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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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 234화 ★ 날아간 독수리

wy 0 2023.11.08

여로함이 누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최근에 미트라교에 들어온 사람들 명단에는 '오반'이라는 이름이 없어요.

 

가명을 썼을 테니까 누보 씨도 미트라교에 입교해서 같이 성전에서 제사를 드리며 찾아보는 게 제일 빠를 거예요.”

 

입교를 꼭 해야 하나요?”

 

, 외부 사람은 엄격히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요

 

피를 나누는 의식을 거행해야 해요.”

 

? 어떻게 피를 나누나요?”

 

누보가 얼른 물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미트라신 앞에 놓여 있는 항아리에 넷째 손가락을 칼로 베어 피를 세 방울 이상 떨어뜨리고 그 핏물을 같이 마시는 게 하나고.”

 

또 하나는요?”

 

5마리를 가지고 미트라 여신도와 결혼하면 돼요.”

 

나는 결혼은 안

 

누보가 막 입을 여는데, 마차로 과일을 가지러 갔던 로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깃발이 없어졌어요!

 

? 깃발이요?”

 

사라가 놀라 일어나 부리나케 밖으로 나와 마차 안을 살펴봤다.

 

깃발이 길게 누워 있던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혼자서 날아가 버린 듯했다

 

위에 덮어 놓았던 누런 담요도 없어졌다.

 

가슴이 쿵쿵 뛰고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았다

 

깃발을 안 챙긴 것이 큰 실수였다.

 

아까 마차 구경하러 왔던 어린아이들 짓 같아요

 

바닥에 흙이 묻어 있네

 

애들은 신발을 안 신으니까.”

 

누보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마차에 남아서 깃발을 지켰어야 했는데.”

 

로벤이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동네 아이들이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로벤이 다시 샤론 여관으로 들어갔다.

 

이 여관 앞에서 늘 노는 애들이 어디 사는 애들인지 알지요?”

 

여관 데스크에 있는 종업원에게 급히 물었다.

 

잘은 모르고 그중 한 아이가 우리 식당 종업원의 동생일 거예요.”

 

그 종업원이 누구예요?”

 

두스인데 지금 일하고 있어요.”

 

식당에서 그를 찾으니 아까 로벤이 말을 건 사내였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됩니다

 

지금 주방장이 맛있게 요리하고 있어요.”

 

그게 아니고 지금 당장 당신 동생을 찾아야 해요.”

 

제 동생요? 그 녀석이 또 무슨 사고를 쳤나요?”

 

우리 마차에서 아주 귀한 물건을 가지고 갔어요.”

 

그게 뭔데요?”

 

깃발이에요독수리 깃발.”

 

깃발? 난 또 무슨 진주나 보석이 없어진 줄 알았네

 

식사 끝나실 때쯤 아마 도로 갖다 놓을 거예요

 

팔 수도 없는 물건인데.”

 

두스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로벤이 당장 그의 멱살을 잡고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지금 당장 동생을 찾아내

 

아니면 이 여관을 불질러버릴 거야.”

 

두스도 만만치 않았다.

 

아니, 이 사람이 미쳤나보아하니 갈릴리에서 온 사람 같은데 어디서 행패를 부려.”

 

여로함이 급히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싸움을 말렸다

 

잠시 후 두스를 앞세우고 몇 사람이 여관 문을 나섰다.

 

요 녀석이 여기서 놀다가 집에 가는 골목길에서 또 놀다가 그러는데, 오늘도 거기 있을지 모르겠네요.”

 

두스가 상냥한 목소리로 걸음을 재촉했다.

 

조금 전 카잔이 그에게 슬며시 은전을 건네주는 것을 사라는 보았다.

 

두스의 발걸음이 샤론 여관 앞의 큰 도로를 지나 왼쪽 골목으로 옮겨갔다.

 

배설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양쪽으로 줄지어 있는 서민들의 흙담집은 창문도 거의 없었고, 집 안에 있는 양들의 울음소리가 간혹 들렸다.

 

진창길 골목을 한참 지나가니 다시 조금 넓은 공터로 나왔다

 

중간에 작은 회당 건물이 있는데 지붕이 반은 무너져 내려앉아 있었다.

 

요 녀석이 여기 어디 있어야 하는데

 

두스가 혼잣말을 하면서 회당 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내가 독수리 대장이다. 모두 무릎을 꿇어라.”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당 뒤 공터에 아이들이 서너 명 놀고 있는데 한 녀석이 독수리 깃발을 어깨에 메고 아이들에게 대장 흉내를 내고 있었다.

마르스 두스 사라 collage.png

 

마르스야, 그 깃발 당장 가지고 와.”

 

아이들은 호통 소리와 함께 여러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 것에 놀랐다.

 

, . 왜 그래? 이거 좀 가지고 놀다가 팔려고 했는데.”

 

아까 마차에서 내릴 때 본 듯한 눈이 그런 아이가 마지못해 깃발을 가지고 형에게 건네주었다.

 

사라가 얼른 받아보니 깃발 끝이 진흙투성이였다.

 

너 손님 마차에서 이런 짓 하면 안 된다고 몇 번 얘기했니?”

 

이게 너무 커서 금방 들켰네. 앞으로는 더 조심할게. .”

 

앞뒤가 안 맞는 형제의 대화였다.

 

사라는 잠깐 지옥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 이제 되었으니 빨리 돌아가요

 

깃발을 잘 빨아야 하니까 시간이 없어요.”

 

로벤이 깃발을 받아서 땅에 끌리지 않게 옆으로 들고 일행은 왔던 길로 거의 뛰다시피 돌아왔다.

 

지금쯤은 식사가 나왔을 거예요

 

제가 우리 세탁부에게 부탁해서 잘 빨아 드릴게요.”

 

두스의 말에 사라가 단호했다.

 

아니에요. 내가 직접 할 거예요.”

 

식당에 들어가니 이제 막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깃발을 들고 오는 로벤을 보며 누보가 말했다.

 

, 정말 다행이네요

 

나도 저 독수리와 눈이 마주치면 기분이 이상해요

 

다시는 다른 데로 날아가지 마라. 독수리야!’”

 

미안해요. 내가 정신이 나갔었어요. 이걸 마차에 두고 내리다니.

 

어서들 식사하세요. 저는 깃발 좀 빨아 가지고 올게요.”

 

사라가 깃발만 막대기에서 조심스럽게 뺀 후 두스의 안내로 여관 뒤 빨래터로 갔다.

 

사라 님 얼굴이 그새 반쪽이 되었네.”

 

누보가 옥수수 수프를 한 입 떠먹으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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