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다니에서 예수 선생이 있는 시몬의 집은 찾기 쉬웠다.
크고 화려한 마차가 시골길에 나타나니 꼬마 아이들이 또 몰려들었다.
유타나는 마차 안에 유월절 음식들과 귀한 나폴리산 포도주를 잊지 않고 준비해 왔다.
사라는 아이들이 반갑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오늘도 못 오시나 걱정하고 있었어요.”
요한과 살로메가 마당에서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네,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전에 못 왔어요. 많이 기다리셨죠?”
루브리아가 말했다.
“네, 아침부터 기다렸어요.
어머, 이렇게 음식뿐만 아니라 포도주까지 가져오셨네요.”
사라가 옆에서 대신 설명했다.
“네, 예수 선생님이 좋아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로마에서 주문한 포도주예요.
선생님은 지금 안에 계시지요?”
“네, 그럼요. 안에 계세요.
우선 이쪽으로 앉으세요.”
요한이 마당 식탁에 자리를 권했다.
수산나가 부지런히 감귤 차를 내왔다.
“차 한잔하시고 선생님을 만나시지요.
언제 오실지 몰라서 아직 말씀 안 드렸는데 제가 곧 들어가서 알려드릴게요.
아, 그리고 소개해 드릴 분이 한 사람 있는데….”
요한이 마당을 둘러보았다.
오후 햇살이 따가웠고 생각보다 이 집에 사람들이 많지 않은 듯했다.
“아, 마침 저기 계시네요. 잠깐만요.”
요한이 일어나 마당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람을 데리고 와서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역삼각형 얼굴에 주름투성이의 노인이었다.
“이분이 바로 바디메오 님입니다.
안 보이는 눈을 선생님이 뜨게 해 주셨지요.
그 후 우리 일행이 되었습니다.”
바디메오가 요한의 옆자리에 앉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어느 분이 눈이 안 보이시나요?”
“안 보이는 건 아니고 우리 아가씨께서 눈이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유타나가 루브리아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아, 그러시군요. 저는 여리고에서 장님으로 구걸하며 살다가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서 눈을 떴어요.
선생님을 보시면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내 눈을 고쳐 주세요.’ 하고 말씀하세요.
그럼 아가씨의 믿음을 보시고 고쳐 주실 거예요.”
루브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수 선생님이 문제없이 고쳐 주시겠지요?”
사라가 옆에서 물었다.
“그럼요. 저뿐만 아니라 날 때부터 장님이었던 이도 고치셨는데 눈 좀 나빠진 건 문제도 아니지요.
근데 눈이 좋아진 것은 어떻게 확실히 알 수 있을까요?
나처럼 안 보이다 보이는 것도 아니고…”
“제가 지금 왼쪽 눈의 시야가 좁아 보여요.
고쳐지면 넓게 보이겠지요.
또 이분이 의사 선생님이라 보면 아실 거예요.”
루브리아가 설명했다.
“환자의 눈이 빨간데 혹시 빨간 눈 귀신이 들어와 있는 건 아니겠지요?
만약 그러면 그것부터 쫓아내야 해요.”
“아니에요. 이건 음식을 잘못 먹어서 이렇게 된 거예요.”
사라가 말했다.
“빨간 귀신도 음식으로 주로 들어오지요.”
바디메오가 탈레스 선생을 바라보며 자신 있게 말했다.
요한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올게요.
요즘 혼자서 힘든 기도를 많이 하시는데 지금은 끝나셨을 거예요.
잠시 기다리세요.”
요한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데 살로메가 옆으로 따라오며 말했다.
“얘, 우리가 받을 것을 먼저 받고 만나게 하자.
나중에 눈 낫고 안 주면 어떡하니?”
“아니에요. 지금 가지고 온 포도주만 해도 얼마나 비싼 건데요.
그럴 분들이 아니에요.”
요한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모, 저 여자들은 누구예요?
옷차림새가 보통이 아니네요.”
야고보가 마당 식탁으로 돌아가는 살로메에게 물었다.
“응, 너도 인사해 두면 좋을 거야.”
살로메가 간단히 설명을 하고 같이 자리로 갔다.
“이 사람은 예수 선생의 친동생 야고보에요.”
“어머, 선생님의 친동생이세요? 반갑습니다.”
루브리아가 정중히 인사를 했다.
야고보가 목례를 하고 요한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예수 선생님은 형제가 몇 분이신가요?”
루브리아의 질문이었다.
“남동생이 저까지 4명이고 여동생도 몇 명 있습니다.”
대답하는 야고보의 목소리에서 그의 정확한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러시군요. 이런 질문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예수 선생님이 다윗의 자손이라는데 그러면 동생분도 같은 피를 물려받으신 거네요?”
“글쎄요, 형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아마 아닐 거예요.”
야고보의 시큰둥한 대답에 바디메오가 즉시 반박했다.
“다윗의 자손 맞아요.
지난 일요일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도 수많은 군중이 ‘호산나’를 외치며 예수 선생님을 환영했어요.”
야고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바디메오가 작은 눈을 깜박이며 루브리아를 보고 말했다.
“믿음이 없으면 병을 고칠 수 없어요.
선생님은 다윗의 자손이라 베들레헴에서 나신 거예요.
그리고 이집트에 계시다가 헤롯 대왕이 죽자 그곳에서 나오셨고요.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요.”
“음, 헤롯 대왕이 돌아가신 게 34년 전이니까 선생님은 그 전에 태어나셨군요. 정확한 생년이 어떻게 되시나요?”
루브리아가 역사학도다운 질문을 했다.
바디메오가 야고보를 슬쩍 보며 말했다.
“그건 저도 정확히는 모르는데요… 여하튼 자꾸 따지려고 하면 안 돼요.”
야고보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또 한 사람이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아, 드디어 오셨네요.”
열성당원이었던 시몬이었다.
그가 유타나 곁에 앉으며 루브리아에게 상냥하게 인사했다.
“이번에 꼭 잘 치료되시기 바랍니다. 바라바도 잘 지내고 있지요?”
루브리아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시몬이 다시 입을 열려는데 예수 선생을 만나고 나오는 요한의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