  • 오늘 방문자 255 명
  • 어제 방문자 674 명
  • 최대 방문자 884 명
  • 전체 방문자 286,061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