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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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40화 ★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wy 0 2023.11.29

 바라바는 어젯밤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모든 것을 신의 뜻에 맡기고 마음의 평안을 가져 보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조용히 혼자 일어나 마실 물을 찾아 한 모금 마셨다.

 

살몬 님의 말에 의하면 유월절 축제가 시작되는 토요일부터 일주일간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

 

오늘 로벤이 깃발을 못 가져와도 이틀만 넘기면 또 일주일을 더 살 수 있다

 

사형 집행 명단에 아직 없으니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안심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자괴감이 느껴졌다

 

지금은 그냥 숨이 쉬어지니까 사는 것이다.

 

생명이 숨과 숨 사이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동안 열성당을 만들어 활동했던 일, 어느 날 루브리아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일, 며칠 전 사라 재판에서 있었던 일들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길지 않은 삶이었지만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살았다

 

아버지와 사무엘 님의 얼굴도 떠올랐다

 

사형 선고를 받고 목숨이 위태로운 모습을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이삭 님의 말대로 하나님이 나를 지극히 사랑하셔서 깨진 접시처럼 놔두지 않으신다면 어떤 계획이 있으신 걸까?

 

만약 살아서 나가면 루브리아와 로마에 갈 수는 있을까

 

여러 생각이 바라바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일찍 일어났네요.”

 

이삭 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삭 바라바 thumb-20231025091736_3a3e66f91ab150cbd1d3eb0279bd862d_zhy8_600x600.png

 

, 편히 쉬셨습니까?”

 

어젯밤 늦게까지 잠을 못 자는 것 같던데.”

 

, 아무래도 오늘이 수요일이라 긴장이 되나 봅니다.”

 

이번에 나가면 산헤드린의 니고데모 의원을 찾아가세요

 

그가 나를 평소에 친형같이 생각했으니까 여러 편의를 봐줄 수 있을 거예요.”

 

이삭 님이 품 안에서 서신을 건네주었다.

 

 

<니고데모 의원님, 보십시오>

 

그간 잘 지내셨지요

 

안토니아 탑에 갇혀 있는 이삭입니다

 

의원님이 이 편지를 보신다면 바라바 님을 만나고 있을 겁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본인에게 직접 들으시기 바랍니다.

 

내가 잠시 바라바 님과 여기 한 방에 있었는데, 앞으로 두 분이 서로 도우며 일을 한다면 우리 민족의 앞날에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당장은 니고데모 님이 여러모로 도와주기 바랍니다

 

나는 가야바 대제사장이 그 자리에 있는 한 쉽게 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건강 잘 유지하며 밖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럼 늘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 안토니아 탑에서 이삭드림

 

 

고맙습니다.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 주셔서

 

바라바가 서신을 다 읽고 안주머니에 넣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삭 님은 가야바가 그 자리에 있는 한 특사가 어렵다고 하셨네요

 

특사는 빌라도 총독의 고유 권한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만 정치범은 가야바가 반대하면 빌라도도 잘 안 해 줍니다

 

두 사람이 상대방의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서로 잘 협조해 주지요.”

 

, . 여하튼 이삭 님도 빨리 나오셔야 할 텐데요.”

 

, 때가 되면 나가겠지요. 솔로몬 왕이 지은 시 중에 이런 시가 있어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나지막한 음성이 어두운 감방을 깨우듯 울렸다.

 

, 참 좋네요. 그 말씀처럼 사람들은 영원을 사모하지만 오늘 일도 어찌될지 모르고 살고 있지요

 

사실 지금 저도 그렇고요.”

 

살몬과 요남이 거의 동시에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 식사 나올 때까지 자려고 했는데 오늘이 수요일이라는 생각에 일어났어요.”

 

요남의 말이 끝나자 식구통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놈들이 내가 일어난 것을 알고 아침을 일찍 주려나 보네요.”

 

간수가 조그만 소리로 살몬을 불렀다.

 

살몬 님, 지금 밖에 로벤이라는 사람이 이방의 바라바를 만나러 왔어요

 

면회 시간이 아니라 정식 면회는 안 되는데 어떻게 할까요?”

 

, 그래. 그럼 식구통 앞에서라도 잠시 대화하면 좋겠네.”

 

, 알겠습니다. 곧 데리고 오겠습니다.”

 

바라바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로벤이 성공적으로 다녀온 것이다

 

감방 안의 어두운 공기가 기대와 희망으로 갑자기 밝아졌다

 

잠시 후 로벤의 목소리가 식구통 밖에서 들렸다.

 

바라바 단장님, 어젯밤 늦게 깃발을 가지고 잘 도착했습니다.”

 

, 잘 다녀왔구먼. 정말 수고 많았네.”

 

어제는 너무 늦어서 오늘 일찍 우선 소식을 전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칼로스 천부장이 출근하는 대로 다시 와서 깃발을 전달하겠습니다.”

 

, 그래. 나발도 수고 많이 했지?”

 

그분은 못 만났고 사라 님이 같이 가서 누보를 만나 깃발을 찾았습니다.”

 

, 사라가.바라바의 가슴에 사라에 대한 고마움이 밀려왔다.

 

, 헤스론과 아몬도 별일 없지?”

 

. 헤스론님은 허리가 많이 나았습니다. 그리고

 

로벤이 목소리를 낮추어 바라바만 들을 수 있게 말했다.

 

그동안 아몬 님께서 은밀히 많은 대원을 소집했습니다

 

만약에 일이 최악의 사태까지 간다면 집행 현장에서 단장님을 구출할 계획이었습니다

 

이제 그럴 우려는 없어졌지만요.”

 

, 그래. 몇 명이나 모았나?”

 

지금 감람산에만 100명 넘게 있고 예루살렘 시내에도 50명 정도 와 있습니다.”

 

, 신경 많이 썼구먼

 

나중에 칼로스를 만나서 깃발을 전해주고 우리 동료 십여 명도 나와 같이 풀어달라고 해야 해.”

 

, 알겠습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로벤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축하합니다. 깃발을 가져왔다니 기간 내에 약속을 지켰네요.”

 

살몬이 상기된 표정으로 바라바를 바라보았다.

 

* 전도서 3 장 11 절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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